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앤장' 경질 공정경제 회의… "반칙·특권·부정부패로 서민 경제 무너져" 질타
  • ▲ 문재인 대통령이 9일 공정경제 전략회의에서 연설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이 9일 공정경제 전략회의에서 연설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9일 공정경제 전략회의에서 "공정경제를 통해 국민의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경제활동이 이어질 때 기업들도 새로운 성장 동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같은 자리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대기업 소유지배구조 개선·주주이익 보호와 경영진 감시 시스템 마련 등을 언급하면서 대기업에 날을 세우는 발언을 함께 했다. 문재인 정부 내 '반기업 정서'를 두고 정치적 논란이 뒤따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삼성동 코엑스 내 별마당도서관에서 열린 공정경제 전략회의 연설에서 "국민이 잘 살아야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며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고 일한만큼 보상을 받아야 혁신의지가 생겨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공정경제는 경제에서 민주주의를 이루는 일"이라며 "우리는 이제 함께 잘 살아야 한다. '공정경제'가 그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 숨기지 않아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공정경제'는 집권 초기부터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과 함께 언급된 경제정책 기조 중 하나로, 대기업·중소기업 간 상생을 강조하는 정책기조다. 같은날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정책실장이 경질되는 상황에서 첫 회의가 열리면서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대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엿보이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는) 경제성장 과정에서 공정을 잃었다. 함께 이룬 결과물들이 대기업 집단에 집중됐다"며 "중소기업은 함께 성장하지 못했다. 반칙과 특권, 부정부패로 서민 경제가 무너졌다"고 했다.

    이어 "성장할수록 부의 불평등이 심화되었고, 기업은 기업대로 스스로의 국제경쟁력을 약화시켰다"며 "정부는 그동안 공정한 경제환경을 만들기 위해 제도와 관행을 개선해왔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또 "골목상권 등 서민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대기업의 소유지배구조를 개선하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일감몰아주기, 부당내부거래를 일삼았던 대기업을 적발하여, 사익편취에 대해 엄정하게 법을 집행했다"고도 했다.

    반칙과 특권, 부정부패로 서민 경제 무너졌다

    대통령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을 대기업의 시혜적인 조치로 생각하는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며 "상생협력은 협력업체의 혁신성을 높여 대기업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고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이 반칙과 부패 등으로 성장한 것 처럼 언급하면서 경쟁력을 문제삼아 질책한 셈이다.

    참석자들도 입을 모았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역시 "하도급 거래와 유통업 분야에서 이른바 '갑질'이 고착화되는 그런 문제도 계속됐다. 그 결과 신분상승의 사다리는 없고 미끄럼틀만 존재하는, 중산층이 붕괴하는 문제가 나왔고 소득양극화가 심화됐다"고 못박았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한국 경제는 흡사 고립된 대기업들의 오아시스 체제와 같아서, 대기업 오아시스 체제에 편입되지 못한 기업들은 싹이 트자마자 시들어 버리는 떡잎과도 같다"고 묘사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주주 이익 보호와 경영진 감시 시스템 마련(상법) ▲가맹점과 대리점의 단체구성과 교섭력 강화(가맹사업법, 대리점법) ▲협력이익공유제와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제도(상생협력법) 등 공정경제 관련 법안 13개가 계류돼 있다는 점을 들어 국회의 법안 처리를 호소했다. 

    또 ▲상가임차인 계약 갱신 요구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상향 ▲임차인 권리금 보호 조치 ▲중소기업 스마트 공장에 대기업이 자금과 인력을 지원하는 상생형 스마트공장 확산 ▲기술탈취로 고발된 경우 공공입찰 참여 즉시 제한 ▲기술탈취 조사 시효 3~7년으로 상향 등도 언급했다. 이 역시 대부분 대기업에 초점이 맞춰진 안이다.

    "대기업에서 노력 기울요주시기 바란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은 '대기업 때리기 논란'으로 번질 것을 의식한 듯 마무리 발언에서 "제일 염려가 되는 것은 기존 환경에 익숙해 있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기업의 활동을 억압하거나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의문을 가질까 두렵다"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들을 오히려 없애버림으로써 기업이 자율적으로 혁신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이고, 공정경제도 마찬가지로 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하거나 활동을 하면서 상생을 발휘하거나 혁신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을 만들어 주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 1차적으로는 그 혜택이 중소기업에게 갈지 몰라도 중소기업들이 자유롭게 경영하고 혁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면 그것은 결국은 협력관계를 갖고 있는 대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기 때문에 서로 윈윈하면서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라며 "(두산) 박용만 회장 말씀대로 기업이 자발적으로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대기업에서 그런 노력을 많이 기울여 주시기 바란다"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