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개교 20년 국내 유일 문화재 전문가 양성 국립대학… “규모보다 특성이 대학 운명 좌우”
  • 대입 자원의 지속적 감소 탓에 대학의 앞날은 착잡하기만 하다. 전문가들은 “명성이 아닌 특수성을 가진 대학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입을 모은다. 수많은 대학들이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해 특성화 전략으로 교육혁신을 꾀하고 있는 이유다.

    충남 부여에 자리한 한국전통문화대학교는 출발부터 ‘특성화 강소대학’을 표방하며 탄탄한 입지를 다져왔다. 전통문화와 문화유산을 교육하는 국내 유일의 국립대학이다.

    특히 한국전통문화대는 지난해 6월 김영모 총장이 제7대 총장한 이후 재도약 시기를 맞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개교 이래 내부 인사로는 처음 총장 자리에 오른 이력 탓이 크다. 서울시립대 조경학과를 나와 같은 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김 총장은 2009년 한국전통문화대 전통조경학과 교수로 임용된 이후 교학처장, 총장 직무대리, 문화유산전문대학원장 등을 지냈다. 그만큼 김 총장이 학교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김영모 총장 "내년 개교 20주년 맞아 '제2의 창학' 준비 중"

    김 총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전통문화대는 내년 개교 20주년을 맞아 ‘제2의 창학’을 준비 중”이라며 “전문적 교육·연구와 다양한 교류 활동을 통해 세계적인 문화유산 명문대학으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김 총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내년 창학 20주년을 맞는다. 한국전통문화대는 어떤 대학인가?

    "한국전통문화대는 문화재청이 2000년에 설립한 4년제 특수목적국립대학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문화재와 전통문화를 담당할 전문인재의 양성이 필요하다는 정책적 판단에 따라 만들어졌다. 2개의 대학(문화유산대학·기술과학대학)과 7개 학과(문화재관리학과·융합고고학과·무형유산학과·전통미술공예학과·전통건축학과·전통조경학과·문화재보존과학과)로 이뤄져 있다."

    - 세부 특성화 교육 분야를 설명하자면?

    "우리 대학은 문화재분야에서 특화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문화재 발굴·보존·복원·관리부터 이를 활용한 문화콘텐츠 재창조와 문화재 R&D까지 전 분야를 다룬다. 아울러 학생들이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는 ICT융합의 문화산업기술을 배양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전임교원은 물론 무형문화재보유자·대한민국 명장·수리기술자 등 현장전문가 등이 교육에 적극 참여한다. 전통문화와 문화유산 가치를 체득하고, 전문가로서 자질을 함양할 수 있는 전통문화체험과 봉사, 글로벌 리더십, 현장실습, 융합과 창의 등의 특성화 교육과정을 운영 중이다."

    '문화재 전문가' 양성 목표… 문화재청과 연계한 교육인프라

    - 타 대학과 차별화된 특징이 있다면?

    "교내에는 현장에서 바로 활동할 수 있는 실무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다양하고 수준 높은 실기실습실을 보유하고 있다. 문화재청과 문화재연구소 유관기관 등 문화재 현장과 연계되는 교육 인프라를 잘 갖추고 있다는 게 한국전통문화대의 특징이다.

    2017년에는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단청장·목조각장·사기장·한산모시짜기 분야에서 ‘전수교육학교’로 선정됐다. 우리 대학 교육과정을 통해 일정 이상의 학점(3년 21학점)을 취득할 경우 ‘무형문화재 이수자 심사’를 받을 수도 있다.

    우리 대학은 전교생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기숙형 대학이기도 하다. 올해부터는 학습과 생활이 결합된 RC(Residential College) 프로그램을 운영해 창의·융합형 전인교육과 대학생활 적응능력, 진로 설계 등을 지원하고 있다."
  • ▲ 김영모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총장. ⓒ이기륭 기자
    ▲ 김영모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총장. ⓒ이기륭 기자
    - 대학 위치를 충남 부여로 정한 것은 역사·문화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 건가?

    "부여는 백제의 수도였던 사비지역으로 백제문화권의 중심이 된 도시다. 우리 대학은 백제문화권 사업의 일환으로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문화재를 교육·연구하는 대학 입장에서 백제의 고도이자 세계유산 도시 부여는 거대한 실습공간이 된다. 이는 교육적 지향점이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부여군과 상생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백제의 수도' 부여, 거대한 실습 공간… 지역과도 상생

    우선 부여군과 문화재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지역 발전을 돕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 대학은 현재 부여군민을 위한 역사문화·문화재 교육과 다문화가정을 위한 전통문화교육·체험활동 등을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대학을 지역 전통문화 거점공간으로 개방하고 공유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 전통문화 분야의 중요성과 향후 전망을 말해 달라.

    "전통은 우리 인류가 창의적으로 발전시켜 전해내려 온 문명의 꽃이다. 온고지신(溫故知新)·법고창신(法古創新)이라는 말처럼 역사적 성과를 토대로 사회를 발전시킨다는 측면에서 전통이 가진 근원적 가치는 시대가 변해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문화재를 바탕으로 한 교육과 관광, 문화재 ICT와 전통문화산업 등의 새로운 영역이 계속 창출될 것이다. 최근에는 레트로(Retro)를 넘어서서 뉴트로(New+Retro) 기반의 콘텐츠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전통문화는 콘텐츠라는 자원적 가치를 넘어 활용과 생산적 가치가 더욱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 학생 선발기준과 지원 전략 등을 소개해달라.

    "우리 대학은 학과별·전공별 1대 1방식의 소수정예 교육을 펼치고 있다.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교육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전통미술공예학과를 제외한 모든 학과는 정원을 20명 이내로 두고 있다.

    전형은 크게 특별전형과 일반전형으로 나눌 수 있다. 특히 2021학년부터는 특별전형 내 세부전형으로 ‘전통문화인재양성’ 전형을 신설했다. 학업의지와 발전가능성이 높은 인재들을 선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서류전형과 내신, 심층면접을 통해 학생을 모집한다.

    일반전형에서는 공교육 과정을 중심으로 한 자체 입학고사를 시행한다. 교육정책을 포함해 우리 대학만의 특수목적에 부합하는 독자성을 가진 입시시스템이다."

    전통문화, '뉴트로' 콘텐츠로 생산가치 확장… 공공가치 인재 양성도

    - 학령인구 감소·재정난 등 대학 위협 요소가 많은데, 향후 계획을 설명한다면.

    "타 대학과 같은 형태로 대학을 운영하는 건 경쟁력에서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전통문화대는 특수목적대학이다. 특히 소수정예로 운영되기 때문에 학령인구 감소시대에도 지속적으로 발전할 여지가 있다. 과거 대학들은 학과를 늘리고 등록금으로 재원을 확보해 각종 부속기관을 만드는 등 몸집을 키우는데 주력했다. 그러나 학교의 근간이 되는 입학자원이 줄면 규모 싸움은 의미가 없어진다. 결국 대학의 근본적 비전을 어디에 둘 건지 해답을 찾는 것이 현재의 어려움을 타파하는 유일한 해법이다.

    이제 대학의 위상만 보고 학교를 선택하는 시대는 지났다.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를 공부할 수 있는 곳, 즉 정체성이 분명한 대학이 주류가 될 것이다. 이에 따라 뚜렷한 특성화 전략을 지닌 한국전통문화대의 경쟁력은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 예상한다. 앞으로 우리 대학은 세계적으로 유일하고 집적화된 문화재 중심대학으로서 그 특성을 더욱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반드시 필요한 전통문화와 문화재를 향한 공공적 가치를 실현하는 인재를 양성하는데 매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