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잔병 수습한 김종인 반격, 건곤일척의 대회전 서막 올랐다
  • 끝없는 경기 침체와 양극화 현상. 계속 터져 나오는 공직 비리. 야기되는 사회적 불안감.
    끊임없는 사회적 부조리에 국민들의 분노는 쌓여만 간다. 정치 불신이 최고조로 달했던 2012년 대선 얘기다.

    18대 대선은 원칙과 상식의 대결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의 뇌리에 꽂힌 '정치인은 그 놈이 그 놈이다'는 정치혐오증에 '원칙'이란 답안지로 다가섰다.

    그리고 또 한 사람. 백면서생(白面書生) 안철수. 의대를 졸업해 벤처기업 CEO를 지낸 한 대학교수는 '상식'이란 처방전을 내놨다. 이렇다 할 정책이나 공약도 없었지만,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란 구호로 국민을 열광케 했다.

    하지만 원칙을 내세운 박근혜와 상식을 앞세운 안철수의 대결을 이뤄지지 않았다. 경쟁자를 가지고 놀 듯 유린한 친노와 문재인 후보는 안철수의 '상식'을 거리낌 없이 빼앗아 자신들을 포장하는데 썼다.

    그들은 '광우뻥 사태'에서 보여준 선동꾼들의 분탕질을 '상식'이라 외쳤고, 떼로 모여 소수의 개인을 짓밟는 것을 '정의'라 부르짖었다.

    그 결과, 국민은 거짓된 '상식'보다는 박근혜의 '원칙을 택했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 4년. 국정원 댓글 의혹, 대통령 비선 실세 의혹, 최근 벌어진 필리버스터 정국까지.

    야당의 끊임없는 선전선동 속에서도 박근혜 정부는 통진당 해산, 역사교과서 국정화, 개성공단 폐쇄 등 원칙을 지켜왔다.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볼 수 없었던 굳건한 국정운영 지지율과 어느때보다 높은 국회에 대한 비판 여론이 형성된 것에는 박 대통령의 '원칙'이 가장 밑바탕에 있었다.

    국민들은 이제 '원칙'이 곧 '상식'이 되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

     

  • ▲ 왼쪽부터 문재인, 박근혜, 안철수 2012년 대선 당시 ⓒ 뉴데일리 DB
    ▲ 왼쪽부터 문재인, 박근혜, 안철수 2012년 대선 당시 ⓒ 뉴데일리 DB

     

    개인과 전체, 건곤일척의 대회전 서막

    또다시 다가오는 국민의 선택.

    20대 국회의원 총선(4.13)과 내년 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거대한 이념이 건곤일척의 대회전을 준비하고 있다.

    전쟁의 서막은 더민주 친노 패잔병들을 수습해 반격을 노린 김종인 비대위 대표의 정치공작으로 시작했다. 공천권을 휘두르며 당을 흔들더니 자신에게 쏟아지는 친노 세력들의 불만을 안철수를 향한 포격으로 국면을 전환했다.

    "총선에서 여당을 누르고, 박근혜 정부를 심판하려면 뭉쳐야 한다."

    김종인의 야권 통합 논리는 단순하다. 능수능란한 정치적 수사를 갖다 붙이지만, 2012년 대선에서 친노들이 안철수를 유린했을 때와 다를 바 없다.

    전체의 횡포로 개인을 지워버리는 것. 홀로 서려는 안철수라는 '개인'을, 정권 심판이라는 명분을 가진 '전체'로 편입시키려는 행위다. 그래서 통합 프레임도 철저히 '전체'를 표방하는 당과 '개인'인 탈당 의원들로 통합의 주체로 설정했다.

    김종인 대표는 "더 늦기 전에 돌아오라"는 말 한마디로 당선에 눈이 먼 탈당파들을 유혹했다. 속보이는 정치공작이었지만, 떼거리-떼쓰기 정치에 물든 정치인들은 너무나 쉽게 흔들렸다.

    김한길 의원은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고, 천정배 의원도 "새누리당의 과반을 저지해야 한다"고 맞장구를 쳤다.

    "우리 갈 길을 가자"는 안철수의 외침은 크게 들리지 않았다. 정치거물이라 불리는 이들이 김종인 한명의 전략에 놀아나고 있다는 한탄이 나올만 한 대목이다.

  • ▲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 ⓒ 뉴시스
    ▲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 ⓒ 뉴시스


    안철수 제거 전술? 이번에 반드시 홀로 서야

    최근 입당한 박지원 의원은 "'안철수 빼고 돌아와라'는 것은 통합을 하자는 얘기가 아니라 누구(안철수)를 제거하겠다는 얘기"라며 김종인의 정치공작을 비판했다.

    그는 "통합을 하자는 말을 하려면 탈당한 사람들의 요구가 충족됐는지 먼저 보이는 것이 순서"라고 했다.

    김종인 대표는 여전히 "소위 패권정치를 씻어내려고 노력했고, 앞으로도 부활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며 정치적 수사를 던진다. 하지만 박지원 의원의 생각은 이를 믿을 수 없다는 것으로 보인다.

    필리버스터 정국에서 드러난 더민주 강경 세력들의 떼쓰기-떼거리 정치는 탈당파들의 고개를 젓게 만들기 충분했다. 게다가 김종인의 강압적 통치가 계속되면서 문재인 전 대표가 양산 칩거를 풀고 곧 총선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박지원 의원은 "문재인 대표가 완전히 사퇴한 것도 아니지 않나"며 "총선과정에서 문 전 대표가 어떠한 역할을 할 것도 아직 모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 ▲ 4일 오전 국민의당 마포 당사에서 열린 4차 선대위 회의에 참석한 천정배 공동대표와 김한길 상임위원장, 안철수 공동대표  ⓒ 뉴데일리 정재훈 사진기자
    ▲ 4일 오전 국민의당 마포 당사에서 열린 4차 선대위 회의에 참석한 천정배 공동대표와 김한길 상임위원장, 안철수 공동대표 ⓒ 뉴데일리 정재훈 사진기자

    안철수의 고민은 깊어보인다.

    친노 패권을 청산하고, 스스로 내세운 '상식'이란 가치를 다시 한번 밀고 나가는 첫걸음이 쉽지만은 않다. 떼거리-떼쓰기 세력들의 공세에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뜻을 함께 하고자 한 탈당파 의원들이 흔들리는 모습에 실망이 클 법도 하다.

    하지만 여기서 의지가 흔들리는 것은 지난 대선 경선의 실패를 또다시 경험하는 길이 될 뿐이다.

    국민들의 시각이 바뀌고 있다. 3대 세습의 산물, 북한 전체주의의 몰락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개인과 자유의 가치를 깨닫고 있다. 전체의 횡포를 몸으로 느끼고 있다.

    마냥 백면서생으로만 보이던 안철수가 전체의 횡포에 굴복하지 않는 뚝심을 보일 때 국민들의 시선도 비로소 바뀔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