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재위 전체회의서 전격 사의… 청와대 "사표 반려", 홍남기 "못 들었다" 사퇴 확실시
  •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자리하고 있다. ⓒ뉴시스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자리하고 있다. ⓒ뉴시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3일 국회에서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민주당은 홍 부총리의 태도에 발끈하고 나섰다. 홍 부총리가 예산을 심의하는 국회에서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홍 부총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일영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하던 도중 급작스럽게 사의를 표명했다. 

    정 의원은 홍 부총리를 향해 "주식 양도세 관련해 어떻게 정리가 되고 있고, 언제 발표가 있을 것인지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한다는 측면에서 답변해주시라"고 일상적인 질의를 했다. 

    홍남기 돌발 사의 표명에 민주당 당황

    홍 부총리는 이에 "현행처럼 10억원을 유지하는 것으로 고위 당·정·청 협의에서 결정했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누군가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싶어 제가 현행대로 가는 것에 대해 책임을 지고 오늘 사의 표명과 함께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말을 잇지 못하다 "여기서 갑자기 부총리님의 거취 이야기를 하셔서 놀랍고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밝혔다. 

    홍 부총리의 사의 표명 소식을 접한 청와대는 "홍남기 부총리는 오늘 국무회의 직후 대통령께 사의를 표명했으나, 대통령은 바로 반려 후 재신임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홍 부총리는 "국회에 오느라 듣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발끈한 與, 홍남기 사의 표명 방식 문제 삼아

    민주당 의원들은 즉각 홍 부총리의 사의 표명 방식을 문제 삼았다. 

    기동민 민주당 의원은 "일반적인 관행인가에 대해(비추어 보면) 낯선 풍경"이라고 지적했다. 

    기 의원은 "대통령께 사의를 전달했다 해도 대단히 엄중한 시기이고 처리해야 할 현안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에 임명권자의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는 묵묵하게 자신의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 대통령 참모의 역할"이라며 "대통령 참모의 역할로 보는 것이 아니라 기성 정치인의 정치적 행동과 담론으로 해석될 오해의 여지가 있다"고 질타했다. 

    이에 홍 부총리는 "오늘 기재위가 있고, 내일도 국회 예결위 종합 정책질의가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런 상황(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을 3억원 이상으로 낮추는 방안이 무산된 상황)에서 아무 일 없었던 듯 그냥 10억원으로 간다고 말씀드리는 것은 공직자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각종 정책서 여당과 이견 보여… 대부분 여당 의견 관철

    표면적으로 드러난 홍 부총리의 사의 표명 이유는 정부가 추진하던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을 3억원 이상으로 낮추는 방안이 여당의 반대로 무산됐기 때문이다. 사실상 증세 효과가 있는 과세기준 변화를 두고 역풍을 우려한 민주당이 부과기준 현행 10억원 유지를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는 홍 부총리의 사의 표명은 예견된 수순이라는 분석이다. 홍 부총리가 여당과 정책협의에서 지속적으로 의사 관철에 실패한 예가 많았기 때문이다. 

    홍 부총리는 2019년 증권거래세 인하와 미세먼지추경을 비롯해 2020년 긴급재난지원금과 2차재난지원금, 부동산 감독기구 신설, 재정준칙, 대주주 기준 등을 놓고 여당과 이견을 보였다. 정부와 여당이 재정준칙 관련 이견을 좁히지 못해 표류 중인 것을 제외하면 모두 여당의 뜻이 반영됐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통화에서 "그동안 여당과 끝없이 의견을 나누고 조율하는 과정에서 마음고생이 많았을 것"이라며 "누적된 피로감이 있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