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외교부 “즉각 석방” 美좌파 “무역분쟁”…'백도어 칩' 등 해킹 우려 원인인 듯
  • ▲ 비행기 환승 중 캐나다 밴쿠버에서 체포된 멍완저우 中화웨이 부회장 겸 CFO.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비행기 환승 중 캐나다 밴쿠버에서 체포된 멍완저우 中화웨이 부회장 겸 CFO.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 분쟁 이전부터 중국 IT업체 '화웨이'와 'ZTE'를 강력히 견제했다. 오바마 정부 시절에도 이들에 대한 견제는 있었지만 트럼프 정부 들어서는 노골적으로 제재했다.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 겸 CFO가 지난 1일(현지시간) 캐나다 밴쿠버에서 비행기 환승 도중 현지 경찰에 체포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이 ‘미국의 對이란제재 위반’ 혐의로 캐나다에서 체포된 시간은,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과 시진핑 中국가주석이 아르헨티나 G20 정상회의에서 만나 90일 동안의 무역 분쟁에 합의하고 만찬을 나누기 전이었다. 이를 두고 반(反)트럼프 측은 “트럼프가 시진핑 등에 칼을 꽂았다”고 주장한다.

    캐나다 법정 출석한 멍완저우
    <AP통신>과 <블룸버그 통신> 등 美주요 언론은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이 7일(현지시간) 캐나다 법정에 출석했다”고 전했다. 멍완저우 부회장은 법정에서 보석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캐나다 검찰은 “멍완저우 부회장은 미국에게 30년 이하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상태인데 보석으로 풀어주면 중국으로 도망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캐나다 검찰의 주장을 ‘억지’ 또는 ‘미국의 입김’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를 지지하는 측에서는 “캐나다의 현실을 보면 현지 검찰의 우려를 이해할 것”이라고 반박한다. 2016년 말 기준 캐나다 정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전체 인구 3671만명 가운데 21%가 이민자라고 한다. 출신국별로 필리핀이 가장 많고 다음이 중국이다.

    중국계 인구는 1997년 홍콩 반환 전부터 이미 캐나다로 많은 사람들이 이민했기 때문에 최근 이민자까지 더하면 그 수가 적지 않다. 2017년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밴쿠버 인구 230만명 가운데 중국인 수가 41만명(18%)이라고 한다. 이들은 평범한 이민자와 다르게 부자들이 많다고 한다. 집을 살 때도 웃돈을 얹어 현찰로 구입하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면서 기존 캐나다 사람들에게 반감도 많이 사고 있다고 한다. 캐나다 일각에서는 “밴쿠버는 이미 중국의 일개 성(省)이라고 자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한다.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은 이런 밴쿠버에서 붙잡혔다. 만약 캐내다 법원이 보석 신청을 받아들여 그를 풀어줄 경우 중국 본토에서 건너온 부유층 이민자의 도움으로 귀국할 것이라는 우려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지적이다.

    中외교부 “멍완저우, 빨리 풀어줘라”
  • ▲ 2017년 '백도어'용 칩이 발견된 이후 中화웨이의 입지는 대폭 줄어들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7년 '백도어'용 칩이 발견된 이후 中화웨이의 입지는 대폭 줄어들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中공산당은 멍완저우 부회장의 체포에 즉각 반응했다. 겅솽 中외교부 대변인은 6일 “중국은 미국에 ‘구금한 사람’을 즉각 석방해 달라는 단호한 입장을 이미 전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은 미국과 캐나다 측에 (멍완저우의) 구금 이유를 해명할 것을 요구했고, 그의 석방과 함께 당사자의 합법적인 권익을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은 물론 캐나다가 꿈쩍도 하지 않자 다시 한번 “멍완저우를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겅솽 中외교부 대변인은 7일에도 “지금까지 미국이나 캐나다 모두 중국에 구금 당사자의 혐의에 대한 증거를 보내지 않았다”면서 “중국 공민인 멍완저우를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또한 中공산당의 보복에 대한 질문에 “중국은 법률에 따라 중국에 있는 외국인들의 합법적 권익을 보호하고 있고, 그들도 중국 내에 거주하면서 중국 법을 지켜야 한다”고 답했다. 이 대답을 두고 일각에서는 “법 위에 공산당이 있는데 ‘법에 따른다’는 말은 거짓”이라면서도 “중국 당국이 저렇게 나오는 건 문제를 확대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풀이했다.

    “멍완저우 체포, 트럼프는 몰랐다”는 볼튼 발언의 의미
    멍완저우 부회장을 두고 중국이 미국을 비난하면서, 일각에서는 그 배후가 트럼프 美대통령이라고 비난했다. 이를 두고 존 볼튼 美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6일(현지시간) 美공영방송 <NPR>과의 인터뷰에서 “저는 법무부로부터 내용을 들었기 때문에 그의 체포를 미리 알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대통령에게 모든 사안을 시시콜콜하게 보고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대체 무슨 뜻일까.

