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에서도 식사자리 대화 내용 '함구'… 이럴 거면 보도자료 뭐하러 냈나
  • ▲ 11일 오전 10시 30분 조국 법무부 장관과의 대담에 앞서 기자회견을 연 청년단체 '청년전태일'.ⓒ전명석 기자
    ▲ 11일 오전 10시 30분 조국 법무부 장관과의 대담에 앞서 기자회견을 연 청년단체 '청년전태일'.ⓒ전명석 기자
    조국 법무부장관은 11일 자신의 딸과 관련해 "입시 의혹 등으로 박탈감을 느낀 청년층을 달래겠다”는 취지로 청년시민단체와 대담에 나섰다. 하지만 대담은 비공개로 진행했고, 식사자리에서 한 이야기는 함구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늘 청년들과 만남을 면피용으로 사용하지 말아야…”

    김종민 ‘청년전태일’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30분 조 장관과 대담 직전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조국 장관이 오늘 청년들과 만남을 면피용으로 사용하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 대표는 “지난 8월 말 당시 조 후보자가 청년들이 제안한 대담에 오지 않아 매우 실망했다”며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흙수저 청년의 마음을 10분의 1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힌 조 장관에게 현실이 어떠한지 직접 이야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부모의 자산과 소득에 따라 주어지는 기회와 누릴 수 있는 특권이 달라진다”며 “태어날 때부터 삶이 결정되는, 출발선이 다른 이 사회에 대해 청년들은 분노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늘 대담을 앞두고 조 장관에게 전달할 청년들의 메시지를 모았다”며 “하루 만에 쏟아진 청년들의 메시지는 그야말로 우리 사회에 대한 울분으로 가득하다”고 밝혔다.
  • ▲ 11일 조국 법무부장관과의 대담에 앞서 한 기자회견을 마치고 화이팅 포즈를 하며 단체사진 촬영하는 청년단체 '청년전태일'.ⓒ전명석 기자
    ▲ 11일 조국 법무부장관과의 대담에 앞서 한 기자회견을 마치고 화이팅 포즈를 하며 단체사진 촬영하는 청년단체 '청년전태일'.ⓒ전명석 기자
    “젊은 세대가 자신을 딛고 오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 꼭 지키길”

    그러면서 조 장관이 취임사에서 “젊은 세대들이 저를 딛고 오를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밝혀 둔다”고 한 말을 들어 “장관도 그 국민들과 한 약속을 지키시길 바란다. 오늘 모인 우리 청년들도 우리 힘으로 딛고 오를 것이라는 말씀을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준비해온 ‘공정’ ‘정의’ ‘희망’이라는 문구를 각각 붙인 사다리 3개를 들고 법무부로 향했다. 이들은 준비한 사다리의 의미에 대해 “특권과 불평등이 걷어찬 사다리를 청년들이 다시 일으키겠다는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이 단체는 조 장관을 비판하는 청년들의 메시지를 모아 법무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 ▲ 대담을 위해 법무부 내로 이동하는 청년단체 '청년 전태일',이들은 '공정' '정의' '희망'이 적힌 사다리를 들고 이를 법무부에 전달했다.ⓒ전명석 기자
    ▲ 대담을 위해 법무부 내로 이동하는 청년단체 '청년 전태일',이들은 '공정' '정의' '희망'이 적힌 사다리를 들고 이를 법무부에 전달했다.ⓒ전명석 기자
    “밥 먹으면서 무슨 대화를 했길래? 청년단체 함구하기로 합의”

    오전 11시20분부터 오후 1시까지 비공개로 진행된 대담 직후 한 참가자는 인터뷰에서 “밥 먹으면서 있었던 대화는 얘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대표의 의견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법무부가 이를 종용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단체가 대담 이후 공식적으로 밝힌 내용에 따르면 조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오늘은 제가 말할 자리는 아니고 청년들이 하는 이야기를 잘 듣고 법무부장관으로서 뭘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대담에서 청년들은 특권학교인 자사고·특목고 폐지, 현 입시제도의 공정성에 대한 문제제기, 공정한 취업 룰 필요성 등을 제기했다. 이외에도 청년노동자의 죽음을 막는 대책의 필요성, 비정규직 문제, 최저임금, 특성화고 사회적 차별문제 등에 대해 조 장관과 대화를 나눴다. 간담회에서 조 장관은 청년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고 단체는 전했다.

    이날 대담에는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사망자 김모 군의 친구들, 특성화고 졸업생, 청년건설노동자, 코레일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등 10여 명이 참석했다. 앞서 ‘청년전태일’은 지난 8월 당시 조 후보자에게 공개 대담을 요청했으나 조 후보자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하루 전인 10일 오전 법무부 대변인을 통해 대담을 역제안했고, ‘청년전태일’은 이를 수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