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종업원 귀순 진상조사 필요"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보고관 발언 후폭풍 거세
  • ▲ 지난 2일 방한, 외교부 청사에서 조현 제2차관과 만난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왼쪽).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2일 방한, 외교부 청사에서 조현 제2차관과 만난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왼쪽).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지난 4일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2016년 4월 집단 귀순한 북한 식당 여종업원들에 대해 철저한 진상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북한인권단체 관계자들과 탈북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지난 7일 수전 숄티 美북한자유연합 대표, 로베르타 코헨 前국무부 인권담담 부차관보, 탈북자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들은 “이미 귀순 의사를 뚜렷이 밝힌 사람들에 대해 재조사를 벌이는 것은 불필요하며 조사 과정에서 개인 신상이 드러나 북한에 있는 가족들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수전 숄티 美북한자유연합 대표는 “퀸타나 특별보고관을 존경하지만 이미 명확하게 결정된 사항에 대해 추가 조사를 벌이는 것은 불합리하다”면서 “만약 추가 조사를 한다면 북한에 남은 이들 가족이 위험에 처하지 않도록 누가 이들의 신상정보 및 거주지 정보를 갖고 있는지도 함께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숄티 대표는 “여종업원들의 신상이 노출될수록 피해를 입는 사람은 북한에 남은 가족들일 것”이라며 “만에 하나 여종업원들이 북한으로 송환된다면 이는 곧 한국에 있는 다른 탈북자들도 큰 위험에 처하게 된다는 의미”라고 우려했다.

    로베르타 코헨 前국무부 인권담담 부차관보는 ‘농르풀망 원칙’에 따라 여종업원들이 북한으로 강제 송환되는 일이 없도록 확실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농르풀망 원칙’이란 자국에서 박해를 받다 탈출한 난민을 다시 돌려보내서는 안 된다는 강제송환금지 원칙이다.

    코헨 前부차관보는 여종업원들이 만에 하나 북한으로 송환되면 정치범 수용소에 감금되거나 심한 고문을 받을 우려가 있고, 최악의 경우 처형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한다. 그는 또한 “북한 여종업원들이 자발적으로 북한에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더라도 그 진의를 정확히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에 남은 가족들이 당국의 처벌을 받을까 두려워한 나머지 돌아가려 할 수도 있고 다른 압박에 의해 그런 주장을 하는 게 아닌지 정확히 판단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재미탈북민연대 조진혜 대표 또한 “여종업원들이 북한에 남은 가족들이 받을 피해를 우려해 정직하게 말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들이 유엔의 진상 조사에서 얼마나 솔직히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조진혜 대표는 “이들이 정말 북한에 돌아가기를 원한다면 언제든지 중국을 통해 북한에 갈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그 사람들은 가족들을 위해 아무 이야기도 안 하면서 그저 숨은 듯 살고 사람들이 자기네를 잊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만약 여종업원들이 북한에 돌아갈 경우 한국에 있는 탈북자 정보, 하나원과 국가정보원에 대한 정보가 상당 부분 북한에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의 소리’ 방송과 만난 재미 탈북자 박명남 씨는 “여종업원들이 북한으로 돌아간다면 정치 선전에 이용된 뒤로 감시를 받다가 조용히 처형될 게 뻔하다”고 우려했다. 그는 “여종업원들의 현재 상황이 매우 난처할 것”이라며 “유엔은 여종업원 문제보다 더욱 심각한 다른 문제에 더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북한인권단체 관계자와 탈북자들의 이 같은 반발을 불러일으킨 퀸타나 특별보고관은 지난 2일 한국을 찾아 정부 관계자, 인권단체 관계자 등과 만났다. 지난 4일에는 북한 여종업원들과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미국의 소리’ 방송과 인터뷰를 한 퀸타나 특별보고관은 “이들이 자신의 의지로 한국에 왔는지 등에 대한 철저한 진상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