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표일만 손꼽아 기다리는 北 범죄자들
     
    신준식  /뉴포커스
     

  • ▲ 북한 총선일 포스터(자료사진)
    ▲ 북한 총선일 포스터(자료사진)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 선거 유세가 한창이다. 북한에도 총선과 같은 기능을 갖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가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복수 후보의 남한과 달리 북한은 정권의 결정을 통과한 후보만 출마할 수 있다.

     5년마다 치뤄지는 북한 총선은 국가 최대 규모 행사다. 이 기간에는 죄를 짓고 숨어사는 범죄자들에게 무죄가 선고되고, 투표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100% 투표율을 대외적으로 선전하기 위한 북한 정권의 미봉책이다.

     탈북민 현광성 씨는 "북한 내 범죄자들은 투표날만 손꼽아 기다린다. 불법은 북한 내 유일한 생존 수단이다. 밀수도 그렇고, 탈북도 마찬가지다. 또, 남의 식량이나 재산을 뺏으려면 폭행도 해당되고, 사기도 있다. 이런 범죄자들은 보안 당국의 추적을 피해 숨어 산다. 그러나 투표날 만큼은 선거장으로 발걸음을 향한다"고 밝혔다.

     현 씨는 "중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라고 해도 자수하고 선거에 투표하면 무죄로 간주하고 주민교양을 실시하고 있다. 심지어 해외에 망명한 탈북자들도 북한으로 재입국한 뒤 선거에 투표하면 반성의 기회를 준다. 그런 사례들이 실제 북한 선거기간에 나타나고 있다. 내가 북한에 살 때, 중국으로 넘어갔던 사람이 동네로 돌아와 선거에 참여했다. 북한 정권은 이를 체제선전에 활용하면서, '이전에는 잘못된 결심으로 조국을 버렸지만, 투철한 선거의식으로 다시 조국의 품에 안긴 재생의 인간'이라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탈북민 이선희(45세) 씨는 "북한은 범죄자들에게 사소한 인권도 사치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일단 범죄를 저지르고 나면, 잡히지 않기 위해 부단히 애쓴다. 북한에는 남한처럼 CCTV라든가, 정보 감시망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아서 마음 먹고 도망치면 잡기가 힘들다. 그렇게 5년이란 시간을 떠돌아다니면 다시금 사회에 복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데 그것이 바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투표날이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실제, 선거에 투표한 후 이미 저지른 범죄가 사라지는 걸까? 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선거기간에 자수한 범죄자들은 공식적인 재판을 받는다. 단지 감옥행만 피했을 뿐, 심적으로는 도망다닐 때 보다 더 큰 고통을 치르기도 한다. 그럼에도 선거날을 기다리는 것은 감옥보다는 사회가 낫다는 인식 때문이다.

     이 씨는 "길게는 5년, 짧게는 1~2년씩 주위 눈을 피해 도망다니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일부 범죄자는 심적 부담을 견디지 못해 투표날이 오기 전에 자살을 하거나, 탈북을 한다. 선거날에 자수하면 비록 범죄자라는 꼬리표가 붙겠지만 가족과 함께 살 수 있고, 사람들과 접촉해도 막연하게 두려워할 필요가 없으니까 북한 범죄자들이 투표날을 기다리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뉴포커스=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