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지난 3년간 사건 비공개… 文-뉴질랜드 총리 통화로 알려져
  • ▲ 문재인 대통령과 재신더 아던 뉴질랜드 총리.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과 재신더 아던 뉴질랜드 총리. ⓒ뉴시스
    외교부가 뉴질랜드에 근무하던 당시 현지인 백인남성 직원 성추행 의혹을 받는 외교관에게 3일 귀국을 지시했다. 이와 함께 외교부는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에서 불쑥 A씨 관련 의혹을 언급하는 등 이례적 행태를 보인 것에 사실상 유감을 표명했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A씨에 대해서는 최단시간 내에 귀국하도록 했다"면서 "여러 가지 물의가 야기된 데 대한 인사조치 차원"이라고 말했다. 

    A씨는 뉴질랜드 주재 대사관에서 근무하던 2017년 말 대사관에서 동성 직원 B의 신체부위를 만지는 등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이 문제로 2019년 감봉 1개월의 징계처분이 확정됐지만 B씨와 뉴질랜드 측은 "본국에 들어와 경찰 수사를 받으라"고 요구했다. 외교부는 지난 3년간 이 사건을 비공개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지난달 28일 문재인 대통령이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의 정상 간 통화에서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한국 정부, 외교관 면책 특권 앞세워"
     
    정상 간 문제제기에 이어 윈스턴 피터스 뉴질랜드 부총리 겸 외교장관까지 "한국 정부가 외교관 면책특권을 앞세워 협조하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외교부는 A씨에게 귀임을 명령하는 동시에 뉴질랜드 측에는 언론을 통해 이 문제를 거론하는 것과 관련해 자제를 요청했다. 이번 사안은 범죄인 인도요청 등 사법협력 절차로 풀어야 한다며 "뉴질랜드 측이 공식적인 사법 요청 없이 언론을 통해 계속 문제제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양국 정상 간 통화에서 예고 없이 이 문제를 제기한 것에도 이 당국자는 "외교관례상 매우 이례적"이라고 강조했다. 김정한 외교부 아태국장이 이날 오후 필립 터너 뉴질랜드 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이 같은 정부 견해를 전달했다.
       
    뉴질랜드 수사당국은 지난해 A씨 체포영장을 발부했지만 한국 정부의 비협조로 영장을 집행할 수 없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뉴질랜드 수사당국의 현장조사 및 대사관 내 폐쇄회로TV(CCTV) 영상 확인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2018년 2월 임기를 마치고 뉴질랜드를 떠났다. 현재는 필리핀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 "국가 명예 크게 훼손, 한국서 처벌해야"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A씨를 성추행·명예훼손·품위유지의무 위반 등의 혐의로, 강경화 외교부장관을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지난 1일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고 이날 밝혔다.

    민생대책위는 고발장에서 "외교부에서는 성추행 사건을 개인문제로 치부하는데, 이는 국민을 기만하고 대통령을 모독하는 것"이라며 "성추행을 저질러 국가 명예를 크게 훼손한 A씨에 대해 신속하고 공정한 법 적용이 필요하다. 잘못한 것이 있으면 한국에서 엄히 처벌해야 한다"고 검찰에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어 강 장관과 관련해서도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에서 A씨를 거론하는 등 이 사건이 외교적 문제로 비화했는데도 강 장관은 이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고 묵과했다"며 "이는 관리자로서의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