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9월 학기제 공론화" 주장에 쐐기… 교육계도 ‘신중론’… 실현 가능성 낮아
  • ▲ ⓒ정상윤 기자
    ▲ ⓒ정상윤 기자
    우한 코로나(코로나-19) 사태로 개학 연기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9월 신학기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속속 나왔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제동을 걸었다. 교육계도 9월 학기제는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데다 막대한 비용이 소요돼 당장 현실화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윤재관 청와대 부대변인은 23일 오후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유은혜 부총리에게 지난 17일 발표한 초·중·고 개학 연기 후속조치와 개학 준비계획을 보고받았다"며 "최근 제기된 9월 학기제 시행과 관련해서는 개학 시기 논의와 연계해 이를 논의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9월 학기제는 지난 21일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페이스북을 통해 공론화 필요를 제안하면서 교육계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9월 학기제는 초·중·고교와 대학교의 새 학기를 3월이 아닌 9월부터 시작하는 제도다. 미국과 유럽, 중국 등 대부분의 나라에서 운용한다. 

    김 지사는 "3월에 개학하는 나라는 OECD 국가 중 우리나라를 제외하면 일본과 호주밖에 없다"며 "개학이 더 늦어진다면 이참에 9월 신학기제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도 22일 "학제 개편을 위해서는 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9월 학기제를) 진지하게 논의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호응했다. 우한코로나가 언제 종식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학교 교과 운영 정상화를 위해 9월 학기제 도입을 논의해보자는 주장이다.

    김경수, “‘9월 학기제’ 공론화하자”… 文 “논의 바람직하지 않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개학 연기가 장기화함에 따라 9월 학기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글이 잇따라 등장했다. 현재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 같은 내용의 청원이 4개 이상 올라온 상태다.

    9월 학기제가 도입되면 현재 3월, 9월인 1·2학기 시작이 각각 9월, 1월로 바뀐다. 2월 봄방학이 사라지고 겨울방학도 줄어들지만 여름방학은 6월에 시작해 1개월 늘어난다. 앞서 김영삼·노무현·박근혜 정부 시기에도 국제적 통용성 등을 이유로 들어 9월 학기제 도입을 검토했지만, 예산 등의 현실적 문제로 매번 무산됐다. 

    우한코로나로 인한 개학 연기 장기화에 따라 9월 학기제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지만, 정부가 이에 선을 그은 만큼 당장 신학기제를 시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교육계에서도 9월 학기제 도입은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예산과 교육과정 등 고려해야 할 문제가 많아 여러 부작용이 따른다는 이유에서다. 

    9월 학기제 도입 시 예산 등 문제 산적… 교육계 “신중해야” 

    가장 큰 문제는 예산이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2015년 발표한 ‘9월 신학년제 실행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3월 입학을 6개월 앞당기는 경우 첫 학년에 신입생이 2배로 늘면서 12년간 약 10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신입생이 일시적으로 늘어나는 만큼 교원을 더 뽑아야 하고, 교실도 확충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감염병 장기화에 떠밀려 섣불리 신학기제 문제를 논의해 혼란을 부추길 때가 아니다”라며 “국민의 불안감에 편승해 정치적 이슈 몰이 수단으로 의제화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꼬집었다.

    교총은 “현 시점에서 신학기제를 도입하자는 건 전혀 설득력이 없고 무책임한 것”이라며 “신학기제 논의는 장단점을 철저히 검증하고 사회적 파장과 비용을 고려해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고교 A교장은 “신학기제를 도입하려면 교육과정과 학사일정, 회계연도, 기업 채용, 국가고시 일정 등 모든 일정도 조정해야 한다”며 “충분한 준비기간 없이 코로나-19로 인해 갑작스럽게 제도를 들인다면 큰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