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씨 측, 9일 '방어권 보장' 보석 청구… "증거인멸 피의자 보석 가능성 낮지만 '편파' 논란 재판장 변수"
  •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씨. ⓒ정상윤 기자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씨. ⓒ정상윤 기자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의혹 등 조국 일가의 각종 비위를 주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55) 전 법무부장관의 부인 정경심(58)씨가 재판부에 보석을 청구했다. 구속 위기에 몰렸던 남편 조 전 장관의 영장이 기각된 만큼 그동안의 태도를 바꿔 "방어권 보장을 위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법조계에서는 정씨의 주요 혐의 중 하나인 증거인멸의 우려가 보석청구의 주요 기각 사유인 만큼 정씨의 보석청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다만 정씨의 재판장이 '편파재판' 논란을 불러일으킨 송인권 부장판사라는 점에서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정씨 측 변호인인 김칠준 법무법인 다산 변호사는 9일 "방어권을 보장받기 위해 불구속 재판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로 보석청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비공개로 진행된 정씨의 사문서위조 5차 공판준비기일을 마치고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다. 

    김 변호사는 "피고인 입장에서는 검사와 대등한 위치에서 자기자신을 방어해야 하는데, 수감된 상태에서, 건강도 좋지 않은 상태에서 방어권을 행사하기가 너무나 힘들다"고 주장했다.

    정씨 주요 혐의 중 하나인 증거인멸, 보석청구 '기각' 사유

    정씨 측은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지속적으로 뇌경색·뇌종양 등 건강문제를 제기했지만 정작 구속 이후로는 보석을 청구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조 전 장관의 구속심사를 염두에 둔 정씨의 재판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법원은 그동안 "너무 가혹하다"는 취지로 부부 동반 구속을 지양했다. 실제로 조 전 장관의 영장 기각에도 정씨의 구속상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보석과 관련해 정씨가 입장을 바꾼 것이 조 전 장관의 영장기각 때문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형사소송법 제95조는 피고인이 사형·무기나 10년 이상 징역과 금고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지른 경우 상습범, 증거인멸, 도주의 우려 등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석을 허가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정씨 측 변호인이 건강상 문제와과 함께 "재판의 대원칙은 불구속 재판"이라고 강조한 것도 그래서다.

    문제는 정씨의 주요 혐의 중 하나가 보석청구 기각 사유인 증거인멸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정씨는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투자 의혹, 증거인멸 등 크게 3가지 분야에서 총 15개 혐의를 받는다.

    증거인멸과 관련, 정씨는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 지난해 9월께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의 직원들에게 사무실에 있는 자료를 인멸하게 지시했다는 혐의(증거인멸 교사)를 받는다. 자신의 자산관리인 한국투자증권 프라이빗뱅커(PB) 김모 씨에게 자신의 동양대 연구실과 자택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교체하라고 지시한 혐의(증거위조 교사·증거은닉 교사)도 있다.

    이런 이유로 법조계에서는 정씨의 보석 가능성을 낮게 점쳤다. 증거인멸 가능성이 있는 피고인의 보석청구가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한 고위 법조인은 "법조계에서는 조 전 장관의 영장이 기각되면 정씨가 보석신청을 할 것이라는 예상을 해왔다"면서 "예상대로 정씨가 보석을 청구했지만, 만약 이것이 허가된다면 그 자체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이 법조인은 "주요 혐의 중 하나가 증거인멸인 피고인인데, 석방돼 나가게 되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편파진행' 송인권이 변수… "허가되면 비판 직면"

    다만 보석청구 심사를 맡을 재판장이 편파진행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의 송인권 부장판사는 정씨의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하며 변호인 측이 청구하지도 않은 보석을 먼저 언급하는가 하면 변호인 측에 대법원 판례까지 제시하며 '힌트'를 주는 행위도 일어났다.

    지난달 19일 4차 공판준비기일에서는 결국 송 판사의 절차진행에 반발한 검찰과 재판부가 법정에서 고성을 주고받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를 두고 각계에서 편파진행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자 송 판사는 결국 전날 5차 공판준비기일을 비공개로 진행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정에서 송 판사의 편파진행과 관련해 계속해서 논란이 발생하고, 판사가 청구되지도 않은 보석을 먼저 언급한 일이 있는 만큼 보석 심사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정씨의 보석이 허가될 경우 조 전 장관의 지지자를 제외한 일반국민은 또 다시 분개하는 일이 생기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