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민통선 내 멧돼지 사체서 ASF 검출… 환경부-농식품부 엇박자에 대처 지연
  • ▲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8일 강원 철원군의 양돈농장과 민통선지역을 방문,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을 위한 방역 현장을 점검했다. ⓒ뉴시스
    ▲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8일 강원 철원군의 양돈농장과 민통선지역을 방문,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을 위한 방역 현장을 점검했다. ⓒ뉴시스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내에서 발견된 야생 멧돼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야생동물을 통한 감염 가능성을 배제한 채 진행된 정부의 ASF 방역 대응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 정부는 뒤늦게 관리지역을 지정하고 야생 멧돼지 포획에 나섰다.

    14일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지난 12일 강원도 철원군 원남면 민통선 내 군부대에서 신고한 멧돼지 폐사체 2구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11일에도 이 지역과 경기도 연천군 왕징면에서 사살된 멧돼지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11~12일 이틀간 총 4마리의 ASF 감염 멧돼지가 발견된 것이다.

    정부는 북한 접경지역 내 멧돼지의 총기 포획을 뒤늦게 허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멧돼지의 이동반경이 커진 데다 번식기가 임박한 상황에서 차단에 나서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다. 멧돼지는 일반적으로 하루에 15㎞를 이동하지만, 번식기에는 최대 100㎞를 이동하기도 한다.

    야생동물관리협회 관계자는 “멧돼지가 ASF 확산의 주범인지는 모르지만 가능성은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라며 “야생 멧돼지에서 발병을 안 했으면 모르겠지만 발병한 멧돼지가 발견된 이상 전수포획을 목표로 빨리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환경부는 “처음 ASF에 감염된 멧돼지가 발견된 건 DMZ 남방한계선 위쪽이어서 우리나라에서 발생했다고 보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앞서 환경부는 첫 ASF 확진 다음날인 지난 9월18일 "한강을 거슬러 북한 멧돼지가 유입됐을 가능성이 낮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ASF 발생 초기부터 야생 멧돼지가 바이러스 전파의 매개체라는 분석에도 ASF 최초 발병 이후 4주가 지날 때까지 사육 돼지만 살처분해왔다.

    환경부는 그동안 "총기를 사용하면 멧돼지가 놀라 도망가 확산 우려가 있다"며 ASF 발생지역 인근의 총기 사용도 금지했다. 국방부 역시 "DMZ를 넘어온 멧돼지는 없다"며 야생 멧돼지에 의한 발병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여기에 ASF에 대응하기 위한 컨트롤타워가 부실한 점도 ASF 확산을 막지 못한 원인 으로 꼽힌다. 지난 9월17일 ASF가 국내에서 처음 발병한 뒤 관련 부처들은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야생 멧돼지로 인한 감염 가능성에 제때 대응하지 못한 것이다.

    돼지열병 확산 키운 ‘부처 간 엇박자’... 농식품부·환경부 서로 다른 정책과 기준

    대한양돈수의사회 김현섭 회장은 “감염된 멧돼지가 발견됐으니 ASF가 야생 멧돼지와 관련이 없다고 한 환경부 발표는 명확히 잘못됐다”며 “최근 사례를 보면 멧돼지 내에서의 확산이 눈에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환경부는 멧돼지를 보호의 대상으로, 농림축산식품부는 위험성이 높은 위해조수로 본다. 그래서 정책이 달랐던 것이고, 각자의 절차에 따라 행동한 것이기 때문에 늦장대응이다 아니다의 판단은 불가능하다”면서도 “농식품부와 환경부 간에 엇박자가 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ASF 방역정책 주무부처는 농식품부이지만, 야생 멧돼지 방역은 야생동물 관리를 담당하는 환경부가 맡고 있다. 농식품부는 양돈농가의 의견을 수용해 지난 5월부터 환경부에 개체 수를 1㎢당 3마리까지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환경부는 "의미 있는 수준의 멧돼지 개체 수 조절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환경부·국방부는 13일 접경지역을 4개의 관리지역으로 나눠 야생 멧돼지를 적극 사살하는 등 긴급 대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멧돼지 관리지역을 ▲감염위험지역 ▲발생‧완충지역 ▲경계지역 ▲차단지역 등 4개 관리지역으로 구분했다.

    특히 멧돼지 감염이 확인된 감염위험지역에서는 30㎢ 이내는 '위험지역', 300㎢ 이내 지역은 '집중사냥지역'으로 구분해 감염위험지역 전체 테두리에 멧돼지 이동을 차단할 수 있는 철책을 설치하는 대로 집중사냥지역에서 총기를 사용한 포획을 시행할 방침이다. 

    3개 부처가 공동으로 발표했지만, 야생 멧돼지 관련 실무는 환경부가 그대로 담당한다. 환경부는 철책 밖으로 멧돼지가 직접 이동하는 것 외에 쥐·새 등을 통한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 등도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