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570개, 380여㏊ 소실… 오후엔 중국 몽골서 '황사' 최악의 주말 될 듯
  • 전국에 건조주의보·건조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강풍까지 몰아치면서 고성·속초·강릉·동해·인제·포항·부산 등 곳곳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특히 고성·속초에선 산불로 5일 오전 현재 1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하는 인명피해까지 났다. 


  • ▲ 화재로 잿더미 된 고성 ⓒ뉴시스
    ▲ 화재로 잿더미 된 고성 ⓒ뉴시스
    고성·속초, 화재로 쑥대밭…'1명 사망, 11명 부상'

    강원도 고성과 속초 전역에서는 산불이 게릴라전이 벌어지듯 번져 나갔다. 5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화재는 전날 오후 7시17분쯤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미시령 아래 일성콘도 인근 도로와 인접한 야산에서 시작돼 강풍을 타고 인근 야산으로 옮겨 붙었다. 불은 고성군 토성면 천진리 방향과 속초 장사동 방향 등 두 갈래로 확산했다. 당국은 즉각 물탱크와 펌프차 등 장비 23대와 소방대원 등 78명을 투입해 초기 진화에 나섰으나 불길을 잡는 데 실패했다.

    1시간도 채 안돼 해안가 일부 마을까지 화마에 쑥대밭이 됐다. 발화지점에서 12km가량 떨어진 바닷가인 장사항 횟집단지가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였다. 도심 곳곳 건물에 불이 옮겨 붙고, 불을 피하기 위한 차량이 일시에 쏟아져 나오면서 도로는 삽시간에 '피난길'로 변했다. 고성군은 오후 7시50분 원암·성천리 주민에게 첫 대피령을 내렸다. 속초시도 오후 7시52분쯤 바람꽃마을 끝자락 연립주택 인근 주민을 대피시켰다. 오후 8시33분에는 영랑동 일대와 속초고 인근, 장사동 사진항 일대 주민들에게 영랑초등학교로 대피령을 내렸다.  

    이날 고성·속초지역에는 성인이 똑바로 서 있기도 힘들 정도의 강풍이 불었다. 이날 오후 9시까지 고성·속초지역에서 관측된 최대순간풍속은 초속 26.1m에 달했다. 야간이라 헬기 투입도 어려워, 소방당국은 불길이 번지는 상황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며 저지선을 구축하고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 대피에 주력할 수밖에 없었다. 

    오후 8시20분쯤 고성군 토성면의 한 도로에서 A씨(58)가 연기에 갇혀 숨지는 등 이번 화재로 1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날 오전 8시 기준 고성 250㏊, 강릉 옥계와 동해 망상의 110㏊ 산림이 잿더미로 변했다. 정부는 오전 9시40분쯤 고성 산불을 '국가재난사태'로 선포하고 총력대응을 지시했다.
  • ▲ ⓒ뉴시스
    ▲ ⓒ뉴시스
    '부산 해운대 산불' 20㏊ 잿더미, 4300명 현장 투입

    부산 해운대에서도 큰 산불이 발생했다. 지난 2일 오후 3시18분쯤 부산 해운대구 반송동 동부산대학교 뒤 운봉산 입구에서 화재가 시작해 다음날까지 밤새 불길이 이어져 하루 동안 축구장 28개 크기의 산림 20ha가 소실됐다. 부산소방재난본부는 3일 날이 밝자마자 헬기 18대(소방 3대, 산림청 12대, 군 2대, 민간 2대)를 동원해 대대적인 진화작업에 나섰다. 

    소방대원 715명, 의용소방대 816명은 물론 53사단 장병 200명, 경찰 200명 등 총 3300여 명이 진화에 나섰다. 공무원 1000여 명도 비상동원해 화재현장에 투입했다. 소방펌프차 등 차량 94대와 등짐펌프·칼퀴 등 진화장비 1400여 점이 동원됐다. 다행히 5일 오전 9시30분 기준 진화는 완료된 상태다. 다만 잔불로 인한 재발화가 곳곳에서 발생해 소방당국이 완진 작업에 나섰다.

    부산 해운대의 이번 불로 총 135명이 대피했다. 인근 주택가·학교·요양원·장애인시설 등에 대피령이 내려졌다. 동부산대와 운봉중학교는 수업을 중단하고 학생과 교직원 등을 대피시켰다. 이들은 온봉초등학교, 실암관리실 식당 등에서 몸을 추스리고 있다. 주민 등은 귀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명피해는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 ▲ ⓒ기상청
    ▲ ⓒ기상청
    최악의 초미세먼지·건조경보·강풍까지… 엎친 데 덮쳐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4일 오전 10시를 기해 경상남도 창원·합천, 제주도 산지, 부산, 울산에 건조경보가 발효됐다. 전날(3일)부터 강원도 강릉시·동해시·삼척시·고성군·양양군 평지와 태백시를 비롯한 강원 산지 등에도 건조경보가 발효된 상태다. 서울·인천·경기도·강원도·충청도·대전·세종·광주·전라도·경상도 등 전국 대부분 지역도 건조주의보가 발효 중이다.

    이런 가운데 강풍까지 불어닥쳤다. 현재 강원 영동에 강풍경보, 충남 서해안과 북부, 경상 동해안에는 강풍주의보가 발효된 상태다. 5일 오전 6~7시 최대순간풍속은 미시령 초속 24.2m, 속초 9.4m, 간성(고성) 9.3m, 옥계(강릉) 8.7m, 동해 8.2m, 울진 8.1m로 관측됐다. 

    화재로 인해 대기질도 최악이다. 기상청과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기준 강원도의 1시간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일시적으로 119㎍/㎥(매우 나쁨)까지 치솟았다. 오후 들어선 몽골 동부와 중국 북동부 지역에서 발원한 황사와 국외미세먼지까지 유입되면서 전 권역이 '나쁨' 단계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내륙 대부분 지역과 제주도에는 5~10mm의 비 소식이 있겠으나, 화재나 미세먼지를 잠재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 관계자는 "한반도 남쪽에 이동성 고기압, 북쪽에 저기압 중심이 위치하면서 기압의 밀도 차이가 매우 커져 전국적으로 바람이 세게 부는 곳이 많아지겠다"면서 "시설물과 인명 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하고 대형 산불도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