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화·김선수·이동원·노정희·민유숙 대법관… 국보법, 통진당, 쌍용차 파업에 관심
  • 대법원 전원합의체 모습.ⓒ뉴시스
    ▲ 대법원 전원합의체 모습.ⓒ뉴시스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 부부를 ‘종북(從北)' '주사파’라고 표현한 것은 명예훼손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에서 “명예훼손이 맞다"는 반대(소수) 의견을 낸 대법관은 5명이었다. 이들은 누구이며, 과거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달 30일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 부부가 자신들을 ‘종북(從北)' '주사파’라고 표현한 변희재씨와 뉴데일리, 조선일보, 이상일 새누리당 의원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이 전 대표처럼 공인(公人)에 대해 ‘종북' ‘주사파' 등의 정치적 표현에 대해선 명예훼손 책임을 인정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었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 찬성(다수) 의견을 낸 대법관은 총 13명 중 8명(김소영·조희대·권순일·박상옥·이기택·김재형·조재연·안철상)이었다. 반면, 박정화·민유숙·김선수·이동원·노정희 대법관 등 나머지 5명은 반대(소수) 의견을 냈다. 이들은 “변씨가 사용한 종북 표현은 대한민국 정체성과 헌법 기본 질서를 부정하는 세력이라는 의미로, 허용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했다.

    이들은 또 형사적 책임을 묻는 형사사건과 민사적 책임을 묻는 민사사건은 위법성의 정도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들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표현행위를 이유로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가능한 한 억제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도 “하지만 민사책임을 묻는 것은 일방이 위법하게 명예를 훼손당하거나 모욕을 당했다면 인정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 박정화 대법관 후보자가 2017년 7월 4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뉴데일리 DB
    ▲ 박정화 대법관 후보자가 2017년 7월 4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뉴데일리 DB
    박정화 대법관 "파업 쌍용차 노동자 해고 부당" 판결

    지난해 7월 임명된 박정화(52) 대법관은 전남 해남 출신으로 광주중앙여고와 고려대 법대를 졸업했다. 1991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뒤 판사 생활을 시작해 대법원 재판연구관, 사법연수원 교수, 대전지법 부장판사 등을 지냈다. 2010년 여성 법관 중 최초로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가 됐다.

    박 대법관의 주요 판결을 살펴보면 노동자 편에서 내린 판결이 많았다.

    그는 2011년 쌍용자동차 파업 당시 정리해고 대상자가 아니면서 파업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노동자에 대해 ‘해고는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박 대법관은 판결 당시 “사측이 경영 위기의 책임을 근로자들에게 전가하자 이들이 생존에 위협을 받는다고 생각해 파업에 나간 점을 참작할 만하다"고 판시했다. 그해 한국타이어 근로자 15명이 심근경색 등으로 잇따라 돌연사한 문제를 폭로한 A씨를 회사가 해고한 사건에 대해서도 노동자의 편에서 판결했다. 2009년 한 시중은행이 비정규직 근로자의 통근비·식대를 정규직 근로자보다 적게 지급한 사건에 대해서도 은행에 패소 판결을 했다. 

    난민 문제에 대한 판결도 눈길을 끈다. 박 대법관은 2010년 남편이 숨진 뒤 ‘아내 상속’ 관습에 따라 시동생과 재혼을 강요 당한 케냐 여성과, 나이지리아에서 성적 소수자라는 이유로 박해를 받다 한국으로 온 남성을 난민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 8월 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신임 대법관 취임식에서 김선수 대법관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뉴시스
    ▲ 8월 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신임 대법관 취임식에서 김선수 대법관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뉴시스
    '민변 회장' 김선수 대법관, '통진당 해산' 헌재 비난

    전북 진안 출신인 김선수(57·사법연수원 17기) 대법관은 판·검사 경력이 없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회장 출신으로 ‘좌파 성향'이 강하다는 게 법조계의 평가다.

    김 대법관은 1986년 서울대 법과대학을 졸업하기 직전 해인 1985년 제 27회 사법시험에 수석으로 합격했다. 이후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후 판·검사가 아닌 노동·인권 변호사의 길을 선택, 30여 년간 활동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사법개혁비서관과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기획추진단장으로 일했다.

    김 대법관은 1990년 9월 화가 홍성담 국가보안법 사건을 변론하면서 변호사 접견을 금지한 상태에서 시행된 검사의 피고인신문 증거능력을 부정시키고 무죄 취지로 대법원의 파기환송을 이끌었다.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을 헌법상 권리로 만들어내 형사소송 절차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게 법조계 평가다.

