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존엄'이 환영받지 못하면 북한 내부 혼란… 김정일은 "내가 바보냐" 초청 거절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환영만찬에서 환영사 하고있다. ⓒ 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환영만찬에서 환영사 하고있다. ⓒ 연합뉴스
    청와대가 처음으로 김정은 답방이 올해 안에 어려울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와 관련해 태영호 前주영 북한대사관 공사가 “어쩌면 북한 내부적으로 김정은의 방한을 반대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태영호 前공사는 26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북한동향분석을 통해 “최근 일주일 동안 김정은의 공개 활동이 없는 것은 남한 방문과 2차 美北정상회담을 두고 내부조율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연내 방한과 2차 美北정상회담 준비 등 결단을 내려야 할 내부 회의가 많고, 결제해야 할 안건이나 의견보고 등이 쌓여 밖으로 나갈 시간적 여유가 없을 것이라는 추측도 했다.

    태 前공사는 “현재 김정은의 가장 큰 고민은 자신이 방한했을 때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 때처럼 열렬히 환영하는 인파가 있어야 하는데 다원화된 한국 사회에서는 이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 지도부는 ‘최고존엄’이 적대세력의 본거지 한국에 갔는데 환영을 받지 못한다면 내부적 혼란이 일어날 것을 우려할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김일성, 김영삼 초대 받고 ‘통일 대통령’ 큰소리

    태 前공사는 “1994년 7월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김일성을 서울로 초청했을 때도 노동당 간부들이 방한을 만류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노동당 간부들은 “남조선에 내려가면 적들이 수령님께 무슨 짓을 할지 몰라 신변이 위험하다”며 김일성의 방한을 말렸다고 한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이렇게 방한을 말리는 게 충성심이 높은 간부로 인정받는 길이라고 한다.

    이때 김일성은 노동당 간부들을 모아놓고 “걱정마라. 내가 살면 몇 년이나 살겠는가. 내가 남조선 국회에서 연설만 하면 온 남조선 땅이 나를 칭송할 것이며, 결국 나는 통일 대통령이 된다”고 큰 소리를 쳤다고 한다.


  • 1994년 방북한 지미 카터 前미국 대통령과 김일성. ⓒ연합뉴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1994년 방북한 지미 카터 前미국 대통령과 김일성. ⓒ연합뉴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시 외무성에 근무하던 태 前공사는 “김일성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이렇게도 모를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는 “그때 만약 김일성이 남한에 내려왔더라면 발전된 남한 현실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김정일은 달랐다고 한다.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 이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서울로 초청했지만 김정일은 “내가 바보냐”며 방한을 거절했다고 한다.

    태 前공사는 “이번에도 노동당 간부들은 충성 경쟁을 하느라 김정은의 방한을 앞다퉈 반대할 게 뻔하지만 김정은과 리설주 본인들은 남한에 가고 싶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젊은 김정은 입장에서는 매일 TV로 보는 서울을 직접 구경해 보고 싶을 것이고, 리설주 또한 한국 콘텐츠를 보면서 ‘오빠, 한 번 가보자’고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었다.

    그러나 김정은과 리설주의 이런 생각은 최측근 김창선 서기실장을 비롯해 김영남, 최룡해, 김영철, 리용호 등의 반대로 실행에 옮기기 어려울 것이라고 태 前공사는 주장했다. 그는 “이런 미묘한 분위기 속에서 김정은이 ‘그대로 남한에 한 번 가보겠다’고 결단을 내릴지 의문”이라고 글을 맺었다.

    청와대는 지금까지 “김정은 위원장은 반드시 연내 서울 답방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지난 26일 브리핑에서 “여러 가지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논의 중”이라며 사실상 연내 답방이 어려울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