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 유작 반화 소송 실화 모티브, 강남 작가·김효은 작곡가 데뷔작
  •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로 불리는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1883~1924)가 뮤지컬 무대에서 요제프 클라인으로 재탄생했다.

    지난달 28일 개막한 뮤지컬 'HOPE: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이하 '호프')는 현대 문학의 거장 요제프 클라인의 미발표 원고 소유권을 두고 이스라엘 국립 도서관과 78세 노파 에바 호프의 30년간 이어진 재판을 그린다.

    카프카 유작 반환 소송 실화를 모티브로 한 '호프'는 '2018 예술공연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선정작이자 강남 작가와 김효은 작곡가의 데뷔작이다. '록키호러쇼', '마마돈크라이', '꾿빠이,이상' 등의 작품에서 활약한 연출가 오루피나가 합류해 힘을 보탰다.

    오루피나 연출은 "처음 대본과 음악을 접하기 전에 스토리만 간단히 들었다. 소재만으로도 재미있었고 마음이 쿵했다"며 "특수효과나 미사여구보다는 배우의 진실한 감정으로 다가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배우들의 힘으로 작품이 의도한 대로 잘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 카프카는 자신의 원고를 읽지도 말고 모두 태워 없애라고 유언을 남기지만 그의 친구이자 작가 막스 브로트(1884~1968)는 유언을 따르지 않고 미발표 원고들을 정리해 '소송', '아메리카', '성'을 출간했다.

    브로트는 숨지면서 카프카와 자신의 원고 모두를 비서 에스더 호프에게 맡겼고, 원고 대부분을 간직한 호프는 2007년 9월 2일 세상을 떠날 때 자신의 두 딸에게 이를 유산으로 남겼다. 하지만 이스라엘국립도서관은 2008년 카프카 원고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호프'는 미발표 원고 소유권을 둘러싼 재판이라는 사건의 큰 틀만 가져와 캐릭터의 서사와 배경은 새롭게 구성했다. 실제 재판이 누가 원고 소유의 정당성을 갖고 있느냐의 관점이라면 뮤지컬은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호프가 왜, 원고를 지켜왔는가'에 초점을 둔다.

    강남 작가는 "2011년 우연히 카프카 미발표 원고 소송 기사를 봤다. 평생 종잇조각을 지키며 살아온 모녀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고 '그들에게 원고란 무엇일까', '무엇이 저들의 인생을 저렇게 만들었나'라는 궁금증이 앞섰다. 2017년 아르코-한예종 뮤지컬 창작아카데미 졸업작품을 준비하면서 이 스토리가 떠올랐고 본격적으로 작업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어 'K'(원고)를 젊고 매력적인 남자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 "육성으로 호프한테 응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원고는 모든 사람들의 욕망이다. 베르트에겐 친구의 재능이고, 마리한테는 베르트와 함께 했던 과거다. 호프는 '내가 아닌 것'을 욕망할 것 같았다. 늙은 여성이 아닌 자신의 모습을 상상한다면 젊은 남성이지 않을까 싶었다"고 설명했다.
  • 타이틀롤 '호프'에는 김선영과 차지연이 맡는다. 요제프 클라인의 원고를 의인화한 'K' 역은 고훈정·조형균·장지후, 호프의 엄마 '마리' 이하나·유리아, '과거 호프'는 차엘리야·이예은·이윤하, '베르트' 역의 송용진·김순택, '카델' 역에는 양지언·이승헌이 출연한다.

    차지연은 "대본을 읽고 난 뒤 작품에 완전히 매료돼 그 어떤 역할이든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며 "마지막까지 더 완성도 있는 모습으로 찾아 뵙겠다. 끝까지 응원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뮤지컬 '호프'는 5월 26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한다.

    [사진=알앤디웍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