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에서 대선 경험 제일 많아… 다음 대선 생각 있다" 어필
  • ▲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8일 의원회관에서 자유한국당 초선 의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8일 의원회관에서 자유한국당 초선 의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미지의 영역' 초선 의원단 공략을 통해 '홍준표 대세론' 조기 굳히기에 돌입한 것일까.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8일 의원회관에서 자유한국당 초선 의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한국당 강효상 의원이 주관한 간담회에는 한국당 초선 의원 44명 중 32명이 참석해 대성황을 이뤘다.

    평소 거침없는 언행으로 정평이 나 있는 전직 4선 의원 홍준표 지사는 초선 의원들을 만나 오히려 몸을 바짝 낮췄다. 홍준표 지사는 "의원들이 소환해서 청문회를 받는 셈"이라며 "좀 봐주소"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97년, 2002년, 2007년 대선을 치러봐 당내에서 대선 경험은 제일 많다"며 "세 번 대선을 중심으로 치렀기에, 다음 대선에 대한 생각도 있다"고 은근히 자신의 경쟁력을 어필했다.

    초선 의원들과 개별적인 만남이 아닌, 집단적·공개적 만남을 가진 이유는 무엇일까. 자신의 취약점인 초선 의원들과의 접점을 만드는 한편 일종의 세(勢) 과시도 해 당내 경선을 앞두고 일찌감치 '홍준표 대세론'을 형성하려는 양수겸장(兩手兼將)의 의도로 해석된다.

    홍준표 지사는 전직 4선 의원으로 원내대표와 대표최고위원 등 각종 고위 당직을 섭렵했다. 범여권의 3선 이상 다선 의원 중에서는 홍준표 지사와 접점이 없는 인물이 드물 정도다.

    대표적으로 '경남의 맹주'인 5선 이주영 의원을 들 수 있다. 쌍방이 법조계에 몸담던 시절부터 청주지법 형사단독판사와 검사로 인연을 맺었다. 개명이 어렵던 시절인데도, 이주영 의원이 판사로서 힘을 발휘해 홍준표 지사의 이름을 원래의 '홍판표'에서 '홍준표'로 바꿔주기도 했다.

    이후 정치권에 들어온 뒤에도 인연을 계속 이어간 든든한 동지적 관계로 손꼽힌다.

    홍준표 지사의 인맥은 비단 한국당 내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바른정당에도 다방면의 인연을 갖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이 재선 의원 시절 원내수석부대표를 지냈을 때, 원내대표가 홍준표 지사였다. 원내대표와 원내수석으로 호흡을 맞춘 각별한 관계로, 지금도 수시로 긴밀한 연락을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2일 부산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홍준표 지사가 "양쪽 정당의 3선 이상은 다 아는 사람"이라며 "내가 공천을 줬거나 키운 사람이라 수시로 연락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친 것은 이 때문이다.

    반면 지난해 4·13 총선을 통해 대거 정치권에 유입된 초선 의원들은 홍준표 지사에게 있어서 '미지의 영역'이다. 홍준표 지사는 지난 2012년 경남도지사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중앙정치를 접고 하방(下放)했다.

    이후 계속해서 지방정치를 했기 때문에, 초선 의원들과의 인연은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다. 경남도 행정부지사를 지냈다가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한 윤한홍 의원 정도가 그의 측근으로 꼽힌다.

    결국 이날의 초선 의원 간담회는 자신의 취약 지점을 적극 공략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로 해석할 수 있다. 44명의 초선 의원 중 무려 32명을 불러모으면서 세(勢) 과시에도 일응 성과를 거둔 셈이다.

    이날 간담회를 주관한 강효상 의원도 이러한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강효상 의원은 "홍준표 지사는 우리 당의 대선배이고 원내대표와 대표최고위원까지 지낸 4선 의원"이라며 "같은 식구인데도 2012년 경남도지사로 하방해서 지방행정을 맡는 바람에 지난해 의원이 된 우리 초선들과는 별로 교류가 없었다"고 만남의 배경을 설명했다.

    나아가 모인 초선 의원들 앞에서 홍준표 지사 추어올리기에도 나섰다.

    강효상 의원은 "당이 어렵지만 과거 공화당도 레이건이 나타나서 당을 살렸고, 민주당도 클린턴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오바마가 나타났다"며, 위기에 처한 한국당을 살릴 '레이건' '오바마'에 홍준표 지사를 빗댔다.

    홍준표 지사 스스로도 "당이 위기라는 데에는 우리가 똑같은 생각"이라면서도 "위기를 기회로 만들 궁리를 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당의 위기를 반전시켜 기회로 만들겠다는 뜻을 은연 중에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