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남북관계 '엇박자' 우려… 문희상 의장 "모든 일은 한미동맹 틀에서 진행" 강조
  • ▲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 있는 국무부를 찾아 존 설리번 부장관과 만난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 일행.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 있는 국무부를 찾아 존 설리번 부장관과 만난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 일행.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미동맹을 강화하겠다며 미국을 찾은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단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로부터 “북한을 상대할 때 한국과 미국은 항상 같은 소리를 내야 한다”는 쓴소리를 들었다. 이에 문 의장 등은 "모든 것은 한미동맹 틀 속에서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뉴시스'에 따르면, 비건 특별대표의 이 발언은 문 의장과 여야 대표 일행이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존 설리번 국무부 부장관을 면담할 때 나왔다. 설리번 부장관과 배석한 비건 대표는 “남북관계 발전은 비핵화 과정과 함께 나아가길 바란다”면서 “미국은 남북관계 발전을 반대하지는 않으나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건 대표의 말에 문 의장은 “미국 정계에서 남북교류와 미북관계를 병렬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 것 같은데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미북 대화 과정에 따라 남북관계는 따라갈 것으로 생각한다. 모든 일은 한미동맹을 전제해야 하고 서로 오차 없이 진행해야 한다”고 답했다.

    문 의장은 이어 “한국의 모든 정당은 한미연합훈련, 미군전략자산 전개,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 같은 문제가 남북관계의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되고 오로지 동맹 내에서 논의가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남북관계의 급격한 진전이 미국의 입지를 어렵게 했다는 데 동의한다”면서 “이번 2차 미북정상회담 이후 정치적 선언이라며 한국전 종전선언을 섣불리 하게 될까 우려된다”는 우파 진영의 의견을 전했다.

    비건 “북한 시간끌기 때문에 비핵화 진척 늦어져”

    이날 면담에서 비건 대표는 문 의장과 여야 대표들에게 최근 북한에서 있었던 협상 상황을 전했다. 비건 대표는 김혁철 북한 외무성 대미특별대표와 가진 논의가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2차 미북정상회담에서 논의할 주제를 파악하기 위해 양측이 가진 모든 생각을 털어놓고 정리하는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비건 대표는 “북한과 대화를 시작할 때는 많은 기대를 하며 흥분했지만, 북한이 불필요하게 시간을 끄는 바람에 대화가 지연되고, 그 결과 남북관계 진척과 비핵화 속도가 엇박자가 나기 시작한 것”이라며 “그러나 한국 정부가 사안의 민감함을 파악했고, 한미 워킹그룹이 설치돼 이제는 현안에 대해 사전에 깊이 있게 토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비건 대표의 말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북한은 (협상할 때) 시간 끄는 것을 좋아하고 상대방이 시간적 압박을 느끼도록 하는 게 일관된 전략이니 북한과 대화할 때 꼭 유념해야 한다”며 “북한 경제상황이 너무 심각해 전쟁을 치를 수 없을 정도이니 그들에게 빨리 노선을 바꿔 경제개발을 하라고 하면 그쪽도 인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건 대표는 “양측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설명했으니 이견을 좁히는 것은 다음 회의부터 시작할 것”이라며 “미북정상회담이 2주밖에 남지 않아 난제를 해결하는 것은 어렵지만 ‘비핵화 일정’을 합의할 수 있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비건 대표는 또 “이번에는 미국과 북한만 회담을 진행하지만 언젠가는 미국과 남북한이 함께 회담하는 날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설리번 부장관은 이날 면담에서 “북한이 '최종적으로 완전히 검증 가능한 비핵화(FFDV)'를 이루기 전까지는 대북제재를 계속 유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