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문자 지진 끝나고 발송, 홈피 먹통...재난안전 컨트롤 타워 ‘실종’
  • ▲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 지진으로 경주 인근 한옥의 지붕이 무너졌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 지진으로 경주 인근 한옥의 지붕이 무너졌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관측 이래 역대 최대 규모인 ‘경주 지진’이 안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재난안전 컨트롤 타워’를 전면에 내걸고 출범했던 국민안전처의 ‘뒷북 행정’이, 국민적 분노를 사고 있다.

    지난 여름 폭염 당시에는, 시도 때도 없이 재난문자를 발송했던 안전처가, 국민들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한 진도 5.8 규모의 ‘경주 지진’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한가한 태도를 보여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경주 지진’과 관련해 현재까지 드러난 안전처의 부실 대응 사례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진 발생 9분이 지난 뒤에야 재난문자를 보낸 ‘뒷북 경보’, 안전처 홈페이지 다운, 안전처 고위 간부의 국회 보고 태도 논란 등은, 안전처가 국가적 재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민안전의 컨트롤 타워’가 맞는지,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게 하는 사례들이다. 

    안전처는 지진발생 당일, 기상청이 전진(前震) 27초, 본진(本震) 26초 만에 조기경보를 내린 것과 달리, 전진 8분, 본진 9분이 지나서야 재난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일반 시민들이 SNS를 통해 지진소식을 먼저 접하고 상황을 파악할 만큼, 안전처는 말 그대로 '뒷북 경보'를 보냈다. 

    전문가들은, 지진 강도가 6 이상일 경우 건물이 2~3분 안에 붕괴됐던 해외 사례를 언급하면서 “안전처가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 ▲ 국민안전처는 지난 5월 27일 대국민 지진정보 전파체계를 구축한다며 현재 50초가 걸리는 지진 조기경보 능력을 2020년까지 10초로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안전처는 경주 지진 당시 2번의 지진 경보를 발송하는데 각 8분과 9분이 걸리는 등 '뒷북 경보'를 해 원성을 사고 있다. ⓒ국민안전처 자료
    ▲ 국민안전처는 지난 5월 27일 대국민 지진정보 전파체계를 구축한다며 현재 50초가 걸리는 지진 조기경보 능력을 2020년까지 10초로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안전처는 경주 지진 당시 2번의 지진 경보를 발송하는데 각 8분과 9분이 걸리는 등 '뒷북 경보'를 해 원성을 사고 있다. ⓒ국민안전처 자료

    안전처는 지난 5월27일 “지진이 일어날 경우 현재는 발생 50초 안에 조기 경보 메시지를 발송하고 있지만, 2020년까지 시스템을 개선해, 지진 발생 10초 안에 메시지 발송을 끝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주 지진’을 통해 드러난 현실은, 안전처의 공언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안전처가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했다는 날선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지진 발생 직후 안전처의 홈페이지가 다운된 사실 역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다. 역대 최대 규모의 지진으로, 국민들의 불안감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에서, 재난 안전 중심기관의 홈페이지가 ‘먹통’이 됐다는 사실은, 어떤 이유로도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안전처는 "접속량이 많아 서버가 다운됐다"고 밝혔지만, 해명 자체가 옹색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접속량 폭주로 홈피가 다운된 것이 사실이라면, ‘경주 지진’과 같은 긴급 재난이 발생할 경우, 접속량 급증을 예견하지 못했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안전처 재난관리실장의 국회 보고도 논란을 빚고 있다. 

    김희겸 국민안전처 재난관리실장은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과의 당정회의에서 ‘경주 지진’ 발생 결과를 설명하면서 “피해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다, 8명이 작은 부상을 입었다. 기와가 떨어지고 금이 가기도 했지만 일본에서 난 정도보다는 피해가 적다”고 말했다. 

    김 실장의 발언에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국민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변명”이라며, 발언의 내용과 태도를 지적했다. 

