'대장동 판박이' 민관 합동개발 추진 지역… 13년째 계획 단계에서 지지부진이재명 "현덕지구도 잘 추진해 도민들에게 이익"… 추진 계획에 직접 사인
  • ▲ 평택 현덕지구 일대. ⓒ이상무 기자
    ▲ 평택 현덕지구 일대. ⓒ이상무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경기도지사 시절 추진한 민·관 합동개발 방식의 '현덕지구 도시개발사업'이 지지부진하다.

    현덕지구 사업은 평택시 현덕면 장수리 일대 231만6161㎡(약 70만 평)에 유통·상업·주거시설 등을 복합개발하는 사업이다.  2018년 8월 이 후보가 대장동과 같이 민간은행 컨소시엄이 참여하는 형태로 전환했다.

    29일 만난 원주민들은 토지 보상에 진척이 없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2008년 황해경제자유구역 지정 이후 개발된다는 말만 들었지, 실질적으로는 13년째 계획 단계이기 때문이다.

    주민 A씨는 "한마디로 여기 사는 사람들을 우습게 생각하는 것 아닌가"라며 "공무원들에 '되기는 되고 있는 것이냐'고 물어보면 '예, 된다'고 말로만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개발하려면 얼른 하라"

    A씨는 이어 "80세 넘는 노인분들은 개발이 싫다는 분들도 있지만 60대~70대 이상 정도 주민이라면 '개발을 하려면 얼른 하라'는 생각"이라며 "보상 받으면 물러나서 더 좋은 데 가서 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A씨는 그러면서 "왜 아직까지 1년간을 질질 끌고, 합의하면 뭐 하나 해도 툭 부러지고 못되고 있다고 그런다"며 "무슨 이익을 얼마나 더 남기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주민 B씨는 "3억원이고 5억원이고 보상 받아 집 하나 달랑 사서 가라면 갈 텐데 뭔가"라며 "13년째 볼모로 잡힌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한숨을 쉬었다.
  • ▲ 현덕지구 구역도. ⓒ경기도
    ▲ 현덕지구 구역도. ⓒ경기도
    그는 "집이 이만큼 낡았는데 보수도 못하고 개발을 기다린다. 안 하면 그냥 여기서 살 것"이라고 밝힌 B씨는 "시골에 있는 사람들도 무슨 큰 땅부자도 있겠지만 대부분 그런 사람은 없다. 다들 농사 많이 짓고 그런다"고 말했다.

    "화산 폭발 직전인 심정"

    B씨는 "세월은 가더라도 무슨 자기네들은 보상 적게 주고 어떻게 내보낼 그런 궁리만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며 "작년, 재작년까지만 했어도 우리가 그렇게 많은 요구를 안 했는데 답답하다. 화산이 폭발하기 직전인 심정"이라고 불평했다.

    당초 경기경제구역청은 지구 지정 이후 여러 차례 사업 시행자가 바뀌면서 10년 넘게 사업이 지연된 탓에 이번 사업자 공모 당시 '2021년 내 보상 절차 개시'라는 조건을 붙였다. 하지만 대구은행 컨소시엄은 주주사 간 견해차로 지금까지도 주주협약을 체결하지 못한 상태다.

    경기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 토지 보상이 이루어질 시기와 관련 "내년 상반기쯤 사업 시행자가 선정돼야 비로소 시작된다"며 "주주협약 체결 후 기업결합 승인 신고, 회사 설립, 개발계획 승인 등이 남았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2019년 7월 SNS를 통해 대장동 사업이 시민에게 이익을 돌려준 '치적'임을 강조하며 "현덕지구 사업도 잘 추진해 이익을 도민들에게 돌려드리겠다"는 글을 올린 바 있다. 이후 2019년 10월 '현덕지구 개발사업 추진계획 보고'에 직접 서명하고 결재 도장을 찍기도 했다.

    현덕지구 개발사업 지분 구성은 ▲경기주택도시공사 30%+1주 ▲평택도시공사 20% ▲대구은행 컨소시엄 50%-1주이고,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를 설립해 추진한다는 점에서 대장동 개발사업과 유사하다.
  • ▲ 현덕지구 내 토지거래제한 안내판. ⓒ이상무 기자
    ▲ 현덕지구 내 토지거래제한 안내판. ⓒ이상무 기자
    이재명 팬클럽 발기인이 컨소시엄 참여

    개발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된 대구은행 컨소시엄은 대구은행을 대표사로 메리츠증권·하이투자증권·키움증권·오츠메쎄·랜드영·리얼티플러스 등 7개 법인이 참여했다. 이 중 오츠메쎄의 대표이사인 안모 씨는 이 후보의 팬클럽인 'OK이재명'의 대표 발기인에 이름을 올려 특혜 논란이 일었다.

    경기주택도시공사(GH)의 보고서에 따르면, 현덕지구 개발사업은 지난해 5월 지방공기업평가원의 사업 타당성 검토에서 재무적·경제적·정책적 분야가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기도는 지난해 8월 현덕지구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해 거래가 단절된 상황이다. 기획부동산 투기 차단을 목적으로 한 조치여서 주목받았지만, 막상 현장 분위기는 침체된 상태다.

    "이재명 대통령? 기대 안 해"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개발 소식이 있으면 착착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여러 사람도 편하고 좋지 않겠느냐"며 "대한민국 어디를 가든 개발이라는 것이 느리기는 한데, 여기는 13년이면 개발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도지사 선거 전에는 진척이 없을 것 같다.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 된다고 해도 개발이 잘된다는 보장이 없다"며 "새로운 도지사가 나와서 개발 방향을 정해 확실하게 가는 것이 순서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