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파로호 이름 바꿔라" 압력 이어… 이번엔 "장하성 일대일로 적극 지지" 해프닝
  • ▲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정책실장 당시 장하성 현 주중대사. ⓒ뉴데일리 DB.
    ▲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정책실장 당시 장하성 현 주중대사. ⓒ뉴데일리 DB.
    ‘중국몽(中國夢)’을 따르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방침 때문일까. 중국으로 인한 논란이 계속 불거진다. 이번에는 중국정부가 "신임 주중 한국대사가 ‘일대일로’에 적극 참여하고 싶다고 밝혔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한국 외교부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최근 불거진 노영민 청와대비서실장의 ‘파로호 명칭 변경’ 논란 때문에 믿음을 얻지 못했다.

    중국 관영 CCTV는 지난 28일 “시진핑 국가주석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장하성 주중 한국대사 등 7개국 대사들의 신임장을 제정했다”며 “시 주석이 ‘일대일로를 함께 건설하자’고 말하자 각국 대사들이 ‘적극 참여를 원한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외교부도 이날 홈페이지에 시진핑의 7개국 대사 신임장 제정 소식과 함께 “장하성 주중 대사가 일대일로 건설에 적극 참여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시진핑의 이야기에 장 주중 대사를 비롯해 7개국 대사들이 “(지난 4월 열린) 제2회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의 성공적 개최를 축하하고, 일대일로 건설에 적극 참여해 상호 이익과 협력을 확대하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는 게 중국 외교부의 주장이다.

    보도가 나오자 외교부는 “장 대사는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29일 외교부 관계자는 “중국정부가 우리 외에 다른 6개국 대사와 환담 내용을 통틀어 설명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장 대사는 신임장 제정 이후 한중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양국이 긴밀히 협력해 나가자는 취지의 간단한 환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우리의 ‘신 남방·북방정책’과 역내 다양한 구상 간 접점을 모색하고 협력을 추진해 나간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조선일보> 등에 따르면 주중대사관 측도 “당시 일대일로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중국 관련되면 뭔가 못미더운 정부의 해명

    하지만 여론은 외교부의 해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아니다. 일단 장 대사와 함께 신임장 제정을 받은 대사들의 국적을 본 사람들은 정부 해명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날 함께 신임장을 제정받은 나라는 스위스·콜롬비아·체코·노르웨이·스웨덴·차드였다. 이 가운데 ‘일대일로 사업’에 적극 동참하려는 나라는 양해각서(MOU)를 맺은 스위스와 체코·노르웨이 정도다. 콜롬비아는 40억 달러의 중국 자금을 빌려 댐을 지었다 붕괴 위기로 사회적 논란이 크고, 차드는 중국 국영기업 관계자가 대통령에게 뇌물을 주고 석유 개발권을 얻어내려던 일로 정치적 분란이 발생했다.

    장 대사의 지난 발언도 해명을 못 미덥게 만든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장 대사는 지난 20일 중국 베이징 특파원과 첫 간담회에서 “중국이 일대일로를 통해 우리와 윈-윈하는 공생협력관계를 맺기를 강조하고 있다”면서 “우리에게 제3국 공동 진출을 강하게 희망한다고 의사 표현을 했기 때문에 그런 과정에서 논의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영민 청와대비서실장의 ‘파로호 명칭 변경’ 논란도 외교부의 해명을 믿기 어렵게 만든다. 노 실장은 주중대사로 있던 지난해 말 KBS의 강민수 베이징 특파원을 만났다. 강 특파원에 따르면, 당시 노 실장은 “중국 외교부에서 파로호 이름을 바꾸라고 요구하는데 어떻게 하는 게 좋겠느냐”고 물었다. 노 실장은 이때 “상호주의 측면에서 중국에 뭘 요구할 것이 있는지 확인도 해봐야 하고 좀 판단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보도 자제를 요구했다고 한다.
  • ▲ 문재인 대통령과 노영민 현 청와대 비서실장. ⓒ뉴데일리 DB.
    ▲ 문재인 대통령과 노영민 현 청와대 비서실장. ⓒ뉴데일리 DB.
    노 실장은 지난 1월 내정됐다. 그가 청와대로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지난 3월 초순, 일부 매체를 통해 ‘파로호’의 이름을 일제가 지은 ‘대붕호’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들 매체는 “파로호 주변 화천군민들이 원한다”는 식으로 보도했지만, 강원도와 화천군의 실제 여론은 반대였다. 지역 매체들도 주민들 다수가 ‘파로호’의 이름을 ‘일제식 대붕호’로 바꾸는 데 대단히 부정적이라고 보도했다. 이 소식이 최근 다시 전해지자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었다.

    전 청와대 인사와 현 청와대 인사, 대통령의 ‘중국몽’

    노 실장은 전임 주중 대사, 장 대사는 전임 청와대 정책실장이다. 특히 노 실장은 2017년 12월 주중 대사로 시진핑에게 신임장을 제정받으면서 방명록에 ‘만절필동(萬折必東)’이라고 적었다. 이는 ‘황하에 아무리 굽이가 많아도 반드시 동쪽으로 들어간다’는 뜻으로, 조선시대 명나라에 충성하던 선비들이 자주 썼던 말이다.

    이런 전·현직 청와대 핵심 인사들의 태도는 문 대통령과 관련이 없지 않아 보인다. 문 대통령은 2017년 11월 중국을 방문했을 때 베이징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했다. 강연 내용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표현은 “높은 산봉우리가 주변의 많은 산봉우리와 어울리면서 더 높아지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중국몽이 중국만의 꿈이 아니라 아시아 모두, 나아가서는 전 인류와 함께 꾸는 꿈이 되길 바랍니다”라는 대목이다.

    연설문에는 이외에도 중국을 극찬하는 표현이 적지 않았다. “한중관계도 수천 년에 걸친 교류와 우호친선의 역사 위에 굳건히 서 있다” “한국인들은 지금도 매일 같이 중국문화를 접한다. ‘논어’와 ‘맹자’는 여전히 삶의 지표가 되고 있으며, (한국인들은) 이백과 두보와 도연명의 시를 좋아한다.” “중국의 통 큰 꿈을 보았다. 민주법치를 통한 의법치국과 의덕치국, 인민을 주인으로 여기는 정치철학, 생태문명체제 개혁의 가속화 등 깊이 공감하는 내용이 많았다.” “한국도 작은 나라지만 책임 있는 중견국가로서 그 꿈에 함께할 것이다.” “중국과 한국은 근대사의 고난을 함께 겪고 극복한 동지다… 또한 저는 중국과 한국이 ‘식민 제국주의’를 함께 이겨낸 것처럼 지금의 동북아에 닥친 위기를 함께 극복해 나가길 바란다.” 등이 있다.

    이처럼 대통령부터 ‘중국몽’을 함께하니, 청와대 전·현직 핵심 인사들이 ‘친중적 태도’를 취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