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적폐 대청소' 강조하면서도 '제도 아닌 사람 문제' 축소변수 없이 지지도 1위 유지하고 싶은 마음때문?
  • ▲ 국민의당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 ⓒ뉴시스 사진DB
    ▲ 국민의당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 ⓒ뉴시스 사진DB

    국민의당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이 개헌 논의에 반대하는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연일 압박하고 나섰다.

    김동철 위원장은 16일 "문재인 전 대표는 개헌을 줄곧 찬성하고 지난 대선 때는 공약으로 했던 분이다"며 "그런 분이 왜 지금은 개헌 논의 자체를 봉쇄하려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동철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현역의원 연석회의에서 "개헌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수단 중 하나"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동철 위원장은 "문재인 전 대표는 개헌 논의를 반문(反文·반문재인)연대와 연계시키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이것은 대권 걱정에 생긴 착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개헌 논의에 참여하면 반문연대에 대한 오해와 우려는 말끔히 사라질 것"이라며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해 개헌논의에 참여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앞서 김동철 위원장은 지난 14일에도 "제왕적 대통령을 본인도 하고 싶다는 것"이라며 "정말 정의에 어긋난다"고 문재인 전 대표를 질타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비선 실세 국정농단' 사태의 근본적 원인으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지목하고 있다. 대통령 한 사람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되는 구도에서는 친인척·측근 비리가 계속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촛불민심으로 이뤄진 대통령 탄핵 직후 개헌 논의가 불붙은 이유 중 하나도 현행 대통령제를 그대로 이어가면 제2, 제3의 '최순실 게이트'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문재인 전 대표는 현 시국을 "오래된 적폐들에 대한 대청소, 그리고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이란 논의에 집중해야 할 때"라면서도 여전히 개헌 논의 자체에는 부정적이다. 

    문재인 전 대표는 전날 외신기자클럽 기자간담회에서도 "지난 대선 때 개헌 공약했다. 그러나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본다"며 "적절한 시기와 방법이 선택돼야 한다. 지금 정국 끝나고 정국 안정된 상황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개헌론 반대 의견을 거듭 밝혔다.

    현재 개헌을 고리로 야권에서는 국민의당을 비롯해 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를 비롯한 비문(非文)계 의원들,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이 연대할 조짐이 보이고 있다.

    반면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한 친문(親文)계만 개헌에 반대하고 있다. 

    이는 문재인 전 대표가 대선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의 개헌 움직임이 유리할 게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가 결국 자신에게 필요할 때만 개헌을 찾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는 개헌론에 적극적이었다. 대통령 4년 중임제와 부통령제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필요한 개헌 과제는 집권 초 바로 실현하자고도 했다.

    지난해 2·8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직후 서울 국립현충원을 참배한 자리에서도 "개헌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개헌 못지않게 절실한 과제는 '선거제도 개편'이라며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석패율제가 관철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이후 지난 4·13 총선 국면에서도 문재인 전 대표는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의 도입 필요성을 역설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현행 지역구를 기반으로한 소선거구제보다 야권에게 유리한 제도였다는 것이 당시의 평가다. 총선 직전까지 민주당 내부에서는 '100석도 힘들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총선 결과 민주당이 잠시마나 제1당으로 오르고, 여소야대(與小野大) 국면이 되면서 권역별 비례대표제 논의도 멈췄다. 

    문재인 전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월 24일 국회시정 연설을 통해 개헌을 주도하려하자 "박 대통령에 의한, 박 대통령을 위한 개헌은 절대 있어선 안 된다. 정권연장을 위한 제2의 유신헌법이라도 만들자는 것인가"라고 맹비난했다. 

    탄핵 정국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개헌론이 재부상했다. 하지만 이미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주도권은 문재인 전 대표를 떠나갔다.

    대통령 4년 중임제는 문재인 전 대표로서도 매력적인 제도다. 다만 이는 현재의 지지도 1위를 이어가 대선에서 당선됐을 때 얘기다.

    문재인 전 대표가 "오래된 적폐들에 대한 대청소가 필요하다"라면서도 "제도가 아닌 사람의 문제"라는 등 개헌 반대를 고집하는 것은 개헌으로 인한 정치구도의 지각변동도, 반문연대가 커지는 것도 반갑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