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8년간 북한 3G 통신망 구축 도와줘" WP 보도에, 대북제재 강화 요구 커져
  • ▲ 백악관 집무실에서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와 회담 전 기자들에게 발언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뉴시스.
    ▲ 백악관 집무실에서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와 회담 전 기자들에게 발언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각) "나는 화웨이에 대한 모든 것을 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워싱턴포스트>가 "화웨이가 최소 8년 넘게 북한의 3G 통신망 구축에 도움을 줬다"고 보도한 것에 관한 질문에 대한 답변의 일부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기 전 워싱턴포스트의 보도를 언급하며 "우리도 파악해 봐야 할 것"이라며 "나는 그것에 대한 모든 것과 화웨이에 대한 모든 것을 안다"고 말했다.

    화웨이는 현재 미국 정부의 제재 대상이다. 화웨이가 중국 정부의 스파이 역할을 맡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화웨이가 북한에 어떤 지원을 했는지 미국이 파악했다는 추측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앞서 워싱턴포스트는 화웨이의 내부 문건과 회사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화웨이가 북한 통신망 구축을 오랜 기간 몰래 지원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가 입수한 문건 가운데는 화웨이의 작업명령서, 계약서, 각종 서식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는 내부 문건들에 북한·이란·시리아를 국가 명칭으로 표기하지 않고 암호를 사용했다고 한다. 북한은 'A9'으로 표시했다.

    화웨이, 북한에 기지국 설치 및 안테나 등 장비 제공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화웨이는 중국 국영 업체인 판다국제정보기술과 손잡고 8년이 넘는 기간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그 중에는 '고려링크'도 포함돼 있다. 고려링크는 북한 최초의 이동통신사다. 화웨이와 판다국제정보기술은 고려링크 출범에 필요한 각종 장비, 즉 기지국·안테나 등을 제공했다. 두 업체 직원들은 수 년 동안 평양 김일성광장 인근 호텔에 머물며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 ▲ 화웨이 로고ⓒ뉴시스.
    ▲ 화웨이 로고ⓒ뉴시스.
    신문에 따르면, 북한은 2008년 전까지만 해도 열악한 국내 사업환경 때문에 3G 통신망을 구축하겠다고 나서는 외국기업을 못 찾았다. 그러다 2008년, 이집트 통신업체 오라스콤이 나서서 북한 조선우편통신공사와 합작해 고려링크를 설립했다. 김정일이 2006년 중국 선전의 화웨이 본사를 방문한 지 2년 만이었다. 고려링크가 3G망을 구축할 때 화웨이는 네트워크 통합, 소프트웨어, 장비 및 관리 서비스 등을 제공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신문은 화웨이와 판다국제정보기술이 2016년 상반기 평양에서 철수했다고 전했다. 이 시기는 미국과 유엔의 대북제재가 강화되던 때다. 미국 상무부는 2016년부터 화웨이와 북한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신문은 "미국과 유럽의 여러 안보담당자들이 이미 북한과 화웨이, 그리고 중국 정부의 연관성에 대해 우려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이로 인해 특히 북한과는 비핵화 협상을, 중국과는 무역협상을 재개할 예정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고 덧붙였다.

    화웨이 내부 문건에는 중국 기업 단둥커화와 화웨이가 함께 일한 사실도 적혀 있다. 단둥커화는 대북 수출금지품목을 북한과 거래한 혐의로 2017년 11월 미국 재무부 제재 대상으로 지정됐다.

    익명을 요구한 미 국무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화웨이를 "법을 대놓고 위반하거나 회피할 의사를 드러낸 경우가 많아 신뢰하기 어려운 기업"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상무부는 워싱턴포스트 측의 이 같은 보도에 대한 논평 요구에 답하지 않았다. 

    북한 사정에 밝은 언론인 마틴 윌리엄스는  22일(현지시간)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 노스'에 기고한 글을 통해 "북한의 고려링크는 감시와 통제를 위해 구축됐으며 암호화 시스템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화웨이와 판다국제정보기술의 협력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 ▲ ⓒ[사진=연합뉴스]
    ▲ ⓒ[사진=연합뉴스]
    화웨이 측은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화웨이의 조 켈리 대변인은 과거 북한에서 사업을 했는지 여부는 물론 워싱턴포스트가 입수한 문건의 진위 여부에 대해서도 언급을 꺼렸다. 켈리 대변인은 "화웨이는 유엔과 미국, 그리고 유럽연합의 수출규제와 제재 등을 포함해 모든 사업대상국가 및 지역의 법과 규정을 철저히 준수한다"고만 발표했다. 판다국제정보기술의 모회사인 판다그룹 대변인 또한 논평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가, 화웨이 제재 강화 한목소리로 요구


    워싱턴포스트의 보도가 나오자 미국 정치권에선 화웨이에 더욱 강력한 제재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민주당 크리스 밴 홀런 상원의원과 공화당 톰 카튼 의원은 22일(현지시간) 공동성명을 내고 "우리는 화웨이가 얼마나 악의적 상대인지 매번 더 많이 배우게 된다"며 "이번 보도로 화웨이와 북한의 연계가 다시 한번 강조됐다"고 주장하며 화웨이에 대한 더욱 강력한 제재를 촉구했다.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대이란 제재 위반으로 알려진 화웨이가 대북제재도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정부는 화웨이에 대한 제한조치 완화 대신 거래 제한대상 강화와 수출금지명령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