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개성공단지원재단 주장에 민주·정의당 반색… 전문가들 "오히려 바이러스 확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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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이 "개성공단에서 마스크를 생산하면 누구에게나 마스크를 지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뉴시스
우한코로나(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통일부 산하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과 범여권 정당들로부터 "개성공단을 재가동해 마스크를 생산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공급이 어려워진 마스크를 개성공단에서 생산하면 수요를 맞출 수 있다는 것이다. 각계 전문가들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은 지난 10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개성공단을 재개해 마스크를 생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이사장은 "개성공단에 의료봉제업체 73곳이 있고, 이곳은 기본적으로 이중면마스크 생산이 가능하다"며 "마스크 1개 제조업체가 한 달 풀 가동하면 600만장, 73개사가 한 달 풀가동한다면 5000만 명 누구에게나 면마스크를 지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김 이사장은 "늦어도 3주, 한 달이면 공장이 정상 가동 가능할 것이라는 게 기업들의 판단이고, 개성공단 가동이 남북관계도 복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이런 주장을 정부에도 제안했다.전문가 "남북협상, 유엔 대북제재 문제 산적"통일부 산하 기관인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은 개성공업지구의 행정과 지원을 위해 설립됐다. 재단 운영은 100% 정부 예산으로 운영된다.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의 연봉은 1억4000여 만원이다. 사실상 정부 당국자가 개성공단 마스크 생산을 공론화한 것이다.반면, 국내 마스크 제조업체 관계자들은 김 이사장과 생각이 달랐다. 한 마스크 제조업체 관계자는 "책상에 앉아 생산량을 기계적으로 세는 것은 우리도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전체 마스크 공장이 풀 가동하면 하루 3000만 장 생산도 가능하다"고 말했다.이 관계자는 "한 달 후 개성공단을 돌릴 수 있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몇 년간 방치됐던 기계와 생산라인을 한 달이면 풀가동할 수 있다는 말은 처음 들어본다"고 어이없어 했다. -
- ▲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개성공단 마스크 생산이 남북관계 개선에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라며 "정부가 문제 해결에 나서라"고 주장했다. ⓒ뉴시스
의료계는 개성공단에서 생산하겠다는 '면마스크'의 실효성과 전염지역 확대를 우려했다. 한 대학병원 감염내과 전문의는 "면마스크는 관리하는 데 애로사항이 많아 오히려 전염력이 커질 수 있다"며 "개성공단이 재개되면 방역장비가 미약한 상태에서 공장을 운영하게 될 텐데, 그 안에서 남과 북 근로자들이 만나 전염 사태가 일어나면 오히려 방역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북측 근로자에게 노동 시 제공할 방역장비는 어떻게 제공할 것인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제조업체 "전형적인 탁상공론… 말도 안 되는 이야기"김 이사장의 맹목적 친북 행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 이사장은 과거 "북측 근로자의 임금이 무기로 전용된 것은 사실에 대한 왜곡" "개성공단은 북측이 우리가 계속하자고 하니 특혜적 조치로 땅을 내놓은 것"이라고 주장했다.통일전문가들은 외교적 문제를 지적하며 문재인 정부 인사들의 친북적 발언이 오히려 개성공단의 가치를 하락시키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개성공단을 재개하려면 유엔 대북제재와 남북협상 등 넘어야 할 외교적 과제가 산적해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뜬금없는 제안은 국민들도 의아해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 4년차가 되도록 못한 일을 어떻게 갑자기 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문제는 많은 우려에도 범여권 정당들이 김 이사장의 주장에 호응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11일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남북이 협력해서 개성공단의 부분가동을 통해 마스크를 생산할 수 있다면 마스크 품귀현상 해소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남북관계 개선에도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라며 "정부도 적극적으로 해당 문제의 해결을 위해 나서주시길 부탁한다"고 촉구했다.박광온 민주당 최고위원도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의 제안에 주목한다"며 "코로나-19 극복과 우리 경제를 위한 주요 방안"이라고 극찬했다.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도 10일 의원총회에서 "이미 가동을 멈춘 지 4년이 넘은 개성공단이 더 늦으면 더 이상의 기회는 없다"며 "코로나-19 대응을 계기로 개성공단을 열고 남북관계를 적극적으로 풀어나가자"고 주장했다. 정의당은 11일, 개성공단협의회와 간담회를 열고 이 문제를 논의했다.호응하는 민주·정의 "남북관계 개선에 새로운 전기 될 것"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코로나-19 방역장비의 개성공단 생산 제안'이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이 청원에는 11일 오전 11시 기준 10297명이 동의했다.통일부는 현실적 어려움을 인정하면서도 가능성은 열어뒀다. 통일부는 11일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개성공단 마스크 생산 주장과 관련해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당장 추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정부는 개성공단이 재가동돼야 한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 재가동을 위해서는 시설점검 기간도 필요하고, 원자재를 개성으로 반입하는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총선을 앞두고 본인들 지지층인 좌파 평화경제론자들만 바라보는 무책임한 모습"이라며 "북한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 자명한데 방역에 집중해야 할 세계 3위 코로나 강대국에서 이 같은 주장이 나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개성공단은 2016년 2월 폐쇄됐다. 당시 북한은 4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강행했고, 박근혜 정부는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중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