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서 외친 '정계은퇴' 발언 후 '전두환 두둔' 전인범 영입한 文
  • ▲ 턱 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뉴데일리 DB
    ▲ 턱 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뉴데일리 DB

     

    '92.0%.'

    이 압도적 수치는 지난 18대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실어준 광주의 득표율이다. 광주는 '야권의 성지'로 불리는 곳이다. '야권의 텃밭'으로 불리는 전북(86.3%)·전남(89.3%) 역시 문재인 후보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이전부터 호남민심은 지지세력에 대해 전략적 몰표를 실어줬다. 지난 17·16대 대선 당시 정동영·노무현 후보에 대한 득표율이 이를 방증한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광주 79.7%-전북81.6%-전남 78.6%를,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는 광주 95.2%-전북 91.6%-전남 93.4%라는 압도적 득표율을 기록했다.

    대선 정국에서 호남이 보여준 '전략적 몰표'가 나올 수 있던 배경에는 그 지지세력에 대한 신뢰감이 두텁기 때문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그러나 호남이 보여준 '전략적 몰표'가 이번 대선에서도 등판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보이는 기류가 감지된다. 의구심의 근원은 야권의 선두 잠룡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행보다. 호남이 보내준 '아낌없는 지지'를 문 전 대표가 '아낌없는 실망'으로 되갚음하기 때문이다.

    최근 문재인 전 대표의 영입인사인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만 봐도 그렇다. '안보통'으로 문재인 캠프에 합류한 전 전 사령관은 '5·18 광주민주화 운동'을 진압했던 정호용 장군을 옹호했다.

    전인범 전 사령관이 작년 9월 13일 <신동아>와 진행한 인터뷰를 살펴보면 '정호용 장군 호평' 부분을 찾을 수 있다. 당시 전 전 사령관은 '고마운 선배로 5공 인사인 정호용 장군을 언급했다'는 질문에 "정 장군님이 육군참모총장 시절 밤에 라면 끓이려고 냄비를 찾다가 소동이 난 적이 있다. '우리를 부르시지 그랬냐'고 했더니 너희들 곤히 자는데 깨울까 봐…' 하시는 거다. 그분을 보면서 사람을 진실하게 대해야 사람이 따른다는 걸 배웠다"고 밝혔다.

    또 전인범 전 사령관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 민주운동 진압) 지시를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못박은 바다. 야권의 비판이 거세지자 전 전 사령관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같은 발언을 사과하며 미국행에 오를 것을 알렸다.

    이에 전인범 전 사령관을 영입한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한 비판이 쇄도했다. 고연호 국민의당 대변인은 10일 "전인범 장군을 영입한 건 문재인 전 대표고, 영입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전인범 장군의 5.18 모욕 망언은 문재인 전 대표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작년 4·13 총선에서도 문재인 전 대표는 호남민심을 울렸다.

    당시 문재인 전 대표는 호남을 방문해 "호남이 도와주지 않으면 정계 은퇴할 것"이라고 표심을 호소했다. 진실성의 부재였을까. 호남민심은 국민의당을 선택했고 민주당은 단 3석을 얻을 뿐이었다. 냉혹한 총선 성적표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문 전 대표는 "광주와 호남에서 우리 당이 지지받기 위한 여러 가지 전략적인 판단으로 했던 발언"이라며 정계은퇴 발언을 번복했다.

    문재인 전 대표의 가벼운 정계은퇴 발언에 호남민심은 분노했다. 그리고 지금도 속앓이 중이다.

    민주당의 한 전북 당원은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당원으로 문재인 전 대표를 오래 지켜봤다. 그분이 비서실장하실 때 '호남홀대'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실체가 없는 뜬소문이라고 생각했고, 계속 지지했다. 그분 말고 다른 분이 눈에 안들어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그런데) 총선 때 했던 발언도 그렇고, 요즘엔 영입인사들도 논란인 것 같다. 그분을 좋아하지만 이제는 조금 지친다. 아마 전북에 있는 다른 당원들도 저와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