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가덕도 회의록' 입수… 여·야 국토위원들 '특별법 문제점' 모두 인지"설계 없이 어떻게 공사를 하나, 법이 모순" 문제 제기하더니… 예타 면제해
  • ▲ 이헌승 소위원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은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 이헌승 소위원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은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여야가 '부산 가덕도신공항특별법안'을 오는 26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예정인 가운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 법안심사 과정에서 각종 타당성조사 면제에 따른 문제점을 사전에 인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안 좋은 선례를 남길 것"이라며 당초 법안의 사전타당성조사·예비타당성조사·실시설계 등 3개 면제조항을 전부 삭제하기로 했지만, 이틀 뒤 손바닥 뒤집듯 이를 뒤집었다.

    여·야, 가덕도특별법 타당성조사 면제 문제점 사전 인지

    24일 국토위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지난 17일 가덕도특별법 심사 과정에 참여한 여야 국토위원 모두 법안의 문제점을 인지했던 탓에 상당한 부담감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여당 간사인 조응천 의원은 회의에서 "지난 설 연휴 나흘을 꼬박 투자해 온갖 문헌을 다 뒤져보고 전문가들에게 의견을 물었다"며 "제 마음에 들어서, 그게 정말 옳아서 그렇게(동의) 한 것도 아니다"라고 푸념했다.

    조 의원은 "다만 양 당에서 그 법안들을 발의했고, 그 법들을 추진하겠다고 했고, 그게 우리가 몸담고 있는 국토위에서 처리해야 될 법이기 때문에 노심초사하며 다룬 것"이라고 토로했다.

    여야가 19일 마지막까지 첨예하게 대립했던 사전타당성조사(사타)·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조항 삭제와 관련해 당초 17일 교통소위에서는 여당 의원들도 동의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부산가덕도신공항특별법' 32조(사타면제)·33조(예타면제)·34조(실시설계 면제) 조항의 전부 삭제를 주장한 것이다.
  • ▲ 이헌승 소위원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 이헌승 소위원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17일 회의에 참석했던 손명수 국토교통부 제2차관은 사전타당성조사 면제와 실시설계 면제에 반대했다. 

    손 차관은 "기본적으로 사업을 하려면 사업규모를 먼저 정해야 하는데, 가덕도신공항은 그런 것이 없다"며 "법에 사타를 안 한다고 아무리 규정해도 사타 없이는 추진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시설계 면제와 관련해서도 "설계 없이 어떻게 공사를 하느냐"며 "법에서 실시설계 전에 착공할 수 있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17일 3개 면제조항 삭제 합의했다 이틀 뒤 뒤집어

    손 차관의 의견을 들은 조응천 의원도 적극 동의했다. 조 의원은 특히 실시설계 면제와 관련해 비판을 쏟아냈다. 

    조 의원은 "실시설계 나오기 전부터 공사를 한다? 그것은 우리 동네에 있는 하천 정비할 때도 그렇게 안 하는 것 같다"며 "아무리 급해도 바늘 허리에 실을 묶어 가지고 써서 되느냐"고 개탄했다.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와 관련해서도 조 의원은 "처분적 성격의 법률에 개별 구체적 사업을 딱 찍어 예타를 면제한다고 할 경우, 이것은 아주 안 좋은 선례로 남는다"고 경고했다. 

    야당도 조 의원의 발언에 적극 동조했다.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은 "과연 이래도 되나 싶다"며 "32조·33조·34조까지. 특히 34조 이게 공표됐을 때 우리 위원회를 어떻게 보겠느냐"고 우려했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도 "동의한다. 셋 다 삭제하지요. 특례조항"이라며 거들었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 역시 "세 가지, 사타·예타·설계 전 착공, 이 부분은 조문을 다 삭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맞장구쳤다. 

    이에 조응천 의원은 세 조항을 삭제하는 대신 추진 의지를 담은 선언적 조항을 추가하자고 제안했다. 조 의원은 "최대한 단축한다, 뭐 그 정도 립서비스는 좀 해도 안 되겠나 싶다"고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자 송언석 의원은 "규정 대신 정부가 의지를 보여 빨리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깔끔하다는 생각"이라며 반대 의사를 표했다. 

    조응천 의원은 "사실은 제가 지금 말은 이리 하고 있지만 속은 다 썩었다"며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송 의원이 "어떻게 제 말씀을 하십니까?"라며 맞장구 치자 회의장에서는 웃음소리가 터졌다. 

    하지만 여야의 한목소리는 불과 이틀 만에 파열음을 냈다. 민주당이 19일 지도부 차원에서 원안 고수를 주장한 것이다. 

    민주당 소속으로 회의에 참여해 법안을 심사했던 의원들의 태도도 변했다. 19일 재개된 교통소위 회의에서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원안대로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응천 의원은 예타 면제에 반대하는 야당 의원들 설득에 나섰다. 여야는 결국 사타 면제와 실시설계 면제 조항을 제거하고 예타 면제 조항만 살리는 방향으로  수정한 법안을 같은 날 국토위 전체회의에 넘겼다.

    "여야, 정치공학적으로 법 풀어나가" 자성 목소리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소속 한 의원은 "양 당이 정치공학적으로 법을 풀어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너무 슬프다"며 "선거가 코앞이라 지도부도, 법안을 심사했던 국토위원들도 어떤 방향을 잡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위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우리 국토위원들이 가장 고생했다"며 "선거가 있고, 현실정치의 가장 어려운 점이 바로 이런 점이다. 국회 구성원 모두 스스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반성의 대가가 너무나 크다는 점이다. 국토부는 국회 국토위 소속 위원들에게 가덕도신공항 건설에 28조6000억원이 소요될 것이라는 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토부는 "문제를 인지하면서도 법안에 찬성하면 직무유기·성실의무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다"는 법률자문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위를 통과한 가덕도특별법은 25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체계·자구 심사를 받은 뒤 이변이 없는 한 26일 본회의에서 통과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