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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 2박 3일간의 '제3차 남북정상회담' 일정을 마치고 돌아왔다. 문 대통령은 이 기간 동안 북한주민들에겐 다소 '낯선', '파격적' 모습을 연출했다.
문 대통령은 방문 첫날인 18일 평양순안국제공항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북한주민들을 향해 수차례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19일 평양 '5·1 경기장'에서 열린 집단체조공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에 가진 연설에선 평양시민들에게 '존칭'을 썼다. 국내에선 상식에 속하는 일이지만, '최고 존엄'으로 불리는 김일성 일가가 주민들에게 '존칭'을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문 대통령의 예의와 친절이 북한주민들에겐 '익숙한' 모습은 아닐 것으로 짐작되는 이유다.
국내 언론들은 문 대통령의 예의와 친절에 대해 '대통령의 겸손' '평양시민들에게 감동을 줬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최고 존엄'으로 불리는 김씨 일가와 다른 문 대통령의 '예의'와 '친절'에 대해 북한주민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뉴데일리>가 평양 출신 탈북자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외국정상들 45도 반절… 90도 인사는 지나친 예의
북한 양강도 혜산 출신으로 평양의대를 졸업하고 3년 전에 남한에 입국한 박모(31)씨는 문 대통령의 '90도 인사'에 대해 "평양시민들에게 지도자도 인민에게 허리를 저렇게 굽힐 수 있다는 인식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집단체조 관람 후 "평양의 놀라운 발전상을 보았다"는 문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서는 "평양시민들에게 '오버한다'는 느낌을 줬을 것"이라고 했다. 박씨는 "김정은 정권 들어 평양에 건물들이 많아지고 높아졌지만 경제와 과학이 발전한 것은 아니다"라고 단언하며 "보급이 크게 늘어난 스마트폰도 중국 부품을 가져다 조립하는 것으로 사실상 중국산"이라고 했다.
평양 호위총국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남한으로 넘어온 이모(24)씨는 문 대통령의 '90도 인사'를 '과잉 예의'이라고 했다. 이씨는 "북한에는 크게 90도 큰절과 45도 반절 예법이 있는데 북한을 방문하는 대부분의 외국정상들은 45도 반절을 하는 것이 관례"라며 "문 대통령이 예의를 보여주기 위해 그랬겠지만 북한 주민들에게는 관례에 어긋난 과잉 행동으로 비춰졌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에 대한 굴복으로 해석될 것
평양사범대학에 재학 중 탈북해 2014년 남한에 입국한 최정심(가명·27)씨도 '과잉 친절' '과잉 예의'로 보였다고 했다. 최씨는 "평양시민들도 역사적 남북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유심히 봤을 것인데, 문 대통령의 '과잉 친절'에 대해 평양시민들이 받은 느낌은 계급과 수준에 따라 달랐을 것이다"며 "다만 수차례 90도로 허리를 숙이는 남조선 대통령의 모습에선 북한에 대한 굴종의 의미로 받아들여졌을 수도 있다"고 했다.
북한 노동당 중앙원회 소속 대남공작기구인 '통일전선부'에서 근무하다가 지난 2004년 탈북한 장진성(48) 뉴포커스 대표는 "평양정상회담은 문 대통령의 성과가 아닌 김정은의 업적으로 부풀려질 것이다"라며 "이런 '구걸회담'에 온 남조선 대통령이 90도로 인사했다는 것은 북한에 대한 굴복의 의미"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북한 주민들이 세뇌받은 남조선 대통령은 적국의 수괴일 뿐"이라며 "이런 사실도 모르는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 언론의 자화자찬이 궁색하게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