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운동 시 음악속도 120bpm 이하 유지… 빠른 노래 들으면 운동 강도 세져 위험""문화체육관광부 'GX 방역수칙 관련 간담회'… 1개 단체만 참여한 상태에서 정한 듯"
  • ▲ 가수 싸이. ⓒ뉴데일리
    ▲ 가수 싸이. ⓒ뉴데일리
    방탄소년단(BTS) 노래는 되고, 싸이 노래는 안 된다?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를 4단계로 격상한 방역당국이 "비말(침방울) 배출 가능성을 줄이겠다"며 실내체육시설에서 '빠른 노래'를 틀지 못하도록 하는 황당한 방역지침을 정해 빈축을 사고 있다.

    방역당국이 정한 실내체육시설 세부 수칙에 따르면 실내에서 스피닝·에어로빅·줌바·태보 등 '그룹 운동(GX)'을 할 때 BGM 음악의 속도가 100~120bpm(분당 박자수)를 넘어선 안 된다.

    음악 속도가 빨라지면 자연히 운동 강도도 세져, 타인에게 땀이 튀거나 비말이 전파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게 방역당국의 설명이다.

    이 지침에 따르면 싸이의 '강남스타일(132bpm)'이나 브레이브 걸스의 '롤린(Rollin', 125bpm)'은 그룹 운동을 할 때 들을 수 없다. 대부분 130bpm을 넘는 블랙핑크의 히트곡들 역시 BGM으로 사용할 수 없다.

    방탄소년단의 최신곡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도 bpm이 120을 넘어 금지곡이 됐다. 단, '버터(Butter)'나 '다이너마이트(Dynamite)' 같은 방탄소년단의 다른 히트곡들은 bpm이 120을 밑돌아 틀 수 있다.

    英 교수 "'음악 속도'와 '운동 강도' 비례하지 않아"

    그렇다면 빠른 노래를 들으면 정말로 운동 강도가 올라갈까? 영국 부르넬대의 코스타스 캐러저지스(Costas Karageorghis) 교수는 운동 강도에 영향을 주는 것은 박자뿐만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음악의 속도보다 때로는 가사 등이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캐러저지스 교수는 14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보폭을 빠른 박자에 맞출 경우 운동 강도가 올라가는 것도 사실이지만, 예외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일례로 느린 박자의 음악을 선택하는 대신, 한 박자에 두 걸음을 내딛는 방식으로 운동 강도를 높이는 선수들도 있다고 소개한 캐러저지스 교수는 "120bpm보다 느리면서도 극한의 운동 강도를 끌어낼 수 있는 음악은 너무나 많다"고 부연했다.

    러닝머신 속도를 시속 6㎞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는 방역지침도 논란이다. 비말이 튀는 것은 마스크로 충분히 막을 수 있는데도 '러닝머신에서 달리지 말라'고 강요하는 것은 헬스장을 이용하지 말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한 네티즌은 관련 기사 댓글을 통해 "달리기가 코로나 확산의 주범이라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며 "앞으로 '천천히 다니세요'라는 캠페인이라도 벌여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꼬았다.

    서울 을지로 소재 헬스장을 다닌다는 40대 직장인 B씨는 "러닝머신 속도는 시속 6km 이하로 제한한다면서 '자전거 타기'는 아무런 제약이 없어 이상했다"며 "또 이곳은 '목욕업'으로 신고돼 샤워가 가능한데, 다른 헬스장은 샤워도 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의 아들인 래퍼 노엘(본명 장용준)은 "진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개콘'이 왜 망했겠누"라는 글과 관련 기사를 SNS에 올려, 정부의 방역지침이 개그콘서트보다 웃기다는 냉소를 날렸다.

    문체부 "고강도 유산소 운동, '저강도'로 전환하라는 의미"

    헬스장에서 '120bpm 이상의 노래를 틀지 말라'는 발상은 대체 어디에서 나왔을까? 이 같은 지침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한 'GX 방역수칙 관련 간담회'에서 처음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방역당국은 "'GX 음악 속도 제한' 지침이 관련 협회와 수차례 협의해 나온 결과"라고 강조했으나, 정부가 음악 속도 제한과 관련해 실제로 얘기를 나눈 협회는 단 한 곳이었다.

    세계일보에 따르면 문체부가 주도한 관련 간담회에 참석한 GX업계 협회는 A단체뿐이었다. 이날 '영업 집합금지나 영업제한을 하지 않으면서 운동 강도를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해 달라'는 말에 A단체에서 구체적인 의견을 냈다는 것.

    A단체 관계자는 14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제가 제안한 건 줌바 피트니스에서 워밍업 bpm이 130부터가 적정이어서 그걸 제안해 말했더니, 그럼 그것보다 낮으면 격하지 않은 것 아니냐고 물어보셨다"면서 "그래서 그렇게(130보다 낮은 120bpm) 기준을 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문체부 관계자는 "운동 강도 조절을 위한 '러닝머신 시속 6km 속도제한', '단체운동 프로그램 음악 속도 100~120bpm 유지' 등의 방역수칙은 코로나19 대유행 단계에서도 집합금지 없이 영업제한을 최소화하면서 영업과 방역을 병행하기 위해 관련 협회·단체와의 협의를 거쳐 마련한 것"이라며 "고강도의 격렬한 유산소 운동 대신 저강도 유산소 운동이나 유연성 운동으로 전환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방역수칙 적용 과정에서 현장에서 지키기 어렵거나 현실적으로 점검이 어려운 부분은 관련 업계 및 방역당국과 지속적으로 협의하면서 보완해 나가도록 하겠다"며 "아울러 관련 사항 보도 시, 언제든지 문체부의 입장을 문의해 주시면 성실하고 상세히 안내해 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6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음악 속도 규제는 태보나 에어로빅 등 그룹 운동에만 적용된다"며 "헬스장 배경음악이나 체육시설 개인 이용객을 대상으로는 100~120bpm 속도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