    2014년에는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위헌정당 해산 심판 당시 통진당 변호인단 단장을 맡았다. 김 대법관은 헌재 결정 직후 "헌재가 그 존립 근거를 스스로 부정했다"고 했다. 민변 회장 시절 국보법 폐지 운동을 하기도 했다.
  • 7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이동원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가 선서를 하고 있다.ⓒ뉴시스
    ▲ 7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이동원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가 선서를 하고 있다.ⓒ뉴시스
    이동원, "해산된 통진당 의원, 의원직 상실 당연" 판결

    서울 출신인 이동원(55·사법연수원 17기) 대법관은 제주지법원장을 지내다 대법관으로 임명됐다. 경복고·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연수원을 마친 후 서울형사지법 판사로 법관 생활을 시작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등을 지냈다.

    이 대법관은 서울고법 재직 당시 통합진보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낸 국회의원 지위확인 소송에서 "정당이 해산되면 소속 국회의원도 의원직을 상실한다"고 판결했다. 미국 국적 재미동포가 전국 순회 토크콘서트에서 한 발언이 북한 사회주의 체제와 정권의 정당성을 인정한 것으로 보고, 강제퇴거 조치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서울고법 시절 난민과 관련된 재판에서 난민 편에서 판결을 내린 적도 있다. 당시 출입국관리사무소가 부모와 같이 난민 신청을 한 미성년 자녀에게 별도의 면접심사를 하지 않은 것은 유엔 아동 권리에 관한 협약 등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또 난민 심사에 회부되지 않았다는 통지를 구두로 한 것에 대해 최소한의 절차적 보호가 보장되지 않았다고 판결한 바 있다.

    한편 지난해 환경부가 서울 용산 미군기지와 주변 지하수 오염에 관한 환경조사 결과를 비공개 결정한 것에 반발, 민변이 제기한 소송에서 "국민의 알권리를 제대로 보장하지 않았다"며 민변의 손을 들어줬다.
  • 8월 2일 대법원에서 열린 신임 대법관 취임식에서 노정희 대법관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뉴시스
    ▲ 8월 2일 대법원에서 열린 신임 대법관 취임식에서 노정희 대법관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뉴시스
    노정희, 소수자 인권 보호...멘토는 민변 출신 변호사

    노정희 대법관(55·사법연수원 19기)은 대법원 역사 70년 만에 첫 여자대학교 출신 대법관이다.

    광주 출신인 노 대법관은 이화여대 법학과,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90년 춘천지법 판사로 법관 생활을 시작한 이후 각급 법원에서 근무하고 올 들어 법원도서관장으로 재직했다.

    노 대법관은 여성과 아동, 장애인 등 소수자 권익 보호를 위한 판결을 주로 내렸다. 성과 본을 어머니의 성과 본으로 변경한 자녀가 어머니가 속한 종중의 종원으로 인정된다고 판결했고, 장애여성 성폭력범죄가 발생한 사회복지법인 임원들이 피해자 보호조치 의무를 위반한 경우 해임 명령 사유가 된다고 선고하기도 했다.

    노 대법관은 변호사를 하다가 2010년 다시 재임용돼 법관 생활을 시작했는데, 변호사 시절 함께 일한 연수원 동기인 김칠준(58) 변호사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김 변호사는 민변 부회장 출신이다. <동아일보>는 7월 4일 당시 대법관 후보자인 노 대법관에 대해 "노 후보자는 1990년 춘천지법에서 법관 생활을 시작했지만 1995년 변호사로 개업했다"며 "변호사 시절 노 후보자는 연수원 동기인 김칠준 변호사가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 다산에서 일했는데 이 기간에 김 변호사의 영향을 상당히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 지난해 12월 20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당시 민유숙 대법관 후보자.ⓒ뉴데일리 DB
    ▲ 지난해 12월 20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당시 민유숙 대법관 후보자.ⓒ뉴데일리 DB
    민유숙 대법관, 양성평등 활동 '눈길' 

    올해 1월 취임한 민유숙(53‧사법연수원 18기) 대법관은 서울 출신으로 배화여고·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89년 사법연수원 수료후 인천지법에서 판사생활을 시작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을 지냈다. 2007년에는 여성 최초로 서울서부지법에서 영장전담 부장판사를 맡았다.

    민 대법관은 아동·청소년, 여성 등의 인권을 위한 판결을 많이 내렸다. 행인이 자연재해로 피해를 볼 경우 관할 지방자치단체와 국가의 책임을 인정해 국민에 대한 보호의무를 법률적으로 명확히 했다. 학교 폭력으로 인한 사망사고 발생 사건에서는 학교 법인과 교사의 적극적 책임 의무를 지도록 하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서울가정법원 수석부장판사 직무대리 시절 이혼 후 자녀양육 사항의 결정에 집중하고 부부 간의 갈등은 저감하는 새로운 가사소송 모델을 제시하기도 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양성평등을 위한 활동 부분이다. 민 대법관은 2012년부터 대법원 산하 ‘젠더법연구회' 회장으로 활동했고, 2016년 ‘법원 내 양성평등을 위한 포럼'을 개최하기도 했다. 

    민 대법관의 배우자는 17·19대 국회의원을 지낸 문병호 전 의원(58)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