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경남지사 항소심 첫날… 사법부 "재판불복, 문명국가에서 상상할 수 없어" 일침
  • ▲ 지난 1월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김경수 경남도지사.ⓒ뉴데일리 DB
    ▲ 지난 1월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김경수 경남도지사.ⓒ뉴데일리 DB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불법 댓글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김경수(52) 경남도지사가 항소심 첫 공판에서 “1심은 ‘이래도 유죄, 저래도 유죄’라는 식이었다”며 원심 판결을 비판했다.

    서울고법 형사2부(차문호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30분께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지사의 항소심 첫 공판을 열었다. 김 지사는 구속된 지 48일 만에 법정에 섰다.

    김 지사는 의견진술에서 “1심이 유죄의 근거로 삼는 내용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아 납득하기 어렵다”며 “드루킹 김동원 씨는 제게 킹크랩이라는 단어를 이야기한 적 없다고 인정했다. 그런데 특검은 제가 회유해 그렇다고 주장한다. 이런 식이면 어떻게 해도 유죄가 된다”고 주장했다.

    드루킹 일당이 자신의 선의를 악용했다고도 주장했다. 김 지사는 “경공모에 대해 잘 몰라 이런 지경에 이르게 됐다”며 “시간이 되면 찾아가 지지를 호소하는 것이 정치인으로서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마지막까지 모셨고, 정권 창출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가까이 모시며 두 분에게 애정 가진 분들의 이런저런 요청이 있으면 성심성의껏 응대하는 게 제가 감당할 의무이자 도리라 생각했는데, 김씨는 이런 선의를 자신의 조직 운영에 악용했다”고 덧붙였다.

    김 지사는 경남도정을 위해 불구속 재판이 필요하다며 보석 허가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항소심으로 뒤집힌 진실을 바로잡을 기회가 있지만 법정구속으로 발생한 도정공백이 도민, 경남민생에 연결돼 안타까움이 크다”며 △현직 도지사로서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는 점 △도주 우려가 없고 △증거인멸 우려도 없다는 사실 등을 이유로 지난 8일 보석을 청구했다.

    반면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김 지사의 혐의가 무겁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 만큼 보석을 허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 ▲ 지난 1월 법정구속된 김경수 경남도지사.ⓒ뉴데일리 DB
    ▲ 지난 1월 법정구속된 김경수 경남도지사.ⓒ뉴데일리 DB
    특검은 “법과 제도에 의해 도지사가 없어도 기본적 도정 수행은 보장된다”며 “도지사라는 이유로 석방을 요청하는 것은 오히려 특혜를 달라는 것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1심 선고가 나자마자 사법제도에 부적절한 태도를 보이고, 지지자와 언론에 기대는 것은 공정해야 할 정치인의 입장이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11일 열리는 항소심 두 번째 공판 이후 김 지사의 보석 허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석 신청 이유의 하나로 도지사로서 도정 수행의 책임과 의무를 들고 있으나, 그런 사정은 법이 정한 보석허가 사유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재판부 비난, 문명국가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

    이날 재판부는 여권과 좌파성향 단체들을 중심으로 한 재판불복 움직임을 지적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재판 결과를 예상하고 재판부를 비난하는 움직임이 있다. 그동안 재판하며 이런 일을 경험하지 못했다”며 “(이는) 문명국가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앞서 여권과 좌파성향 시민단체들은 차 부장판사가 항소심 재판부를 맡게 되자 그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연루를 거론하며 부적절한 사건 배당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김 지사의 구속을 판결한 1심 재판장인 성창호 부장판사에 대해서도 인신공격성 발언은 물론 법관 탄핵까지 거론하며 논란을 빚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재판은 검찰과 피고인의 공방과 증거로 진실을 밝히는 과정”이라며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 피고인을 무죄로 추정하며, 법관은 결론을 좌우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판부에 대한) 비난과 예단은 피고인이 무죄로 추정돼 자신의 방어권을 행사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 지사는 2016년 12월4일~2018년 2월1일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기사 약 7만6000개에 달린 글 약 118만8800개의 공감·비공감 신호를 조작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김 지사의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혐의에 징역 2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한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한변)은 이날 김 지사의 보석을 허가해서 안 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한변은 ”김 지사가 불구속 상태에서 장기간 충분한 방어기회를 받으면서 1심 재판이 진행됐고, 현재까지 사정 변경이 없다“며 “김 지사의 보석을 허가한다면 1심 재판부와 사법부의 독립적 판단이 집권세력 압력에 떠밀려 내팽개쳐지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