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00만원 ‘부정확한 정보의 영향’ 연구 입찰… 靑 '정부 부처 가짜뉴스 대응실태' 점검 나서
-
국방부가 지난 18일 소위 ‘가짜뉴스’에 대응하는 연구의 입찰공고를 낸 것이 확인됐다. 문제는 이 ‘가짜뉴스’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다.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전군 지휘관이 모인 자리에서 9·19남북군사합의를 비판한 언론 보도를 싸잡아 ‘가짜뉴스’라고 비난한 바 있다.
- ▲ 국방부가 지난 18일 국방전자조달시스템에 올린 연구용역 공개입찰 공고. ⓒ방위사업청 전자조달시스템 캡쳐.
국방부, ‘청와대 질책으로 훈련 연기’ 보도 후 연구용역 공고
방위사업청 국방전자조달시스템에 따르면, 국방부는 지난 18일 ‘부정확한 정보가 국방정책 추진에 미치는 영향 및 대응방안’이라는 연구용역 입찰공고를 냈다. 요청서를 올린 부서는 국방부 정책기획관실 기본정책과로, 연구 수행 기간은 계약일로부터 4개월, 용역비는 3600만원이다.
국방부는 “국방 관련 부정확한 정보의 발생을 예방 또는 최소화하고, 발생 시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SNS 등의 대중화로 뉴스를 전하는 주체와 내용이 다양해지면서 부정확한 정보가 대량으로 유포될 가능성은 커진 반면, 관련 연구 부족과 대응방안이 정립되지 않아 국방부가 중요 현안 또는 핵심정책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것이 국방부가 밝힌 연구 이유였다.
이 연구를 통해 부정확한 정보의 정의와 유형, 유형별 특성 및 사례, 주요 생산자를 특정하고, 부정확한 정보의 효과적 차단 방안을 마련함과 동시에 그 근본 요인을 제거하는 방안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국방부 요구사항이다.2019년 12월 전군 지휘관 회의서 “남북군사합의 비판 기사는 가짜뉴스”문제는 ‘부정확한 정보’, 즉 ‘가짜뉴스’의 범위다.
지난해 12월5일 국방부 대회의실에서는 전군주요지휘관회의가 비공개로 열렸다. 정경두 국방장관과 박한기 합참의장 등 군 수뇌부들이 참석했다. 이 회의에서는 9·19남북군사합의에 관한 언론 보도 분석 및 평가 브리핑이 있었다고 동아일보 등이 보도했다.
당시 회의에서 대북 군사협상에 관여한 한 군 관계자가 준비한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화면에 띄운 뒤 남북군사합의를 비판하는 언론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때 남북군사합의를 비판한 기사를 모자이크 형태로 모아 편집한 뒤 중앙에 ‘Fake(가짜)’라는 빨간 낙인을 찍은 장면도 포함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던 군 관계자는 “이런 ‘가짜뉴스’들이 9·19남북군사합의 관련 사실을 왜곡하고 국민을 혼란시킨다”며 “이런 기사에 우리 군과 지휘관들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 ▲ 통일부는 지난 5월 4일부터 소위 '가짜뉴스 대응'이라는 코너를 통해 유튜버들의 주장을 반박하는 카드뉴스를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있다. ⓒ통일부 홈페이지 캡쳐.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정부 부처 가짜뉴스 대응실태 점검”
남북군사합의를 비판한 보도는 모두 ‘가짜뉴스’로 낙인찍는 국방부의 행태는 지난해 청와대의 행태에서 예견됐다.지난해 8월19일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이 7월 말부터 국방부·통일부·산업통상자원부·방송통신위원회 등 4개 부처에 ‘가짜뉴스 대응실태’를 점검 중”이라는 보도가 청와대에서 나왔다. 반부패비서관실은 4개 부처로부터 오보 대응 현황, 대응 매뉴얼 등을 받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각 부처 공보문제는 국민소통수석실 산하 국정홍보비서관이 총괄하는데 민정수석실에서 나섰다는 점으로 보면 감찰 아니냐”고 일부 언론이 지적했다. 특히 공무원들의 비위를 감찰하는 부서가 ‘언론 대응’을 점검했다는 데 의아해 했다.이에 청와대 관계자는 “감찰이 아닌 실태 점검이었을 뿐”이라며 “반부패비서관실의 통상적이고 고유한 업무”라고 반박했다.
5월부터 유튜버 반박 나선 통일부, 한발 늦은 국방부
국방부의 연구용역 공고가 하필 해상합동화력훈련을 6월로 연기한다고 공개한 날에 난 것도 눈길을 끈다. 국방부는 지난 18일 “군 내부의 정상적인 의사결정에 따라 해상합동화력훈련을 연기하기로 했다”면서 “그런데도 마치 다른 요인이 작용한 것처럼 왜곡·과장보도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훈련 연기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편향보도한 언론에는 정정보도를 청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훈련 예비 실시일인 22일에도 기상 상태가 좋은데 왜 연기하느냐'는 질문에 국방부는 “그건 여러분이 현장에서 직접 봐야만 알 것”이라고 답했다. 20일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훈련 예정인 경북 울진군 앞바다의 파고는 0.5~1m에 불과하다.
국방부는 20일 '가짜뉴스 대응' 연구용역 보도가 나간 뒤 본지에 "해당 연구용역은 올해 초부터 계획했던 것"이라며 "공고 날짜가 공교롭게도 18일이었다"고 연락해 왔다.
한편 지난해 8월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실의 ‘점검’을 받은 부처 중 하나인 통일부는 5월4일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가짜뉴스 대응’ 코너를 만들어 ‘카드 뉴스’를 올린다. 20일 현재 2개의 ‘카드 뉴스’가 올라와 있다. ‘문갑식 TV’와 ‘김흥광 튜브’를 대상으로 한 반박 내용을 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