    이정현 대표는 “이런 저런 이유와 핑계를 국회 와서 설명할 생각 말고, 미리 알아서 준비해야 한다. 국민들이 다친 뒤에 해명하는 건 국민들에게 죄를 짓는 것”이라며,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이어 그는 "이런 식의 이야기는 국민들한테 먹히지 않는다. 폭염 때는 그렇게도 자주 문자를 보냈으면서"라고 꼬집었다.

  • ▲ 12일 경주 5.8 규모 지진 발생 당시 국민안전처 홈페이지 모습. 안전처는 "접속자가 많아 서버가 다운됐다"며 해명했지만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컨트롤타워 격인 부처에서 그 정도 예상도 못하고 홈페이지를 구축했느냐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안전처 홈페이지 캡처
    ▲ 12일 경주 5.8 규모 지진 발생 당시 국민안전처 홈페이지 모습. 안전처는 "접속자가 많아 서버가 다운됐다"며 해명했지만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컨트롤타워 격인 부처에서 그 정도 예상도 못하고 홈페이지를 구축했느냐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안전처 홈페이지 캡처


    행정자치부 정부통합전산센터는 14일, 안전처 홈페이지 처리용량을 최대 80배 늘리는 작업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정부통합전산센터는 안전처 홈페이지 처리 용량 개선을 위해 클라우드 기술을 적용하고, 서버 하드웨어인 코아, 메모리 등을 증설했다고 덧붙였다. 

    안전처는 앞으로 관계부처와 지자체별 피해상황을 파악하고, 안전점검 및 진단에 나선다는 입장이지만, 사후약방문이란 비판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주 지진’으로 인한 피해결과는 14일 오전 11시 기준, 부상 23명, 재산피해 1,110여건으로 집계됐다. 안전처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부상자 23명 중 7명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귀가했으며, 16명은 입원 중이다. 

    이와 별도로, 지진피해 복구를 위해 선로보수 작업 중이던 근로자들이 연착한 KTX와 충돌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이 사고로 근로자 2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을 당해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지역별 부상자는 경북이 13명으로 가장 많았고 울산 4명, 부산·인천·경남·전남·대구·충북 각 1명 등이다. 

    부상 유형별로는 실내에 있던 TV나 신발장 등이 넘어지면서 다친 사람이 5명, 대피 중 계단에서 넘어지거나 도랑 등에 빠지면서 골절상을 입은 사람이 10명으로 집계됐다. 

    지진 당시 2층에서 뛰어내리다 부상을 입은 사람은 3명이며, 나머지 5명은 놀람·어지럼증·열상·흉통 등을 호소하고 있다. 

    재산피해 신고 1,110건을 유형 별로 나누면, 건물균열이 356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지붕파손 353건, 담장파손 124건, 차량파손 35건, 수도배관 파열 33건, 도로균열 10건, 유리파손 등 기타 199건으로 나타났다. 

    건물균열은 진앙지인 경주와 가까운 울산이 171건으로 가장 많았고, 경북 133건, 부산 28건, 대구 14건 등이었다.

  • ▲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1과 5.8의 강진으로 불국사 내 다보탑 옥개석 난간석이 일부 파손된 것으로 확인됐다. 원 안은 파손된 부분.ⓒ뉴데일리
    ▲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1과 5.8의 강진으로 불국사 내 다보탑 옥개석 난간석이 일부 파손된 것으로 확인됐다. 원 안은 파손된 부분.ⓒ뉴데일리


    정부와 각 지자체가 피해 점검 및 대응에 나선 가운데, 문화재청은 경주 불국사 다보탑 난간석 일부 파손과 첨성대 기울기 변이 등 문화재 피해 23건을 확인하고, 긴급 보수비로 23억원을 지원하는 등 복구대책을 수립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12일 모든 국립공원 입산을 통제했지만, 현재는 경주를 제외한 국립공원의 입산통제를 해제했다. 경주국립공원은 탐방로 점검을 실시하고 있어, 현재도 입산이 통제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경주지역 인근의 송변전설비 767개소의 정밀 점검을 완료한 결과, 이상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세월호 사고 이후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겠다며 출범한 안전처는, 지난 6일 2017년 예산안으로 3조2,114억 원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안전처가 지진 대응 인프라 구축을 위해 요청한 예산은 56억원 가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