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광복절 축사서 "이승만·안익태는 친일" 발언…野 "국민 편가르기, 파직해야"
  • ▲ 김원웅 광복회장이 15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 김원웅 광복회장이 15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김원웅 광복회장이 15일 광복절 경축 기념사에서 건국대통령인 이승만 전 대통령과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 선생을 '친일'로 규정하고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편향된 이념으로 국민 편가르기를 하고 있다"며 강력 반발하면서 김 회장의 파직을 요구하고 나섰다.

    김원웅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 기념사에서 "찬란한 우리 민족의 미래의 발목을 잡는 것은 친일에 뿌리를 두고 분단에 기생해 존재하는 친일"이라며 "친일 미(未)청산은 한국사회의 기저질환"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의 기념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경축사에 앞서 진행됐다.

    김원웅 광복회장 "이승만·안익태는 친일, 청산해야" 주장

    김원웅 회장은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민족반역자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유일한 나라가 되었고, 청산하지 못한 역사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며 "이승만은 반민특위를 폭력적으로 해체시키고 친일파와 결탁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가 친일·친나치 활동을 했다는 관련 자료를 독일 정부로부터 받았다"면서 "민족반역자가 작곡한 노래를 국가로 정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 한 나라 뿐"이라고도 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를 비롯한 행사 참석자들은 애국가를 따라 불렀다. 그런데 광복회장이 애국가 작곡가를 친일로 규정하고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김원웅 회장은 "현충원에서 가장 명당이라고 하는 곳에 일제에 빌붙어 독립군 토벌에 앞장섰던 자가 묻혀있다"며 고(故) 백선엽 장군의 대전현충원 안장도 문제 삼았다. 김 회장은 "이런 친일·반민족인사 69명이 지금 국립현충원에 안장돼있다"며 "친일을 비호하며 자신을 보수라고 말하는 것은 매국노 이완용을 보수라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나"고 주장했다.

    통합당 "김원웅 파직해야" 강력 반발

    김원웅 회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통합당 의원들은 강력 반발했다. 김기현 통합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깜냥도 안되는 광복회장의 망나니짓에 광복절 기념식이 퇴색돼버렸다"며 "정작 일본에는 한마디도 제대로 못하면서, 국민을 상대로 칼을 겨누고 진영논리를 부추기는 사람은 광복회장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참을 수 없는 모욕을 느낀다. 더불어민주당의 친일파 후손부터 내쫓으라"고 적었다.

    허은아 통합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사회 분열의 원흉이 된 김원웅 회장의 기념사는 도저히 대한민국 광복회장의 입에서 나올 수 없는, 아니 나와서는 안 될 메시지였다"며 "반일 친북, 반미 친문의 김원웅 회장은 파직돼야 한다"고 했다. 

    통합당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김원웅 회장이 과거 공화당, 민정당에 몸담았던 전력을 언급하며 "진보진영이 저주해마지 않는 박정희의 공화당에 공채 합격해서 전두환의 민정당까지 당료로 근무한 김원웅, 한나라당 창당에 참여해 한나라당 후보로 당선된 김원웅의 역사는 어떻게 지우시겠느냐"고 비꼬았다. 

    김 교수는 "친일 잣대만으로 이승만을 비난하고 안익태를 민족반역자로 저주한다면, 독재 잣대만으로 김원웅은 부역자로 비난받아야 한다"고 했다.

    제주도 광복절 행사도 파행

    제주도에서는 원희룡 제주지사가 김 회장의 기념사를 문제삼으면서 광복절 행사가 파행했다.

    원희룡 지사는 제주도 75주년 광복절행사에서 미리 준비한 경축사를 거부한 뒤 김원웅 회장의 기념사에 동의할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광복절 75주년을 맞은 역사의 한 시기에 이편 저편을 나눠 하나만이 옳고 나머지는 모두 단죄 받아야 되는 그런 시각으로 역사를 조각내고 국민을 다시 편가르기 하는 김원웅 광복회장의 시각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며 "앞으로 이런 식의 기념사를 또 보낸다면 광복절 경축식에 모든 계획과 행정집행을 원점에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원웅, 과거 통진당 이석기 찬양 등 정치적 편향 행보

    반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사과나 유감 표명 없이 오히려 김원웅 회장을 두둔하고 나섰다. 민주당 당대표 후보인 박주민 의원은 이날 광복회를 직접 찾아가 김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친일 청산은 여당 야당의 정파적 문제도 아니고, 보수·진보 이념의 문제도 아니라 국민의 명령이라는 회장님의 광복절 축사를 깊이 새기고 있다"고 추켜세웠다. 

    송영길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온전히 청산되고 있지 못한 친일 역사는 독립 선열들 앞에 고개 들기 어려운 부끄러움"이라며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이 국립현충원에 안장된 현실을 선열들 앞에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김원웅 광복회장의 정치적 편향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김원웅 회장은 지난해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을 찬양하고 자유한국당을 폄훼하는 등 정치적 중립을 어긴 이유로 내부 상벌위원회에 제소되기도 했다. 통진당은 박근혜 정부 때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정당으로 해산된 정당이다. 김 회장은 지난해 6월 취임 이후 독립운동을 하다 월북해 북한에서 최고위직을 지낸 약산 김원봉 서훈을 추진하기도 했다. 광복회 정관에는 '정치적 중립'이 명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