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호도 "공정·공평하게"… '경선, 받을 수 있겠나' 레이즈 불러
  • ▲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이 당내 친박계의 '반기문 띄우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사진은 지난해 7월 미국 순방 중 뉴욕 유엔본부에서 반기문 총장을 만나 자리를 권유받고 있는 김무성 전 대표의 모습. ⓒ뉴시스 사진DB
    ▲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이 당내 친박계의 '반기문 띄우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사진은 지난해 7월 미국 순방 중 뉴욕 유엔본부에서 반기문 총장을 만나 자리를 권유받고 있는 김무성 전 대표의 모습. ⓒ뉴시스 사진DB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로 옹립되는 듯한 분위기에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마땅한 대권 주자가 없는 친박계가 영입파 후보로 이른 승부수를 띄운 가운데, 당내파의 필두이자 비박계의 구심점인 김무성 전 대표가 직접 각을 세웠다. 손바닥이 일단 마주친 만큼 큰 소리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20일자 〈동아일보〉에 보도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와의 대담에서 반기문 총장을 가리켜 "누구든 (당에) 들어와 공정한 룰 속에서 경쟁하는 것은 환영한다"고 밝혔다.

    "환영"이라는 말은 했지만, 전날 친박 강경파로 분류되는 조원진 수석최고위원의 "반기문 총장이 1월에 바로 오는 것은 여당 및 국민들이 환영할 일"이라는 말의 '환영'과는 뉘앙스가 사뭇 다르다. 방점이 '환영'이 아닌, '공정한 경쟁'에 찍혀 있다는 지적이다.

    '공정한 경쟁'이란 새누리당 당헌·당규에 정해져 있는대로 경선을 거치라는 뜻이다.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새누리당 의원이 몇몇 있지만, 기본적으로 반기문 총장은 아직 새누리당의 당적조차 갖고 있지 않다.

    1990년 3당합당을 통해 민자당이 창당될 때, 김영삼 전 대통령과 함께 당에 몸을 담은 김무성 전 대표를 당원 조직들이 관여하는 당내 경선에서 이겨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공정한 경쟁을 받을 수 있겠느냐'고 '레이즈'를 부른 셈이다.

    아울러 "누구든 당에 들어와…"라는 대목에서는 아직 입당조차 하지 않은 반기문 총장을 띄우는 친박 강경파에 대한 불쾌감이 느껴진다. 김무성 전 대표는 전날 "반기문 총장 말고 그 주변 사람들"이라고 타겟을 한정지으면서도 "주책 좀 그만 떨라 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 ▲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이 지난해 7월 미국 순방 도중 뉴욕 유엔본부를 방문해 강석호 최고위원, 나경원 의원, 반기문 총장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이 지난해 7월 미국 순방 도중 뉴욕 유엔본부를 방문해 강석호 최고위원, 나경원 의원, 반기문 총장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공정한 경쟁"을 내세워 압박하는 것은 김무성 전 대표 측의 전략·전술로 공유된 듯 하다. 김무성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강석호 최고위원은 전날 "반기문 총장 같은 훌륭한 분이 와서 정치에 보탬이 되면 좋겠다"면서도 "그런 (대권 관련) 부분에 있어서는 다들 (경선에) 공정하고 공평하게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구세주라도 되는 양 치켜올린다면 그것도 부끄러운 점"이라며, 지상에 강림한 구세주 모시듯 경선 없이 추대나 옹립을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을 박았다.

    김무성 전 대표는 김종인 전 대표와의 대담에서 "군(郡) 단위 지역은 거의 다 갔는데 정기국회 도중에도 틈틈이 가려고 한다"며 다음달 중순부터 민생탐방을 재개할 것이라는 정치권의 관측을 확인했다. 내년 대선의 최대 화두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격차사회 해소'를 주제로 하는 세미나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이렇듯 민생탐방과 아젠다 설정을 병행하면서도 김무성 전 대표가 반기문 총장을 상대로 한 '각 세우기'를 이어갈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대로 새누리당의 당내파 후보들이 지리멸렬한 채 누구도 두 자릿 수 지지율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내년 1월 반기문 총장의 '조기 귀국'을 맞이하면, 한결 거세질 대선의 급물살을 견뎌낼 수가 없게 된다.

    차기 정치 지도자로서 지지율을 복구하기 위해 민생탐방을 하면서도 반기문 총장을 상대로 틈틈이 각을 세워 '반기문 총장의 경선 상대는 김무성 전 대표 뿐'으로 몰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당내파 대권 주자 중 한때 지지율 고공 비행을 했던 게 김무성 전 대표 뿐이므로 갈수록 구심력이 붙을 수 있다는 복안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지난 97년 7·21 전당대회 때 반창(反昌) 연대를 했던 이인제·이한동·이수성·김덕룡처럼 고만고만한 지지율인 상태에서는 반반(反潘) 연대를 해봤자 의미가 없다"며 "각 세우기를 하겠지만, 근본적으로는 '무대'(김무성 전 대표) 본인의 지지율이 연말까지 얼마나 올라가느냐에 성패가 달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