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교육청, 처벌 권한 없어… 경찰 수사 기다리며 발 동동
  • ▲ TV조선이 2015년 12월 30일 교권 추락 실태를 보도하며 학생에게 매맞는 선생님으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했다. ⓒTV조선 보도화면 캡쳐
    ▲ TV조선이 2015년 12월 30일 교권 추락 실태를 보도하며 학생에게 매맞는 선생님으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했다. ⓒTV조선 보도화면 캡쳐

    최근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가 학교가 내린 학생 징계에 불복, 흉기를 들고 학교를 찾아와 난동을 부려 논란이 됐다. 이 학부모는 교감 목에 칼을 들이 대는 등 위협을 가했지만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아 교육자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는 지난 12일 "학부모의 교권침해가 도를 넘어 흉기로 교감선생님에 대한 살해 위협까지 하는 사건이 발생한 현실이 개탄스럽다"며 강원 교육청을 비롯한 관련기관의 철저한 진상조사와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교총은 "배움의 장소인 학교에서 결코 일어나서는 결코 안 될 반교육적인 범죄"라면서  "사실 확인이 되는 즉시 해당 학부모 가중처벌 등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건은 지난 달 29일 강원도 철원의 모 고등학교에서 자녀의 학교폭력 징계(사회봉사)에 불만을 품은 학부모가 학교를 찾아와 항의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학부모는 학교폭력자치위원회 명단과 연락처를 요구하며 교감에게 목에 칼을 들이대고 위협했다. 

    해당 교감은 사건 이후 병가를 내고 입원 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감은 현재 "학부모가 명단과 연락처를 내놓지 않으면 죽이겠다라고 말하며 흉기로 찌를 것처럼 행동해 생명에 위협을 느꼈다"고 주장하며 고소를 고려중인 상황.

    해당 학교 측은 12일 학교교권보호위원회를 여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뉴데일리 확인 결과 교권보호위원회에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교권보호위원회의 역할이 '화해'와 '중재'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별다른 대책 없이 경찰 수사를 통해 해결한다는 입장이다. 

    강원 교육청은 "이해의 여지가 없는 심각한 교권 침해라고 보고 있다"면서 "교원의 정당하고 합법적인 조치에 대한 도전으로 인삭하고 단호하고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아직은 경찰 수사 중에 있어 별도의 고발 고소 조치는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전했다. 

    사실상 민병희 강원도 교육감도 '해당 학부모를 고발하라는 방안을 검토하라'는 지시사항 외에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총은 이번 사건에 대해 "지난 8월 4일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하 교권보호법)이 시행됐지만 사후적 대책에만 머물러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 된 것"이라고 평했다. 

    교총은 이번 사건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교총은 학교폭력 조치결과에 불복해 재심으로 이어지는 사건이 점차 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최근 3년간 학교폭력 조치결과에 따른 재심청구 현황을 살펴보면, 2013년 764건을 시작으로 2014년 901건, 2015년 979건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이와 관련, 교총은 "지도감독권자인 교육감은 정당한 교육활동 침해행위를 한 학생 아닌 제3자의 폭행, 명예훼손, 모욕 등이 관계 법률의 형사 처분 규정에 위반된다고 판단되는 경우 관할수사기관에 고발조치와 접근금지 등 교원 보호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나아가 "동시에 정당한 사유 없이 특별교육을 이수하지 아니한 보호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도 포함해야 한다"며 교원에 대한 폭행, 협박, 명예훼손 등에 대한 가중처벌 법제화 등 실효성 있는 조치를 요구했다. 

    교권보호법은 학생 등에 의한 교원 폭행·모욕 등 교권 침해 사건이 발생할 시 교육감이 정하는 기관에서 보호자 참여 하에 특별교육이나 심리치료를 받도록 하고 있다. 또한 교권 침해 사건이 발생하면 내용과 조치 결과를 교육부 장관이나 교육감에게 보고해야 한다.

    가해학생이나 학부모의 책임은 없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교권보호법은 교육활동을 침해한 학생과 학부모에게 특별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토록 하고 있지만 수강은 권고 조항일뿐 의무가 아니다. 학부모와 학생이 이수를 거부한다 해도 불이익은 없다. 강제성도 없을뿐더러 가해학생에 대한 처벌 조항도 없다. 

    교총은 "법령에 명시된 학폭위의 결정에 불복해 학교에서 학부모가 흉기로 후배 교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교감선생님이 생명을 위협받은 현실에서 어떻게 제대로 학생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를 우리 사회는 물론 교육행정당국과 경찰·검찰·법원도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