    멍완저우 부회장의 체포와 미국 압송은 여러 해석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두 가지 해석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하나는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것”이고, “중국의 패권주의 예봉을 꺾기 위해 ZTE에 이어 화웨이를 손보는 것”이라는 게 두 번째 해석이다. 

    이 같은 주장은 모두 경제적 측면에서 해석한 것이다. 그러나 볼턴 보좌관이 멍완자우 부회장의 체포를 미리 알았다는 대목을 중심으로 생각하면 오히려 안보적 측면 때문에 화웨이를 강력히 제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멍완저우 부회장의 체포에 HSBC가 결정적인 정보를 제공한 대목도 이를 뒷받침한다. HSBC는 과거 대북제재와 대이란제재를 위반했다가 미국 정부로부터 19억 2000만 달러(한화 약 2조 원)의 벌금과 과징금을 부과받은 적이 있다. 이때도 안보가 핵심이었다.

    화웨이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中인민해방군 정보기관 총참모부 3국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던 런정페이가 설립한 회사다. 화웨이(華爲, 중화를 위해)라는 말 자체가 中공산당에의 충성을 의미한다. 화웨이는 그동안 저렴한 가격과 나쁘지 않은 성능을 가진 각종 IT장비를 제조·수출해 급성장했다. 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도 화웨이 제품을 썼다. 그러나 2017년 화웨이가 만든 거의 모든 상품에서 ‘백도어’ 기능을 가진 초소형 반도체가 발견되면서 이들의 제품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국가와 기업이 늘었다.
  • ▲ ZTE와 화웨이 등 中IT업체 장비의 문제가 드러나자 한국 통신업체들도 고민이 커졌다. 사진은 5G 통신망 관련 통신 3사 로고.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ZTE와 화웨이 등 中IT업체 장비의 문제가 드러나자 한국 통신업체들도 고민이 커졌다. 사진은 5G 통신망 관련 통신 3사 로고.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 美동맹국과 '엇박자'… 화웨이 등 중국산 장비 도입
    현재 미국뿐만 아니라 캐나다·호주·뉴질랜드·영국·독일·프랑스·일본이 화웨이 장비 도입을 거부하고 있다. 특히 화웨이 매출에서 큰 몫을 차지하는 통신망 관련 장비 도입은 사실상 금지했다. 중국의 거대 IT 장비 업체 ZTE가 2017년 3월 미국으로부터 제재를 받고 폐업 위기에 몰렸다가 석 달 뒤에 12억 달러(한화 약 1조 3500억 원)의 벌금과 과징금을 낸 뒤에야 살아났을 때도 호주·뉴질랜드·영국·캐나다가 ZTE 제품 수입금지 조치에 동참했다.

    샤오미나 레노버 등 다른 IT 기기 제조업체들이 있음에도 미국이 굳이 ZTE에 이어 화웨이를 제재하는 이유는 뭘까. IT 전문매체들은 ‘통신망 핵심 장비’를 이들이 만든다는 점에 주목한다. 세계 각국의 정부·군대·비상사태 대응 통신망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장비를 채택할 때 안정적 시스템과 저렴한 가격, 낮은 유지보수 비용 등을 기준으로 한다. 

    ZTE와 화웨이는 中공산당의 지원 아래 이런 점을 집중 공략했다. 그 결과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일본·독일·프랑스·인도 등에서도 ZTE와 화웨이 장비를 많이 도입했다. 지자체는 물론 군대와 경찰, 소방관서, 해안경비대도 이들의 장비를 도입했다.

    문제는 화웨이와 ZTE가 유엔 안보리나 국제사회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과 북한에 같은 장비를 판매했고, 이때 불법 금융거래를 한 것이다. 여기다 2017년 화웨이와 ZTE의 각종 상품에서 ‘백도어’용 반도체가 발견되자 세계 주요국들은 이들 장비 도입을 금지했다. 이란이나 북한이 돈만 더 준다면 세계 각국에 퍼져 있는 화웨이와 ZTE 제품의 ‘백도어’까지 쓸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中공산당과 ZTE, 화웨이는 이란과 북한 관련 제재 위반을 지적받자 “그런 일은 없다, 우리는 모르는 일이다”라고 했다. 그러나 미국을 필두로 세계 각국에서 결정적 증거들이 나오자 “실수였다”고 말을 바꿨다. 中공산당은 ZTE와 화웨이에 처벌이나 징계도 하지 않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中공산당 ZTE, 화웨이는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현재 트럼프 정부가 동맹국들에게 ZTE나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말라 줄 것을 요청하는 것도 실은 경제적 압력이 아니라 미국과 동맹국 간의 안보협력에 ‘큰 구멍’이 생길 것을 우려한 탓이다. 일본이 최근 급하게 화웨이 등 중국 제품의 도입을 중단하기로 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반면 한국 정부는 현재 구축 중인 ‘국가비상통신망’ 사업에, 국내 3대 통신사들은 기존의 통신망 개선 및 5G 통신망 구축에 화웨이, ZTE 등의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