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 최고의 힙플레이스 금란방(金亂房)이 관객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한다.

    서울예술단은 2018년 마지막 정기공연으로 신작 창작가무극 '금란방'을 12월 18일부터 30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 올린다.

    '금란방'은 서울예술단이 2000년 '대박' 이후 18년 만에 선보이는 희극이다. 18세기 조선 영조 시대를 관통하는 두 가지 키워드 '금주령'과 '전기수'라는 소재를 바탕으로 한 정통 코미디 작품이다. 금주령은 조선시대의 기본정책이었으나 민가의 제사는 물론 종묘제례에서도 술을 쓰지 않은 임금은 영조가 유일했다.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땡큐 베리 스트로베리' 등을 집필한 박해림 작가는 18일 오후 열린 프레스콜에서 "영조가 연애소설을 즐겨 들었고, 당시 전기수가 하나 둘씩 생겨나고 있던 시점이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들을 하나로 모았다"고 말했다.

    이어 "금란방은 실제로 조선시대 밀주업자를 단속하던 수사대 이름이다. 역설적으로 같은 단어를 사용했다. 밀주방이자 매설방인 금란방 안에서 신분·연령·성별의 차이를 뛰어 함께 술을 마시며 즐기는 짜릿한 공간으로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금란방'은 한 번 들으면 헤어날 수 없는 마성의 전기수 이자상과 낭독의 기술이 절실한 왕의 신하 김윤신, 이자상을 흠모하는 김윤신의 딸 매화와 현명한 몸종 영이, 금주단속반 꽃미남 윤구연이 얽히고설키며 펼쳐지는 좌충우돌 소동극이다.

    술시(戌時 오후 7시~9시)가 되면 문이 열리는 '금란방'은 모든 금기가 허락되는 비밀스러운 공간이다. 금란방의 손님이 된 관객은 낭독가 전기수가 맛깔스럽게 들려주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푹 빠져들게 된다.

    이야기는 총 3개의 막으로 이뤄져 있으며 '매화 장옷' 분실로 인해 벌어지는 해프닝을 촘촘한 갈등 구조로 이어나간다. 이자상 역의 김건혜를 비롯해 김백현·최정수(김윤신), 송문선(매화), 이혜수(영이), 김용한·강상준(윤구연), 고미경(마담) 등이 출연한다.

    변정주 연출은 "'금란방'은 왁자지껄한 소동 속에 허를 찔러 시대를 풍자하는 전형적인 몰리에르식의 희극을 표방한다. 몰리에르 단막극 시리즈 '날아다니는 의사'를 참고했다. 이 작품이 의사 가운으로 인해 소동이 벌어지는데, '금란방'은 장옷이 스토리텔링의 포인트다"고 설명했다.

    또 "1년 동안 지쳤던 관객이 극장에서 놀기 바라는 마음으로 축제, 클럽 등의 공간을 생각했다"면서 "금기라는 것은 하지 말아야할 것이지만, 그것을 뒤집으면 꼭 해야 하는 것이다. 오늘날 당연시 되는 결혼도 마찬가지다. 사회 유지에 필요하지만 우리 일상에서 상상이나 행동에 있어 제약을 가져오기도 한다"고 밝혔다.

    [사진=서정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