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공산당과의 분쟁·마약과의 전쟁에 소극적인 美민주당 정권에 거부감 표시
  • ▲ 두테르테 대통령 지지자들이 도심에 내건 플래카드. 필리핀 국민들은 30년 동안의 혼란과 부정부패를 벗어나 질서와 안정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트위터 유통 사진캡쳐
    ▲ 두테르테 대통령 지지자들이 도심에 내건 플래카드. 필리핀 국민들은 30년 동안의 혼란과 부정부패를 벗어나 질서와 안정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트위터 유통 사진캡쳐


    취임 후 ‘마약과의 전쟁’을 벌여, 70여 일 동안 3,000여 명을 사살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행보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일각에서는 ‘친중반미’ 노선이 아니냐고 지적한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두테르테의 반응은 ‘인권주의자에 대한 반대’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동아일보’는 지난 12일(현지시간) ‘필리핀 스타’ 등 현지 언론의 보도를 인용, “두테르테 대통령이 필리핀 남부 지역에 파견 나와 있는 美특수부대의 철수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필리핀 현지 언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12일 대통령궁에서 신임 관료 임명식 축사를 하면서 “민다나오 지역의 상황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미군 특수부대는 이곳을 떠나야 한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미군이 지금 철수하지 않는다면, 아부 샤야프 등의 테러조직 손에 죽을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말한,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지역의 미군 특수부대는 9.11테러가 발생한 뒤 美정부가 전 세계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면서, 동남아 지역의 알 카에다 추종 조직 가운데 하나인 ‘아부 샤아프’를 제거하기 위해 파견된 병력이다.

    초기에는 소대급 병력이었지만, 필리핀 해병대 등을 도와 이슬람 테러조직 소탕작전을 실시하면서 병력을 증강, 현재는 1,300여 명의 美특수부대원이 필리핀 해병대와의 합동작전(명목 상으로는 군사고문단), 현지 소수민족 지원 등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美특수부대 병력들은 필리핀 정부와 군이 ‘아부 샤아프’를 비롯한 테러조직과 반군 세력을 진압하는데 상당한 지원을 해주고 있는 터라 두테르테 대통령의 ‘철수권고’는 생뚱맞아 보인다. 때문에 현지 언론은 물론 외신들 또한 “두테르테 대통령이 전임 정권들의 ‘친미반중 노선’을 수정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이 지난 9일과 10일 기자들 앞에서 한 말에서는 그의 ‘외교노선’이 단순한 ‘친중반미’가 아니라는 점을 엿볼 수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9일 인도네시아에서 필리핀 교민들을 만난 자리에서 “중국 정부는 필리핀 마약중독자 재활센터 건설에 자재와 비용을 지원하는 반면 미국은 ‘법치’만 요구한다”며 美정부, 정확하게는 오바마 행정부를 비난했다.

    같은 날 두테르테 대통령은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인도네시아 해군이 해적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필리핀 영해에 진입하는 것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에게 석탄을 싣고 필리핀으로 향하던 인도네시아 선박들이 해적들로부터 공격을 받은 데 대해 유감을 표시하며 “해적은 이 지역의 중대한 문제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美폭스 뉴스 등 외신들에 따르면, 필리핀은 지난 6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와 함께 ‘해상 회랑’을 만들기로 하고, 남지나해 일대에 출몰하는 해적에 공동대응하기로 했다고 한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10일 필리핀에 귀국한 뒤에는 “나는 재임 기간 동안 어느 나라의 간섭도 받지 않는, 독립적인 외교정책을 추구할 것”이라며 “미국은 불간섭, 평화적 분쟁해결을 준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을 종합해 보면, 미국에 대한 반발이라기보다는 오바마 정부의 남지나해 대응전략과 필리핀 내정간섭에 대한 반발이라고 볼 수 있다.

    中공산당이 인민해방군을 보내 남지나해 일대에서 필리핀은 물론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中어선들이 사실상 해적질을 벌이는 상황에서 오바마 정부는 동맹국과의 협력을 통한 해적소탕 등 강력한 대응보다는 ‘무해통항권 유지작전’만 실시하고 있다.

    또한 필리핀 내부가 마약조직과 부정부패 등으로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임에도 두테르테 대통령의 ‘마약과의 전쟁’에 대해 “법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 올바른 방식으로 범죄와 싸우라”고 비판만 하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오바마 美대통령 뿐만 아니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충고’에도 욕설을 섞어가며 반발하는 것은 현지 사정에는 무관심한 ‘자칭 인권지도자들’이 지역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서구적 기준’만 따르라는 데 대한 반발이라는 분석도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오바마 정부의 지적을 1986년 독재자 마르코스 정권 퇴진 이후 ‘민주화 세력’들이 계속 정권을 잡는 가운데 ‘인권’ ‘민주화’를 내걸고 각종 강력범죄와 부정부패에 무관심했던 정치인들에 대한 ‘관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