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기소' 이전에 거취 정리 불가피… "文정권 레임덕" 관측에, 靑 "사실무근" 진땀
  • ▲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뉴시스
    ▲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뉴시스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검찰 기소를 앞두고 최근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실장은 지난달 23일 청와대의 울산시장선거 개입 사건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받았다. 검찰은 조만간 이 실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기소할 것으로 전해졌다.

    현직 청와대 소속 공무원 신분인 이 실장은 사실상 검찰 기소가 확정적이라고 판단, 사전에 거취를 정리하는 쪽으로 정한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기소되면 자진사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라도 기소 전 사표 제출이 관례적으로 올바른 판단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최강욱 전 공직기강비서관(현 열린민주당 의원)도 지난해 3월 조국 전 법무부장관 아들의 인턴활동확인서를 허위 발급한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된 지 53일 만에 "대통령님께 부담을 드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산재모 → 좌초되면 좋음. 담당자 이진석"

    검찰에 따르면, 송철호 울산시장의 핵심참모인 송병기 전 경제부시장이 쓴 수첩에는 2017년 10월 "산재모 → 좌초되면 좋음. 담당자 이진석 사회정책비서관"이라고 적혀 있다. 당시 경쟁자인 김기현 후보의 핵심공약인 '산재모(母)병원 예비타당성조사' 관련 발표를 늦추는 데 이 실장이 개입했다는 구체적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그러나 17일 "오늘 새롭게 등장한 이진석 실장 사의설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신현수 민정수석의 수 차례 사표 제출 논란과 더불어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 실장까지 물러나는 모습이 그려지자, 임기 말 '레임덕'을 막기 위해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사의설 선 긋기, 檢엔 부담될 듯

    이 실장은 청와대의 이날 사의설 공식 부인으로 당분간 자리를 유지할 전망이다. 하지만 청와대가 '기소 전 사퇴는 없다'는 뜻으로 선을 그은 것은, 검찰에 부담을 안겨 주는 메시지로 읽힐 수 있다. 검찰이 기존 방침대로 이 실장 기소를 결정하면, 조국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문 대통령의 뜻을 거스르는 모습으로 비쳐 갈등이 커질 우려가 있다.

    이 실장은 청와대에서만 두 차례 영전(사회정책비서관→정책조정비서관→국정상황실장)했다. 대통령비서실의 핵심요직인 국정상황실장은 각종 현안을 24시간 운영체제로 보고받고 판단하는 청와대의 관제탑 역할을 한다. 빠른 상황판단과 정무감각, 대통령의 의중까지 꿰뚫어야 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윤건영 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년 반 동안 자리를 유지한 이유다.

    윤 의원의 경우 문 대통령이 의원 시절 보좌관을 맡은 경력이 있지만, 이 실장은 정치 관련 경험이 전무하다. 그는 고려대 의대와 서울대 대학원을 졸업한 의사 출신이다.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 합류하기 직전까지는 서울대 의대 교수로 있었다.

    이진석·정기현·신현영… 文정부 의료계 인맥

    이 실장은 대선 캠프 시절 후보의 의료공약인 '문재인케어'를 설계했다는 것이 성과로 꼽힌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는 문재인케어 설계 과정에는 김대중정부 당시 의약분업을 주도했던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과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도 함께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실장은 지난해 우한코로나(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전공을 살려 정부의 마스크·백신 수급대책을 주도했다. 여권을 중심으로 형성된 인맥 관계가 있어 청와대-보건당국-식약처-일선병원까지 이어지는 지휘계통에서 일사불란한 대응이 가능했다. 

    이 실장과 함께 문재인케어를 주도한 정기현 원장은 이왕준 명지의료재단 이사장과 친분이 두터우며,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신 의원은 21대 총선에 공천받기 전까지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