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국민투표는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수단"… 3일만에 또 '철수'%6�일·전쟁도 '국민투표' 부칠건가… 신념도 강단도 없어
  • ▲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 ⓒ뉴데일리 DB
    ▲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 ⓒ뉴데일리 DB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를 앞두고 내놓은 '국민투표' 제안은 정치 지도자로서 아직도 갈 길이 한참 멀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안철수 전 대표는 지난 10일 개인 성명을 통해 "사드 배치는 한반도의 평화와 국민의 생존, 나아가 국가의 명운을 결정할 국가적 의제"라며 "국민 투표에 부치는 것도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Brexit·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정치적 포퓰리즘이란 비판이 제기됨에도 스위스의 국민투표를 언급, 오히려 "우리나라 국민 민도(民度·국민의 생활·문화 수준의 정도)가 스위스보다 낮다는 거냐"고도 반문했다. 

    국가 지도자라면 자신이 옳다는 확신과 비전이 있다면, 설령 99%의 국민이 반대할지언정 공화(共和)가치 실현을 위해 뜻을 관철할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안철수 전 대표는 사드 배치와 같은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을 국민투표로 결정하자며 민중에 책임을 떠넘겼다.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다. 평소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라는 그의 소신과도 배치된다. 

    국가적 의제인 통일도 막대한 비용과 반세기 넘게 갈라서며 이질화된 민족정서 등의 문제로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다.

    안철수 전 대표는 민족의 소명인 통일도 국민투표에 부쳐 반대할 것인가? 북한군이 북방한계선(NLL)에서 아군의 함대를 기습 격침해 제2의 천안함 사태를 일으켜도 여론이 '전쟁은 싫다'고 하면 묵묵히 있을 것인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이는 대의민주주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5천만 국민 모두가 직접 정치에 참여할 수 없기에 우리는 대표로 4년마다 국회의원을, 5년에 한 번 대통령을 투표로 선출한다. 

    국민들은 그렇게 선출된 국가지도자와 국회의원에게 혈세로 월급을 주고 있다. 그들이 전문가들과 함께 중요한 정책에 대해 고민하고 토론하고 현명한 결정을 내려주길 기대한다. 그 선택이 틀렸다면 이후 선거에서 투표로 심판을 받는 것이 바로 대의민주주의(代議民主主義)다. 

    하지만 안철수 전 대표는 공을 국민에게 넘기려고 했다. 사드와 같은 전문적인 영역의 문제를, 자기 생활하기도 바쁜 일반 국민에게 고민하고 결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사드가 무엇인지부터 시작해 성능 문제, 중-미 관계와 동북아 안보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국민이 몇 날 며칠을 스스로 공부하고 판단을 하라는 것이다. 이도 아니라면, 박근혜 정부가 싫은 이들은 아예 생각도 하지 말고 반대표를 던지라는 의도인지 궁금하다. 

  • ▲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가 지난달 29일 대표직에서 사퇴하고 국회를 빠져나가고 있다. ⓒ뉴데일리 DB
    ▲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가 지난달 29일 대표직에서 사퇴하고 국회를 빠져나가고 있다. ⓒ뉴데일리 DB

    안철수 전 대표의 사드 배치 반대 논리도 문제점만 거론하며 균형 감각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안철수 전 대표는 "사드 배치에 따른 득과 실이 있으며 그 크기를 따져봐야 한다"며 "저는 잃는 것의 크기가 더 크고, 종합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드 체계의 성능 문제, 대(對) 중국 관계 악화, 사드 체계의 전자파 등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사드 배치로 얻을 외교·안보적 이익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등 주변국의 군비증강이 확대되고 있다. 북한은 네 번의 핵실험과 수차례 장거리미사일 실험을 강행하는 등 군사적 긴장을 높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격용이 아닌 방어용인 사드 배치는 주권국가로서 당연한 책무다. 그간 대북제재에 미온적이던 중국과 러시아의 적극적인 대처를 요구할 수 있게 되는 등 오히려 군사 주권확대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처럼 사드 배치가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안철수 전 대표는 이에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의 '국민투표' 제안은 여당은 물론 같은 야권에서도 "국민 투표를 할 문제는 아니다"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사드는 우리의 안보자치와 관련한 문제"라며 "국민 투표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고 반대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정부와 국회가 사드 문제에 관해 더욱 심도있는 논의를 거쳐야 한다"며 "국민 투표의 대상도 안 된다"며 일축했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도 "국민투표 사안이 될 수는 있지만, 대통령의 결단에 의해 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같은 상황을 의식한 듯, 안철수 전 대표는 12일 열린 당 의원총회에선 국민투표에 대해 침묵했다. 대신 국방위원회-외교통일위원회 연석회의 및 전원위원회 소집 등을 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의총 직후에는 기자들과 만나 "국민투표는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수단"이라고 말하면서 은근슬쩍 물러서는 모양새를 보였다. 

  • ▲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 ⓒ뉴데일리 DB
    ▲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 ⓒ뉴데일리 DB

    결국 사드 배치와 관련해 안철수 전 대표가 꺼낸 '국민투표론'은 정치 지도자를 꿈꾼다면 응당 져야 할 결단의 책임을 국민에게 넘긴 셈이다. 심지어 정치권 반응이 자기 뜻대로 나오지 않자 슬그머니 물러서는 나약함까지 보였다. 

    안철수 전 대표가 '새정치'의 꿈을 이루고 싶다면 어떠한 어려움과 국민적 비판이 있더라도 지도자로서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절대가치, 공화가치를 하루빨리 찾아야 할 것이다. 결단을 내렸다면 쉽게 물러서지 않을 강단도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난관에 부딪히면 쉽게 물러나는 '철수 정치', 포퓰리즘에 기대려고 했다는 꼬리표는 언제까지고 그의 뒤를 따를 것이다. 안철수 전 대표에게서 유럽을 공포로 몰아넣고 불명예 퇴장한 영국 캐머런 전 총리가 보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