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A “가장 의심스런 선박… 유기준 의원 "2017년 이후 석유제품 총 16만톤 싣고 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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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도 의심 선박 억류 사실을 확인했다. 외교부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위반 혐의로 한국 선적 유류운반선 ‘피 파이오니어’호를 지난해 10월부터 출항보류 조치해 놓고 있다”고 밝혔다. 피 파이오니어 호의 혐의는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이다. '연합뉴스'는 “선사 측은 관련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그러나 '피 파이오니어호 보다 더 의심스러운 선박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3일 선박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의 지난 1년간 기록과 유기준 자유한국당 의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북한과 석유제품을 불법환적한 것으로 의심되는 운항이 가장 많은 선박이 루니스호라고 밝혔다. 이 루니스호의 과거 항행기록을 확인한 결과 최대 17차례 불법환적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의 소리' 방송이 ‘마린트래픽’ 자료를 확인한 결과 루니스호는 한국과 중국을 오가면서 공해상에서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끄고 아무 것도 없는 해역에서 몇 주씩 머무르는 등 의심스러운 운항을 했다.
루니스호는 2018년 4월11일 여천항을 출항해 싱가포르로 향했다. 그런데 이튿날 중국 상하이 동쪽 200km 공해상에 멈춰선 뒤 AIS를 꺼버렸다. 루니스호가 AIS를 켠 것은 4월15일과 18일, 26일이었다. AIS를 껐다 켰다 반복하던 루니스호는 동지나해 북쪽을 거쳐 4월29일 울산항에 입항했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한국 해양수산부 자료에 따르면, 루니스호는 여천항에서 출항할 때 다음 목적지를 싱가포르라고 신고했지만, 실제 싱가포르에 입항한 기록이 없다”고 지적했다.
신고한 목적지에 입항 기록 없어
루니스호는 2018년 5월에도 2회, 6월 2회에 걸쳐 각각 동지나해와 대만 북쪽 300km 거리의 공해상에 머무르다 돌아왔다. 8월에는 동지나해 인근으로 향하다 AIS를 꺼버렸고, 12월에는 저우산섬 인근 해역에 머무르다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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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은 이어 유 의원 측에서 제공한 자료를 인용 보도했다. 1999년 건조된 루니스호는 길이 105m, 폭 19m의 유류운반선으로 석유 6500t을 실을 수 있다. 이 배는 출항할 때마다 한국에서 6300~6500t의 석유제품을 싣고 떠났다.
유 의원은 “루니스호는 2017년 이후 국내에서 모두 27차례에 걸쳐 석유제품 16만5400t을 싣고 출항했다”면서 “이 중에서도 울산에서 출항한 다섯 번 가운데 네 번이 다음 목적지를 ‘해상구역(Ocean District)으로 신고해 항만운영 시스템상에서는 이 석유제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루니스호의 운항기록을 보면, 공해상에서의 의심스러운 항해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나 정부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한 혐의를 지난해 10월에야 확인해 억류했다. 루니스호 외에도 북한과 불법환적을 하는 한국 선박이 또 있을 수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정부는 현재 ‘라이트하우스 윈모어’호, ‘코티’호, ‘탤런트 에이스’호 등 북한과 불법환적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외국선박들도 억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