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개위, 27일 '총장 권한 축소' 골자로 한 권고안 발표… 법무장관, 직접 수사지휘 등 '독소조항'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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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남준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장이 27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룸에서 검찰 총장 권한 축소 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자문기구인 법무·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김남준)가 27일 '검찰총장 권한 축소'를 제도화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여기에는 △검찰총장 수사지휘‧감독권 분산 △검사 인사 의견 진술과정 개선 △검찰총장 임명 다양화 등 3가지 안이 담겼다.당장 검찰 안팎에서는 법무부가 '윤석열 죽이기'를 넘어 '검찰 죽이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검찰에 부여된 최소한의 수사 독립성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검찰총장의 권한을 완전히 해체하는 조치라는 것이다.일각에서는 '검언유착' 의혹을 받던 한동훈 검사장을 대상으로 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의 수사 중단 및 불기소 결정으로 역풍을 맞은 추 장관이 검찰개혁위를 앞세워 '힘 과시'에 나섰다는 의견도 있다.검찰개혁위 "검찰총장 권한 비대… 견제수단 필요"검찰개혁위는 이날 오후 2시 법무부 7층 대회의실에서 제43차 회의를 연 뒤 '검찰총장 권한 축소'를 골자로 하는 내용의 권고안을 발표했다.이 권고안에는 검찰총장 수사지휘‧감독권을 고검장‧지검장 등에게 분산하고, 검사 인사 때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 진술 절차를 수정하는가 하면, 검찰총장 임명도 다양화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검찰개혁위는 "검찰총장에게 집중된 수사지휘권을 분산하기 위해 검찰청법 8조 등을 개정 추진할 것을 권고한다"며 "검찰총장의 구체적 수사지휘권은 폐지하고 각 고검장에게 분산할 것"을 권고했다.검찰개혁위는 권고안의 필요성에 대해 "검찰총장이 전국 검찰청의 모든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갖고 있어 권한이 비대하고, 집중된 권한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견제 수단이 마땅하지 않아 해결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총장이 수사를 진두지휘하면 검사들이 '무조건 기소'를 목적으로 수사하고, 그 결과 과잉·별건·표적수사 문제가 발생한다"는 주장을 내세운 것이다.'과잉수사 방지용'이라고?… '권력 수사 차단' 포석그러나 실제로는 법무부가 검찰개혁위를 앞세워 '검찰 무력화' 작업에 착수했다는 게 검찰 안팎의 다수 의견이다.우선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고검장‧지검장 등에게 분산하는 것은 권력 수사를 위한 검찰의 기능을 완전히 무력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보장하는 것은 권력 수사에 따른 정권의 개입을 막고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한다는 취지다. 이에 현행법은 검찰청법 8조에 따라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도 극히 제한해왔다.그럼에도 추 장관은 이달 3일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해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바 있다.그런데 검찰개혁위의 권고안대로라면 검찰총장은 앞으로 구체적 사건에 관해 지시할 수 없고, 법무부장관이 전국 6개(서울·수원·대전·대구·부산·광주) 고검장을 수사지휘하면서 수사에 직접 관여하게 된다.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번 검언유착 의혹사건 수사를 강행하면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내부에서도 무리라는 의견이 많았는데 추 장관과 이성윤 지검장이 합작해 밀어붙였다는 말이 나오지 않나"라며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분산하면 비단 검언유착 사건처럼 사회적으로 이슈가 큰 사건뿐만 아니라 정권에 대한 수사에서 검찰 외부의 개입 여지가 커진다는 뜻이다. 사공이 많아지면 배가 산으로 가는 꼴이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법무장관 '총장 권한' 가져… 검찰 무력화 작업 착수특히 검사 출신이 아니더라도 외부인사 등이 검찰총장에 임명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돼 검찰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검찰총장 임명 대상을 비(非)검사 출신으로 확대하는 것은 그만큼 검찰 권력을 축소하고 정부의 개입을 강화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지기 때문이다.검사 출신의 또 다른 변호사는 "비검찰 출신을 검찰총장 자리에 앉히겠다는 것은 누구라도 정권 입맛에 맞는 사람이면 검찰청 수장 자리에 앉혀 정부가 (검찰을) 좌지우지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검찰의 무력화를 떠나 대한민국 사법기관이 붕괴하는 것"이라고 개탄했다.검사 인사가 당장 이번 주로 예정된 상황에서 '검찰 인사 의견진술 절차'를 손보는 내용도 포함돼 논란이다. 현행 검찰청법 34조에는 '검사 임명과 보직할 때 법무부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제청한다'고 규정됐다.그런데 검찰개혁위는 "법무부장관은 검사의 보직을 대통령에게 제청함에 있어 검찰인사위원회의 의견을 듣도록 하라"며 "검찰총장도 검사의 보직에 대한 의견을 검찰인사위에 서면으로 제출하도록 하라"고 권고했다.검개위 권고→법무부 수용 패턴 반복… 민변 출신 김남준, 권고안 주도앞서 추 장관은 지난 1월 취임 후 첫 인사에서도 윤 총장의 의견을 듣지 않고 인사를 강행해 비판받았다. 당시 추 장관은 한동훈 검사장 등 윤 총장의 최측근을 대거 지방으로 좌천시켰다. 추 장관은 검찰 인사가 임박한 이날까지도 윤 총장과 단 한 차례의 논의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이날 제출된 권고안을 추 장관이 수용하면 법무부는 즉각 검찰청법 개정작업에 착수한다. 최근 검찰개혁위가 권고안을 내면 법무부가 이를 수용하는 형태로 주요 현안이 처리됐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법무부가 권고안을 그대로 수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후 국회 입법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민주당이 176석을 보유한 현 상황에서 이 같은 절차 역시 수월하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인 2017년 8월 출범한 검찰개혁위는 교수·변호사·기자 등으로 구성된 법무부의 자문기구다. 출범 이래 지난달까지 총 20차례(긴급권고안 제외)의 권고안을 냈다.이번 '검찰총장 권한 축소' 권고안은 좌파성향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법위원장 출신인 김남준 위원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