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간 ‘실효적 지배’ 중인 스프래틀리 군도 섬…필리핀 정부, 상설중재재판소 제소 중
  • ▲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에 있는 '이뚜 아바' 섬. 50년대 후반부터 대만이 '실효적 지배권'을 갖고 있다. ⓒ위키마피아 공개사진
    ▲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에 있는 '이뚜 아바' 섬. 50년대 후반부터 대만이 '실효적 지배권'을 갖고 있다. ⓒ위키마피아 공개사진

    남중국해에 있는, 길이 1.4km, 폭 0.4km의 작은 섬 ‘이뚜 아바(Itu Aba, 따갈로그어로 “저것”, 한국의 여의도와 비슷한 의미)’. 중국어로는 ‘타이핑다오(太平道)’라고 한다. 2015년 하반기부터 中공산당이 공개한, 스프래틀리 군도의 ‘인공섬’과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이 섬에 대한 공식기록은 1884년 청-불 전쟁 당시 프랑스 군함이 발견했던 것이 처음이라고 한다. 이후로도 주변 국가들은 이 섬에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대만 정부가 1946년 11월 4척의 군함을 보내 점유하면서부터 실질적인 영유권을 주장한다.

    이에 필리핀 정부는 자국 민간인이 해당 지역에서 활동했다고 주장하며, 자국 영토라고 주장한다. 이후 양국은 1940년대 후반부터 1950년대 중반까지 ‘이뚜 아바’ 섬을 놓고 대립한다. 1956년 7월, 대만이 섬을 개발하면서 ‘실효적 지배권’을 주장, 양국 간의 대립은 일단락 됐다.

    이후 수십 년 동안 ‘이뚜 아바’ 섬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1982년 유엔 해양협약(UNCLOS)이 회원국 사이에 이행되면서부터 주변국들은 이 섬에 큰 관심을 갖는다. 특히 과거 해당 해역에서 활발히 활동했던 필리핀은 다시 ‘이뚜 아바’ 섬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며 대만 정부와 맞서기 시작했다. 

    中공산당이 점령한 본토, 대만 모두 ‘중국’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으므로, 대만도 필리핀 정부의 주장에 대해 中공산당처럼 ‘폭력’과 ‘협박’을 사용했을 것이라 보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니었다. 대만 정부는 되려 ‘대인배’ 같은 모습을 보여 놀라게 했다.

    싱가포르 ‘채널아시아뉴스’는 지난 23일 “마잉주(馬英九) 총통이 ‘타이핑다오(이뚜 아바)’에 모인 외신 기자들 앞에서 필리핀 정부 대표단이나 변호사를 이곳으로 공식 초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날 마잉주 대만 총통은 대만 외교부 차관, 총통부 대변인 등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이 섬이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으로 대만 주민들이 거주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美AP, CNN, 월스트리트저널(WSJ), 英로이터, 프랑스 AFP, 日요미우리 신문 등 10개 외신 기자들을 ‘타이핑다오’로 초청했다고 한다.

    마잉주 대만 총통은 이 자리에서 “나는 대만 총통 자격으로 필리핀 정부 측에게, 이 타이핑다오 섬으로 대표단을 보낼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마잉주 대만 총통의 이 같은 제안을 두고, 대만 언론과 외신들은 “필리핀 정부가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이뚜 아바’ 섬의 영유권 분쟁 조정을 신청한 데 대한 대응”이라고 풀이했다.

    실제 ‘이뚜 아바’ 섬에서 사람이 살 수 있으며, 대만 사람들이 60년 동안 살아왔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이뚜 아바 섬은 암초에 불과하다”는 필리핀 정부의 주장을 반박하고, 실효 지배권을 인정받으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다.

    대만 정부의 이 같은 태도는 中공산당의 ‘무력을 앞세운 협박’ 보다는 훨씬 신사적이라는 평가를 낳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대만 정부가 ‘이뚜 아바’ 섬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이 과연 옳으냐 하는 문제는 남는다.

    ‘이뚜 아바’ 섬은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 가운데서는 가장 큰 섬으로, 대만 남부 가오슝市의 행정구역으로 편입되어 있으며, 해양경비대와 일반 시민 등 6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하지만 대만 가오슝에서 1,600km나 떨어진 위치에 있어, 유엔 해양협약 등에서 지적하는 ‘배타적 경제수역(EEZ, 370.4km)’ 범위를 훨씬 벗어나 있어, 대만 땅이라고 말하기에는 애매한 점이 있다. 반면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과 ‘이뚜 아바’ 섬의 거리는 수백 킬로미터에 불과하다.

    英‘로이터’ 또한 이런 점을 들어 마잉주 총통의 ‘초청’을 받았음에도, ‘이뚜 아바’ 섬을 둘러싼 갈등과 문제를 상세히 설명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친중파’인 마잉주 총통이 ‘이뚜 아바’ 섬으로 외신 기자를 초청하고, 실효적 지배권을 강조하는 것이 中공산당의 남중국해 지배전략과 연관이 있는 게 아니냐고 의심하기도 한다.

    中공산당이 2015년 하반기부터 남중국해와 스프래틀리 군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며, 주변국에게 ‘무력’을 사용하면서도, 대만 국민당 정부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힘’을 내세워 주변국을 협박하는 中공산당과 달리 대화와 여론전으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대만이 상대적으로 신사적이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