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 굴욕회담, 시진핑 방한 무산, 트럼프에 방한 구걸하고… 본인은 대통령 뒤에 숨어"
  • ▲ 강경화 외교부장관.ⓒ이종현 기자
    ▲ 강경화 외교부장관.ⓒ이종현 기자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유출한 주미대사관 소속 참사관 K씨가 최고 수위 징계인 '파면' 처분을 받은 것과 관련, 야권을 중심으로 강경화 책임론이 커졌다. 여권에서는 강 의원에 대한 징계가 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나, 오히려 이번 사태가 강경화 외교부장관의 '무능함'을 보여주는 결정적 계기라는 지적이 많다.

    파면은 중징계 중 최고 수위 징계로 향후 5년 동안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 퇴직연금 역시 절반으로 깎인다. 외교부는 징계와 별도로 K씨를 형사고발한 상태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31일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등 야3당은 일제히 "외교부 수뇌부는 대통령 뒤에 숨어서 뭐하나"라고 질타했다. 

    야3당 "강경화 놔두고 힘없는 공무원만...꼬리 자르기"

    정용기 한국당 정책위 의장은 31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책임져야 할 사람에 대해서는 아무도 책임을 묻지 않고 오히려 힘 없는 외교부 참사관 한 명을 파면시켰다"며 "문정인 외교안보특보, 서훈 국정원장,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강경화 외교부장관 등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강 장관을 겨냥한 논평을 연달아 냈다.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부처의 수장이 바로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강경화 장관 아니냐"며 "무능이 단순 외교참사를 넘었다. 미국과 2분짜리 굴욕회담, 중국 시진핑 주석 방한 무산, 트럼프에겐 한 번만 들러달라고 구걸해 놓고, 이게 들키자 자기 식구는 형사고발까지 하고 정작 책임자인 본인은 비겁하게 대통령 뒤에 숨었다"고 질타했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역시 분위기는 비슷하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30일 "야당 탓을 하며 유야무야 넘어갈 일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보안 관리를 엉망진창으로 한 강경화 외교장관과 조윤제 주미대사를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성엽 민평당 원내대표는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사태는 실무진 징계로 급히 끝내선 안 된다. 수뇌부에 대해 책임을 추궁 않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 강경화 장관은 물론 조윤제 주미대사에게도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보탰다.

    거꾸로 단 태극기, 국가명 오기 등 연일 외교참사

    최근 문 대통령은 말레이시아 국빈방문 당시 마하티르 총리와 대화에서 인도네시아 인사말을 쓰고, 공공장소 금주를 규정한 브루나이 방문 당시엔 '건배 제의'를 해 외교결례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캄보디아를 방문했을 당시 청와대 공식 페이스북에는 대만 타이베이의 종합예술문화시설인 '국가양청원' 사진을 올려 '나라 망신'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외교부의 실수는 이뿐만이 아니다. 2017년 8월 한·파나마 외교장관회담에서는 파나마 국기를 거꾸로 달았고, '발트 3국'을 '발칸 3국'으로 오기하거나, '체코' 국명을 '체코슬로바키아'라고 공식 트위터에 올린 바 있다. 지난 4월에는 구겨진 태극기가 걸린 가운데 한-스페인 전략대화를 개최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난데없는 헝가리行은 정치적 행보?

    현재 강 장관은 다수의 한국인 사망·실종자를 낸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유람선 침몰사고 현장지휘를 위해 출국한 상태다. 그러나 이를 두고서도 "강경화가 헝가리에 가서 할 수 있는게 뭔가" "남의 나라에서 인명피해가 났는데 그걸 왜 강 장관이 가서 지휘하는가"라는 질타도 나온다. 현지 대사관을 놔두고 왜 장관이 현장지휘를 하느냐는 이의제기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31일 통화에서 "안타까운 사고지만, 외국에서 사고가 났고 실종자들은 이미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 사고 수습은 헝가리 정부에서 할 일이고, 우리가 정부차원에서 뒤늦게 외교부장관까지 파견할 사안은 아니다. 대사관이 있을 것 아닌가. 강 장관이 거기 도착해서 무슨 일을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헝가리에는 자체 구조대원이 없나. 보여주기식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강 장관이 '한미 정상 통화 유출'로 인해 코너에 몰리자 책임론을 희석하기 위한 정치적 행보일 수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실제로 앞서 29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을지태극 국무회의에서 한국당에 대한 날 선 비난을 쏟아낸 반면, 강 장관 책임론은 언급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강 장관에 대한 경질 등을) 결정할 시기가 아니다"라는 견해다.

    야권에서는 "강 장관을 못 바꾸면 조윤제 주미대사만이라도 교체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박지원 민평당 의원은 지난 29일 "능력에 비해 출세를 너무 많이 한 분"이라고 조윤제 대사를 저격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 대사는 문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인사로 꼽힌다. 지난 3월 일본·러시아·중국 등 미국을 제외한 4강 대사가 일제히 교체될 때도 굳건히 자리를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