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머니 품처럼 따뜻한 사랑의 앨범이에요. 클래식에만 치중돼 있지 않고 여러 장르가 섞여 있어요.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고 사랑을 나누기 위한 노래들이 모여진, 이 세상 모든 어머니에게 바치고 싶은 선물 같은 앨범이에요."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소프라노 조수미(57)가 한국으로 돌아왔다. 새로운 앨범을 들고서다. 조수미는 2015년 가요음반 '그리다' 이후 4년 만에 '마더(Mother)'를 발표했다.

    지난 18일 유니버설뮤직을 발매된 신보 '마더'는 세상 모든 어머니들을 위한 노래를 담았다. 클래식 명곡에서부터 가요, 크로스오버까지 다양한 장르의 노래들이 서로 아름답게 어우러져 있다.

    조수미는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파리 공연 때문에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했어요. 당시 앙코르 곡에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가 있었는데 운명처럼 아버지를 위한 헌정 무대 같았어요. 그 공연이 DVD로 남아 있어요"라고 전했다.

    이어 "현재 어머니(김말순 여사·84)는 치매로 저를 못 알아 보셔요. 점점 저에 대한 기억을 잃어가시는 어머니를 위해서 음반을 만들어드리고 싶었어요. 동시에 대한민국의 모든 어머니, 본인의 꿈과 많은 것을 희생하시고 자식들을 위해 사셨던 분들을 위해 만들었습니다"고 덧붙였다.
  • 이번 앨범은 신곡 7곡과 앨범의 콘셉트와 어울려 선곡된 기존의 3곡, 미발표곡 2곡, 보너스트랙을 포함해 총 13곡이 수록됐다. 최영선 지휘의 프라임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강은일(해금), 송영주(재즈 피아노), 김인집(기타), 신동진(드럼) 등 아티스트들이 참여했다. 

    신곡은 영화 '웰컴 투 동막골' OST 'Kazabue(바람이 머무는날)', 폴란드 민요 '마더 디어', 아일랜드 민요 '워터 이즈 와이드', 타이스 '명상'을 근간으로 한 '아베 마리아', 유럽의 신예 기타리스트이자 테너 페데리코 파치오티와의 듀엣곡 'Eternal Love' 등이다.

    페데리코 파치오티는 산타 체칠리아에서 성악을 전공한 이색적인 프로필을 가진 테너로, 2018년 조수미가 평화를 염원하며 노래한 '2018 평창 동계 패럴림픽' 공식 주제가 'Here as ONE(히어 애즈 원)'의 작곡가이기도 하다.

    파치오티는 "조수미와 함께 공연하게 돼 무한한 영광입니다. '히어 애즈 원'은 한국과 북한의 관계가 굉장히 힘들었던 시기에 작곡한 곡에요. 패럴림픽을 통해 남·북한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고, 조수미가 부르길 원했어요"라고 밝혔다.
  • 국내 미발표곡인 'Fiore(꽃)'는 팝페라 테너 알렉산드로 사피나와 함께 불렀다. 그 외에도 2015년 가요앨범 '그리다' 음반을 위해 녹음했으나 수록되지 않은 '가시나무', 조수미의 어머니가 좋아하셨던 드보르작의 '어머니가 가르쳐 주신노래' 등이 채워져 있다.

    조수미는 "어머니는 본인이 성악가가 되지 못했던 것을 원망하면서 사셨어요. 어린 시절 늘 저에게 '결혼하지 말고 전 세계를 돌며 대단한 성악가가 되라'고 말씀하셨죠. 83년 이탈리아로 유학가기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꿈을 딸에게 강요한 어머니를 원망했고 이해하지 못했어요"라고 말했다.

    "어느 날 저녁 노래를 부르며 설거지 하는 어머니 뒷모습을 봤는데 엄머가 아닌 한 명의 여성으로 다가왔어요. 저 분이 저렇게 힘들고 슬픈 생활을 하고 있구나. 결혼 생활은 행복하지만 자신의 삶에서는 무엇인가 부족하면서 살았구나. '저렇게 초라해 보이는 여자를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유학 시절 작은 셋방에서 음식도 없이 굶으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가장 그립고 보고 싶은 얼굴이 어머니더라고요. 사실 저는 수의사가 꿈이었지만 어머니 뜻에 따라 성악가가 됐어요. 결국 어머니가 저의 재능을 잘 발견하신거죠. 감사해요."

    조수미는 앨범 '마더'의 발매와 함께 전국 투어 콘서트를 준비했다. 지난 21일 용인포은아트센터를 시작으로 강릉, 대구, 창원, 제주, 부산, 여수에 이어 5월 8일 롯데콘서트홀에서 펼쳐진다.

    [사진=P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