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경계에 선 아이들' 美동부 순회 상영... 미국인들 "비인권적 상황 믿기지 않는다"
  • ▲ 제3국 출신 탈북청소년들을 다룬 다큐멘터리 '경계에 선 아이들(Children on the Edge)'의 주인공 예림(좌)이와 유나(우) ⓒ 세이브NK 제공
    ▲ 제3국 출신 탈북청소년들을 다룬 다큐멘터리 '경계에 선 아이들(Children on the Edge)'의 주인공 예림(좌)이와 유나(우) ⓒ 세이브NK 제공
    중국에 머무는 탈북자 또는 중국인과 탈북자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한국에 올 때까지 ‘무국적자’로 고통을 받는다. 이런 아이들의 사연을 담은 다큐멘터리 ‘경계에 선 아이들(Children on the Edge)’이 미국에서 상영되고 있다. 이 다큐멘터리를 본 미국 현지인들의 반응은 뜨겁다고 북한인권단체 관계자가 전했다.

    다큐멘터리 ‘경계에 선 아이들’은 북한인권단체 ‘사단법인 세이브NK’가 올해 1월부터 제작한 것이다. ‘무국적자’라는 굴레를 쓴 아이들이 북한과 중국, 한국에서 생활하며 겪는 정체성 혼란을 그렸다.

    ‘경계에 선 아이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생겨났다고 한다. 당시 탈북 여성들은 중국 등에서 인신매매를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중국 시골로 팔려간 탈북 여성들과 현지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무국적자’로 남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게다가 중국 현지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주위에서 ‘탈북자 자녀’라는 차별까지 받은 경우가 많았다는 게 ‘세이브NK’ 측의 설명이었다. 이런 과정을 겪은 ‘경계에 선 아이들’은 한국에 온 뒤로도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다고 한다.

    다큐멘터리의 주인공 김예림(16) 양과 조유나(21) 씨는 한국에 와서 살고 있지만 여전히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모습을 보여준다. 김 양은 과거 엄마에게 “나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물었다가 “너는 짝퉁”이라고 농담조로 대답한 것이 가슴 속 상처가 됐다고 털어 놓는다. 김 양은 지금 한국에서 엄마와 함께 살고 있으면서도 어릴 적 자신을 떠난 엄마에게 여전히 서운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밝힌다.

    조유나 씨도 김 양과 함께 서울 서초구에 있는 대안학교 ‘다음 학교’에 재학 중이다. 아빠가 중국인인 조 씨는 “여전히 이방인인 것 같으면서도 아닌 것 같은,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다”고 털어놓는다. 조 씨는 다큐멘터리에서 “이제는 탈북자, 새터민, 중국 사람이라는 말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말을 듣는 게 소원”이라고 말한다. 세이브NK는 “중국이 고향인 탈북 청소년들은 공통적으로 자신이 왜 한국에 왔는지, 어느 나라 사람인지에 대한 질문을 품고 있다”고 전했다.

    어린 시절 멸시 받으며 자란 '무국적자 탈북 청소년들'
  • ▲ 국내 북한 인권 NGO인 ‘(사)세이브NK’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경계에 선 아이들'은 북한인권의 또 다른 사각지대인 제3국 출생 탈북청소년 문제에 포커스를 맞췄다. ⓒ 세이브NK 제공
    ▲ 국내 북한 인권 NGO인 ‘(사)세이브NK’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경계에 선 아이들'은 북한인권의 또 다른 사각지대인 제3국 출생 탈북청소년 문제에 포커스를 맞췄다. ⓒ 세이브NK 제공

    중국에서 태어나 ‘무국적자’로 어린 시절을 보낸 탈북 청소년들은 다큐멘터리를 통해 북한보다 나은 중국, 중국보다 나은 한국으로 와 살면서, 법적으로는 한국 국민이 됐지만 여전히 ‘탈북자’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이를 사회와의 또 다른 경계선으로 만드는 모습을 보여준다.

    ‘경계에 선 아이들’을 기획·제작한 손문경 세이브NK 사무처장은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그저 ‘불쌍한 아이들을 돕자’는 게 아니라, 중국에서 차별과 멸시 속에 성장하다 한국으로 와서 이를 극복하려고 용기를 내는 아이들에게 사회의 격려가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전달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비췄다.

    세이브NK 관계자에 따르면, 다큐멘터리 ‘경계에 선 아이들’을 본 미국인들은 주민들의 인권을 유린하는 북한 정권, 탈북자들을 강제북송하고, 인신매매를 방조하는 중국 정부, 탈북자들의 사회정착 지원에 소극적인 한국 정부를 비판하면서 “무국적자가 된 탈북 청소년들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고 한다.

    지난 20일(현지시간) 美워싱턴 D.C. 소재 조지 워싱턴 대학에서 열린 상영회에 온 사람들은 다큐멘터리 속 주인공들에게 찬사를 보내는 한편 “사람을 팔고 사는 비인권적 상황이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는 소감을 밝혔다고 한다.

    ‘경계에 선 아이들’은 지난 17일부터 미국 동부 지역을 돌며 상영회를 갖고 있다. 마지막 날인 24일에는 뉴욕 유엔본부에서 상영할 예정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