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친박당 이어 구제불능당 되면 끝장"… 정우택 "당론 따라달라"
  • ▲ 자유한국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과 정우택 원내대표가 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각자의 자리로 향하고 있다. 이날 의총은 비공개로 전환된지 7분만에 파했다. ⓒ뉴시스 사진DB
    ▲ 자유한국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과 정우택 원내대표가 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각자의 자리로 향하고 있다. 이날 의총은 비공개로 전환된지 7분만에 파했다. ⓒ뉴시스 사진DB

    자유한국당 의원총회가 비공개로 전환된지 7분만에 끝났다. 토론 없이 자중자애(自重自愛)하는 모습을 보이자는 이유였지만, 당이 망할 위기에 처한 것과 관련해 의원 각자의 마음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어 화살이 향후 어디로 향하게 될지 주목된다.

    한국당은 10일 오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의원총회를 열었다.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8인 전원 일치의 견해로 탄핵을 인용한 직후 소집된 의총이라 취재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의총장에 들어서는 의원들은 당이 배출한 현직 대통령이 파면되고, 한순간에 집권여당의 지위를 상실하는 미증유의 사태 속에서 말을 아꼈다.

    박맹우 사무총장, 윤영석 전 대표비서실장, 김도읍 전 원내수석부대표 등은 모두 "(의총에서 어떤 논의가 이뤄질지) 모르겠다"며 "지켜보자"고만 했다. 진박(眞朴)으로 분류되는 이장우 전 최고위원은 취재진의 거듭된 질문에도 묵묵무답으로 일관했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과 정우택 원내대표가 공개 모두발언을 한 뒤, 의총은 오후 2시 23분 비공개로 전환됐다. 그러나 불과 7분 만인 오후 2시 30분에 의총은 파했다. 의원들은 여전히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의총장에서 나와 뿔뿔이 흩어졌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의총이 산회한 직후 취재진과 만나 "오늘 하루만은 적어도 자중자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겠느냐"며 "자유토론하는 것보다는 자중자애하는 게 맞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토론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의원들이 다들 말은 아꼈지만, 대한민국의 산업화와 민주화를 견인해왔던 당이 한순간에 망하기 직전의 상황에 처한 것에 '책임론'을 물을 대상을 찾느라 속내는 부글부글 끓고 있는 듯한 모습도 곳곳에게 눈에 띄었다.

    한 비박계 의원은 헌재 결정 직전까지 마치 정말로 탄핵 기각이나 각하가 될 수 있는 것처럼 말해왔던 동료 의원들을 거세게 비판했다.

    이 의원은 "그동안 지도부의 정제된 목소리보다 광장에서 일부 의원들이 외치는 목소리가 더 크게 나가는 바람에 국민들로부터 '도로친박당이 됐다'는 오명을 뒤집어썼다"며 "헌재 결정까지 났는데도 광장에서 불복을 선동해, 국민들로부터 '구제불능당'으로 찍히게 되면 차기 대선은 정말 끝장"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일부 의원들은 인명진 위원장의 리더십을 거론하기도 했다.

    한 한국당 의원은 "외부 인사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모셔온 것은 손에 피를 묻히더라도 과감하게 당을 쇄신해달라는 뜻인데, 마치 전당대회에서 뽑힌 정식 당대표처럼 뒷짐 지고 점잖은 모습만 보인다"며 "대권주자는 모두를 포용하고 가야 하기 때문에, (대권주자를 선출하기) 그 전까지 목을 베어야 할 사람은 과감하게 인명진 위원장이 칼로 내리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다른 의원은 "이야기를 해보니 인명진 위원장도 벼르는 인물이 없진 않은 것 같더라"며 "서청원·최경환·윤상현 징계까지는 어찌어찌 했지만, 이를 넘는 수위로 가려면 자신도 힘이 부치기 때문에 기회만 엿보고 있을 뿐"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와 관련,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른바 '태극기집회'에 참석해왔던 일부 친박계 의원들의 헌재 결정 불복 움직임을 가리켜 "우리 당은 겸허하게 (헌재 결정을) 수용하기로 당론을 정했다"며 "개인적으로 다른 생각을 가질 수는 있겠지만 당의 입장을 따라줄 것으로 믿는다"고 은근한 경고를 날렸다.

    한편 이날 일부 의원들의 성토 대상이자 정우택 원내대표의 경고 대상이 된 조원진 전 최고위원과 박대출·이우현 의원 등 '태극기집회' 단골 참석 의원들은 일제히 의원총회에 불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