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교육청 '2022년 20%' 계획 발표, 학력미달률 전국평균치 '2배 이상'… 교육계 “현실 무시한 행정”
  •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9일 오후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서울특성화고 미래 교육 발전 방안'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기륭 기자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9일 오후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서울특성화고 미래 교육 발전 방안'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기륭 기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역점사업인 ‘혁신학교 확대정책’이 난항을 겪는다. 학력저하 등으로 인한 현장의 반발 탓이다. 고등학교의 경우 혁신학교가 1년째 단 한 곳도 늘지 않았다. 교육계는 “조 교육감이 현장에서 원치 않는 혁신학교를 막무가내로 우후죽순 늘려가며 비민주적 행태를 보인다”고 비판했다.

    21일 서울시교육청과 교육계에 따르면, 최근 공모에서 추가 지정된 혁신학교는 초·중학교 총 8곳이다. 종암·중랑·양원·포이·신성·보라매·정수초등학교와 연신중학교가 대상이다. 이들 학교는 2020년 3월1일부터 4년간 혁신학교로 운영된다.

    하지만 이번 공모에서 고등학교 추가 지정은 ‘제로(0)’였다. 공모에 지원한 고교가 없었기 때문이다. 올해 두 차례 공모에서 3월1일자로 가재울고(서대문구)가 신규 지정된 이후 추가 지정된 고교 혁신학교는 단 한 곳도 없다.

    고교 혁신학교 추가 지정 1년째 ‘0’… 신규 지정 전체 학교 수도 ‘급감’

    문제는 혁신학교를 회피하는 경향이 뚜렷한데도 조 교육감이 ‘혁신학교 확대’라는 엉뚱한 정책을 고집한다는 점이다.

    시교육청은 지역 내 공·사립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매년 4~7월과 9~11월 두 차례에 걸쳐 혁신학교를 공모·지정한다. 2017년 공모를 통해 신규 지정된 혁신학교는 28개교였으나, 2018년 21개교, 올해는 15개교로 감소했다. 지난 3년간 감소폭이 확대하는 추세를 보인 것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시교육청은 ‘서울형 혁신학교’ 비율을 2022년까지 2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조 교육감이 감소 원인 파악이나 현장 의견을 무시한 채 ‘막무가내식’ 확대를 추진한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조 교육감이 추진하는 ‘서울형 혁신학교’는 입시 위주의 교육과정에서 벗어나 학생 중심으로 토의식 수업 등을 운영하는 학교 모델이다. 2009년 경기도에서 처음 도입한 이후 좌파 교육감이 대거 등장하면서부터 전국적으로 확산했다. 현재 전국 초·중·고교의 15%가 혁신학교라고 한다.

    서울형 혁신학교 현황을 보면, 초등학교는 607곳 중 169곳(27.8%), 중학교는 386곳 중 43곳(11.1%)이 있다. 고등학교는 전체 320곳 중 14곳(4.4%)만 혁신학교다.

    학력저하 탓인데… 대책 없이 혁신학교 비율 20%까지 올린다는 조희연

    조 교육감은 혁신학교 확대를 고집하지만, 현장의 시선은 냉소적이다. 혁신학교 확대정책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학력저하로 인한 학부모들의 반발이 워낙 거센 탓이다. 혁신학교를 추진하다 중단한 곳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송파구 헬리오시티의 가락초교와 해누리초·중교다. 이들 학교는 그동안 ‘예비혁신학교’로 운영됐으나, 학부모들의 반발로 내년부터 일반학교로 전환한다.

    이들 학교는 개교를 앞둔 지난해 말부터 혁신학교 지정을 놓고 시교육청과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당시 조 교육감은 ‘신설학교의 혁신학교 임의지정 방침’에 따라 이들 학교를 혁신학교로 지정하려고 했다. 그러나 예비 학부모들의 반대에 부닥쳐 기존 방침을 철회하고 세 학교를 1년간 혁신학교 시범단계인 ‘예비혁신학교’로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예비혁신학교가 혁신학교로 전환하는 조건은 일반학교와 동일하다. 교사 또는 학부모의 동의를 50% 이상 받고, 학부모도 참여하는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최종결정한 뒤 교육청에 신청해야 한다. 하지만 가락초교와 해누리초·중교는 모두 학부모들의 반대가 심해 이러한 절차를 아예 거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이 혁신학교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학력저하’ 때문이다. 혁신학교가 발표와 토론 중심의 수업을 지향하다 보니 성적관리와 대학입시에서 불리하다는 것이다. 교육청이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지정을 추진한 것도 혁신학교에 대한 거부감을 키웠다는 의견이다.

    교육입시전문가 A씨는 “혁신이란 말만 좋지, 실제로 혁신학교를 원하는 학부모는 많지 않다”며 “혁신학교의 학력저하가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A씨는 이어 “혁신학교의 운영 성과가 좋다면 학부모들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혁신학교는 좌파 교육감만 원한다”고 비판했다.

    혁신학교 고교생 기초학력 미달, 전국 평균치의 ‘2배 이상’

    실제로 2016년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보면, 혁신학교 고교생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11.9%로 전국평균치인 4.5%보다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학부모들이 우려하는 혁신학교의 학력저하 문제가 통계를 통해 사실로 증명된 셈이다.

    양희원 한국항공대 연구원과 강유림 연세대 연구원이 지난 7월 발표한 ‘서울형 혁신학교 시행이 학교 효과성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서도 좌파 교육감이 혁신학교의 장점으로 주장하는 창의성 등이 뛰어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논문을 보면, 창의성·자아개념·학교만족도 등에서 혁신학교는 일반학교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장기적으로는 혁신학교의 학업성취도가 일반학교에 비해 낮다는 결과도 있었다.

    교육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좌파성향의 조 교육감이 혁신학교 늘리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현장의 의견을 철저히 무시한다”며 “좌파 교육감의 독단적 행태로 인해 혁신학교에 대한 현장의 불신은 점점 커져만 간다”고 지적했다.

    서울권 4년제 대학의 한 교수는 “서울형 혁신학교에는 학교당 연간 5000만~6000만원가량의 예산이 들어간다”며 “혁신학교의 성과가 크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지금은 아무도 원하지 않는 곳에 국민 혈세만 버리는 꼴”이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