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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맞춤법으로 개인신용 평가… 황당한 선진화

文 정부, 비금융정보 전문 신용평가사 허용… 개인 정보 사찰, 마구잡이 대출 우려

입력 2018-11-22 12:34 수정 2018-11-22 17:49

▲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5월 서울 강남구 D.CAMP 커뮤니티 라운지에서 열린 청년창업재단 출범 6주년 성과보고대회에서 금융분야 데이터와 관련해 강연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민간 신용평가회사가 내년부터 고객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보고 게시글의 맞춤법이나 관심사를 파악해 대출에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논란이 거세다.

당정은 21일 협의를 거쳐 '신용정보산업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개인 동의를 전제로 통신요금·공과금 납부, 온라인 쇼핑 내역, SNS 정보 등 비금융정보만을 이용해 개인신용을 평가하는 비금융정보 전문 신용평가회사 설립을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현재는 직장 재직 기간이 짧은 사회초년생이나 대학생, 주부는 등급 산정에 불리해 금융기관을 이용하기 어렵다. 대출 상환 내역이나 카드 이용 실적으로 축적된 금융정보 위주로 개인신용평가가 이뤄지고 있는데, 그러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협의에서 "통신료 납부 정보 등 비금융정보를 신용평가에 활용해 금융기관 서비스 이용층을 확대하겠다"고 개선 방침을 밝혔다. 이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금융거래 이력 위주의 신용평가로 불이익을 받아왔던 사회초년생, 주부 등의 신용평점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DJ 때는 무분별한 대출 길 열어줘 '카드대란'

하지만 당정의 이 같은 결정은 비금융정보를 이용한 신용평가의 전반적 문제점을 간과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자칫 제대로 된 신용평가가 아니라, 무분별한 대출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겠냐는 우려다.

1999년 김대중 정부는 소비를 통한 경기부양과 원활한 세금징수를 위해 신용카드를 통한 경기 부양을 시도하면서 관련 규제가 상당수 완화됐다. 카드 회사들도 이에 부응해 당시 빠른 속도로 신용카드가 보급됐는데, 문제는 카드사들이 신용카드 발급에 부적절한 사람들의 정확한 신용정보를 파악하지 않은 채 손쉽게 발급해 줬다는 것이었다.

당시 정부는 정책의 여파를 심각하게 인식하지 않았고, 카드사들은 길거리 마케팅에 열을 올렸다. 이에 카드이용 대금을 갚을 여력이 없는 소비자들 사이에선 카드 대금을 갚아나가기 위해 다른 카드를 사용하는 '돌려막기' 수법이 대중화 됐다.

2002년부터 급증하기 시작한 카드 연체율은 2003년 말에는 총 사용 금액의 14%를 넘어섰다. 특히 2004년에는 신용불량자 수가 361만 명까지 급증해 참여정부 내내 후유증이 지속됐다. 소비의 미덕을 부추긴 정부의 정책이 도리어 '카드 대란'을 일으킨 사례다.

맞춤법 자주 틀리면 신용등급 내려가

정부가 이번에 허가한 SNS를 활용한 신용평가 방식에도 문제점이 지목된다. 신용평가회사가 고객의 페이스북·트위터를 보고 맞춤법을 자주 틀리면 신용대출 등급을 낮추는 권한을 갖기 때문이다.

해외에선 개인 SNS 글 오기 여부로 신용평가를 하는 경우가 있다. 미국 신용평가회사들은 하버드 대학 아심 크와자 교수가 발표한 '맞춤법을 틀리지 않는 대출자는 틀리는 대출자에 비해 평균 15%가량 덜 연체한다'는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신용평가 변수로 활용한다. 독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미국 역시 도입 초기에는 '황당하다'는 비판도 받았다.

이 같은 개념은 박근혜 정부 때인 지난 2015년부터 알려지면서 국내에도 도입 논의가 이뤄졌다. 이미 현재 P2P(Peer-to-Peer Lending: 인터넷을 통한 개인 간의 직접적인 금융거래) 대출 서비스 업체들은 SNS 등을 분석해 대출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비금융정보 전문 신용평가회사가 공식 설립되면, 평가 기준이 금융권 전체로 확대돼 대다수의 SNS 사용 국민들이 잣대에 놓여지게 될 전망이다.

맞춤법 외에도 고객의 SNS를 보고 얻는 정보는 더 있다. 미국의 신용평가사 렌도(Lenddo)사는 개인의 왕성한 SNS 활동을 사회적 위치가 있는 것으로 간주해 긍정 변수로 삼는다. 페이스북 '좋아요'를 누르는 경향을 분석해 신인도에 반영하는 것이다. 또 위치정보 등 일명 개인의 디지털 발자국을 추적해 1만2,000개의 변수를 분석, 신용도를 평가한다.
 
하지만 해외와는 달리 한국의 경우 금융이용 데이터 등으로 신용등급을 평가할 수 있는 잣대가 비교적 풍부해 'SNS 신용 평가의 필요성 논란'이 가중된다. 카드사용량만 보더라도 우리나라 경제활동 인구 중 카드를 소지한 사람은 신용카드 89%, 직불카드 96%에 이른다. 이용비중은 50.6% 수준이다. ▲미국 28% ▲호주 18% ▲독일 7% 보다 훨씬 높다.

당정, 자영업자 신용평가사 신설

당정의 이번 신용정보산업 선진화 방안에 따라 앞으로 영세 자영업자도 신용을 기반으로 개인사업자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업종, 상권, 업력, 매출 등 다양한 정보를 토대로 신용을 평가받게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개인이나 기업에 대한 신용평가를 담당하는 신용평가사는 있었지만 별도로 개인사업자 신평사가 존재하지 않아 사업주인 '개인' 신용이나 담보 유무에 따라 대출 여부가 결정되곤 했다. 개인사업자 신평사가 신설되면 담보는 부족해도 사업성이 뛰어난 자영업자는 더 나은 조건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이날 가명정보 개념을 도입해 개인정보 이용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가명정보를 새로운 기술과 제품, 서비스 개발 등 산업적 목적을 포함한 과학적 연구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다만 가명정보를 이용하는 기업이나 기관이 특정인의 개인 정보를 알 수 있게 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형벌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 전체 매출액 3%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처벌 규정을 지나치게 강화해 부작용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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