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포기 대신 시간벌기... 대북제재·압박 흐지부지 노리는 술책"... 文정부 또 속나
  • ▲ 시진핑 중공 국가주석과 북한 김정은이 이번 중북정상회담 과정에서 환영만찬을 갖고 건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시진핑 중공 국가주석과 북한 김정은이 이번 중북정상회담 과정에서 환영만찬을 갖고 건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중북정상회담 내용이 알려지면서, 북한 김정은이 밝힌 단계적 비핵화 입장은 새로운 게 아니라, 이미 조부 김일성, 부친 김정일 때부터 계속돼온 사기극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9일자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은 이번 중북정상회담에서 '단계적, 동시적 비핵화 조치'를 언급했다고 한다.

    이것은 우리와 미국이 북한에 대해 경제제재 해제, 한미연합사 해체, 주한미군 철수 등의 보상을 하면 북한이 단계적으로 핵동결과 포기 선언을 한다는 데에서 지난 1994년 제네바 합의, 2005년 9·19 공동성명 등 김정일이 내놓은 방식과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북한은 2003년 이른바 6자회담이 시작될 때부터 단계적, 동시적 해법을 주장해왔다.

    이 단계적, 동시적 해법이 문서의 형태로 구체화된 것이 노무현정권의 최대 실패작으로 불리는 2005년 9·19 공동성명이다. 성명에는 "6자가 행동 대 행동 원칙에 입각해 단계적으로 합의 이행 조치를 취한다"는 문구가 삽입됐다.

    단계적 해법을 명시한 9·19 공동성명은 파국으로 끝났다. 북한이 이듬해인 2006년 7월 대포동 2호를 발사한데 이어, 10월에는 핵실험마저 자행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와 미국은 9·19 공동성명의 핵폐기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 애를 썼다.

    북한이 2008년 영변 핵시설 냉각탑을 폭파하자, 미국은 두 달 뒤에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했다.

    이러한 단계적 해법 또한 이듬해인 2009년 북한이 2차 핵실험을 결행하면서 재차 파탄으로 귀결됐다.

    지금까지의 경과로만 보면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 비핵화'란 핵기술 고도화와 완성을 위한 시간만 벌고, 단계별로 보상만을 챙길 뿐 실제 비핵화 의도는 전혀 없는 기만전술이었던 셈이다.

    이처럼 김정은이 중북정상회담을 통해 '단계적 조치'를 또다시 들고나옴에 따라, 오는 5월로 예정된 미북정상회담의 앞날이 어두워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은 더 이상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 해법' 기만사기극에 속아넘어갈 생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같은 북한의 움직임에도 여전히 대화를 통한 평화 가능성을 포기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직은 구체적 그림을 그리기는 이르다"며 "정상회담 이후 풀려나갈 문제"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자유한국당 김문수 대구 수성갑 당협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트럼프의 압박으로 막다른 구석에 몰린 김정은은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김일성주의자가 많은 문재인정부의 본성을 잘 이용하고 있다"며 "핵포기 대신 교묘한 외교로 '시간벌기'만 하다가, 미국 선거와 한국 선거를 거치며 대북제재와 압박이 흐지부지되기를 노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의 숨통을 열어주는데 적극 앞장서는 까닭이 수상하다"며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쌓아올린 성공신화가 김일성주의자들의 친북행보로 허물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