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과의 '투톱 균열론'에 김무성·주호영 화력 난사로 '계파 갈등론'까지
  • ▲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회의 도중 눈을 감고 깊은 고민에 잠겨 있다(자료사진).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회의 도중 눈을 감고 깊은 고민에 잠겨 있다(자료사진).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진정성 있는 행보로 집권여당의 화합을 추진하고 있는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에게 있어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존재가 점차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선출 이후로 줄곧 화합의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결국 친박~비박 간의 계파 전면전으로 치닫고 만 8·9 전당대회는 자칫 당에 큰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정현 대표가 낮은 자세로 경청의 행보를 계속하는 것은 화합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청의 자리'에서 내놓는 이정현 대표의 메시지도 일관돼 있다. 8·9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직후 "지금 이 순간부터 친박~비박 등 어떠한 계파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공언했던대로, 지난 전당대회에서 누구를 지지했든 전혀 문제삼지 않겠다고 장담하고 있다.

    "여러분들 마음 속에 '내가 이주영을 도왔는데…' '정병국과 친했는데…' 이런 것을 조금도 마음에 담아두지 말라"고 지난 12일 사무처 당직자 조회에서 당부했던 이정현 대표는 19일 열렸던 당 중앙위원회 임원 간담회에서는 보다 분명하게 돌직구를 던졌다.

    이정현 대표는 이 자리에서 "우리 중앙위원들이 다른 후보를 지지선언했었다"며 "내가 이 말을 하지 않을 줄 알았느냐. 내 눈 똑바로 쳐다보시라"고 주의를 환기했다.

    실제로 새누리당 중앙위원회의 17개 분과위원장과 상임전국위원 등 지도부 26명은 지난달 29일 이주영 당대표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 선언한 적이 있었다.

    이에 대해 이정현 대표는 "오히려 그 때 나를 주목한 사람이 있었다면 신기(神氣)가 있든지 이상한 사람이 아니었겠느냐"며 "절대로 과거를 묻거나 따지지 않겠고, 그런 (공개 지지 선언) 부분들에 대해 염두에 두지도 않겠다"고 확약했다.

    이렇듯 화합을 위해 애쓰고 있는 판국에 나날이 커져가고 있는 '우병우 파문'이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그간 당청(黨靑)의 관계에서 당이 '국회법 파문' 등으로 국정을 추진하는 청와대에 부담을 줬다면, 지금은 역으로 청와대가 새로 거듭나려는 당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라고 평했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 출범한 당 지도부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번에는 청와대가 어떻게든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자세로 문제를 풀어줘야 하지 않겠느냐는 볼멘 소리가 여당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의원들의 중론을 전달한 것이 정진석 원내대표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19일 "현직 민정수석이 어떻게 검찰에 출석해 수사를 받느냐"며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를 한 것이고, 대다수 새누리당 의원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러한 뜻을 김재원 정무수석을 통해 청와대에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진석 원내대표가 전날 문자 메시지를 통해 "우병우 수석이 사퇴하는 게 옳겠다"고 전하자, 김재원 수석은 "언론에 말한 것인가"라고 물었고, 이에 정진석 원내대표가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가 언론에 밝히고, 이정현 대표에게도 알렸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이렇듯 정진석 원내대표가 원내(院內)의 입장을 내세워 앞서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정현 대표가 '우병우 파문'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으면, 지도부가 출범하자마자 '투톱 균열론'이라는 악재를 맞이하지 않을 수 없다.

  • ▲ 회의 도중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가 뭔가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자료사진).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는 최근 우병우 파문의 해법을 놓고 상반된 견해를 보이고 있어 투톱 균열론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회의 도중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가 뭔가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자료사진).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는 최근 우병우 파문의 해법을 놓고 상반된 견해를 보이고 있어 투톱 균열론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당 외곽에서는 비박계 인사들이 '우병우 파문'을 맞이해 화력을 난사하고 있다.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은 20일 여의도 자택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사정기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민정수석이 그 자리에 있을 수 있겠느냐"며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는 결단을 내릴 때가 왔다"고 지적했다.

    지난 8·9 전당대회에서 '비박계 단일후보'가 됐던 주호영 의원도 "정무직은 국민 여론을 정무적으로 판단해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며 "이는 사법적 절차와는 무관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우병우 파문'이 다시금 친박~비박 간의 계파 분란을 꿈틀거리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계파 청산'을 공언했던 이정현 대표가 가장 경계하는 흐름이다.

    그렇다고 이정현 대표가 나서서 우병우 민정수석을 두둔하기도 곤란한 상황이다.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은 국민만 보고 가는 것"이라며 "내 편은 국민 뿐"이라고 공언하는 이정현 대표로서는 국민 여론과 정서에 역행해서 우병우 수석을 마냥 감싸기는 힘들다.

    특히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우병우 민정수석을 검찰에 수사의뢰하면서 사태는 변곡점을 맞이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청와대에서는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감찰 내용 누설을 공격하고 있지만, 이 공격 포인트는 아무래도 국민의 공감을 얻어내기 어려운 지점이라는 평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정현 대표가 아무리 경청 행보를 거듭해도 그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당장 17일 원외당협위원장총회에서 김문수 위원장은 "민정수석 때문에 시끄러운데 국민들 여론은 이러면 안 된다는 것"이라며 "여러 사정이 있겠지만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대체 인물이 없는 것도 아니며 보궐선거를 치러야 하는 것도 아닌데, 왜 과감한 결단을 내리지 못하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앞으로 누구를 만나더라도 계속 이러한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는데, 그 때마다 대답을 회피하기만 한다면 '이것은 진정한 경청이 아니다'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여권 관계자는 "사드 배치나 건국절 법제화 등은 국가의 존립이나 국민의 안위, 국가정체성 등이 걸려 있는 절체절명의 문제이기 때문에 아무리 야당이 정치공세를 하더라도 당이 전심전력으로 청와대와 한몸이 돼서 지켜가야 한다"면서도 "우병우 민정수석을 그 자리에 두는 문제는 그런 문제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민정수석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나라 안에 우병우 한 명 뿐인 것도 아니다"라며 "이걸 들어주면 야당에 밀리는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당청이 함께 부담을 덜기 위한 해법을 적절한 시점에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