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물에 센서와 녹음기능 설치...정책 관련 의견 밝힌 경우 극히 적어
  • ▲ 서울시 시민청의 소통 상징 조형물인 '여보세요'. ⓒ서울시청 제공
    ▲ 서울시 시민청의 소통 상징 조형물인 '여보세요'. ⓒ서울시청 제공

    서울시가 시정홍보를 위해 설치한 조형물이 원래 취지와 달리 제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1억 원을 투입해 시청 앞에 설치된 사람 귀 모양의 '여보세요'는, 소통을 강조하는 박원순 시장이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설치했지만, 뉴데일리 취재 결과 사실상 예산만 낭비했을 뿐 실효성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지난 2013년, 신청사 정문 앞에, 당시 새롭게 문을 연 청사 지하 1층 ‘시민청’을 홍보하기 위해 '여보세요'를 설치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여보세요'는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라, 시민과의 소통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작품이다. 

'여보세요'에는 센서와 마이크가 설치돼 있어 시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자동 녹음하고, 시민들이 한 발언을, 시민청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내보낼 수도 있다. 서울시는 '여보세요' 설치 당시, 이 구조물이 서울시와 시민들의 간극을 좁혀 줄 것으로 기대했다.

서울시는 조형물 설치를 위해 2012년 11월 거버넌스 팀을 구성, 토론절차를 거쳐 30대 작가 A씨를 선정했다. 시는 '여보세요'를 설치하는 데 모두 1억원의 예산을 썼다.

당초 계획과 현재까지의 실적을 볼 때, 조형물이 제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여보세요'를 통해 녹음된 시민 발언은 현재까지 4,592건이지만, 호기심에 장치를 이용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실제 '여조세요'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밝힌 경우는 극히 적었다.

녹음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안녕하세요" "서울광장이 너무 좋아요" 등의 인사말과 단순 발언이 3,903건으로 전체의 85%를 차지했다. 개인의 바람이나 애환을 털어놓은 경우는 119건(2.6%), 기타 발언(장난·욕설 등)도 570건(12.4%)이나 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시민들이 지나가면서 잠깐 녹음하다보니 단순한 말만 한다. 민원이나 고민 소통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계자는 "민원이나 고민은 시민청에 있는 시민발언대에서 한다. '여보세요'는 상징성을 가진 조형물일 뿐, 소통의 창구로 쓰려는 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