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페이지까지 사라져 버린 '保守진영 歷史 교과서' 연구단체

    보수진영에서 활동하는 것을 기회주의적인 새누리당 입당, 혹은 출세를 위한
    징검다리 수준으로 여기기 때문에 이 같은 '자아분열'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김필재   

    한국 근현대사 특히 해방 이후의 정치사에 관한 연구는 1970년대 중반까지는 그다지 활기를 띠지 않았다. 기성 역사학자들은 현대사와 관련된 사항을 ‘현재진행 중인 사안’으로 간주해 과거의 일을 연구대상으로 삼는 역사학자가 연구할 대상이 아닌 것으로 치부했다.

    그러던 것이 1970년대 중후반을 거치면서 운동권 출신 학자들이 朴正熙 정부를 타도의 대상으로 삼으면서 한국 근현대사에 관한 연구가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이들의 연구 활동은 기득권 계층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가진 연구자들, 그리고 유신체제에서 탄압받던 비판적 지식인들과 접목됐다. 이들 3자의 연대를 거쳐 1980년대 ‘운동권의 바이블’이라 할 수 있는 《解放前後史의 認識》이라는 도서가 출판됐다.

    문제의 책을 집필한 학자들은 대부분이 학생운동권 출신의 젊은 연구자들이었으며, 이들에 의해 한국 현대사 연구가 붐을 이루었다. 이들은 1980년대 중반까지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일하다가 1987년 이후 학원민주화의 바람을 타고 대학의 전임교수(專任敎授)로 대거 채용됐다.

    이후 한국 근현대사 연구는 이들 《解前史》 세대에 의해 주도됐다. 이들 《解前史》세대는 기존의 독립운동사 연구자들과 협력, 한국 근현대사 연구의 중심세력이 됐다.

    이들은 또 좌파적 民衆史觀에 기반을 둔 각종 근현대사 연구회 및 단체를 결성, 역사문제를 넘어 정치적 사안까지 관여하며 여론을 주도하는 등 막강한 ‘카르텔’(cartel)을 구축했다. 이들 단체의 활동은 左派성향 교원단체와 그 맥을 같이 함께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문제는 이들과 맞서 싸울 소위 보수우파 성향의 역사학자들이 후학을 제대로 양성했느냐 하는 점이다. 대한민국의 초중고교 교과서의 좌편향을 바로잡겠다면서 2005년 출범한 뉴라이트 계열의 '교과서포럼'은 2015년 현재 홈페이지조차 남아있지 않은 상태이다. 더 웃기는 것은 '교과서포럼'에 속했던 일부 인사들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수진영에서 활동하는 것을 기회주의적인 새누리당 입당, 혹은 출세를 위한 징검다리 수준으로 여기기 때문에 이 같은 '자아분열'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한국에는 이념적 보수는 극히 일부 인사들을 제외하고 남아 있지 않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뉴라이트에서 활동했던 사람들은 올드 라이트의 경직성을 문제 삼으면서 <국민행동본부>나 <조갑제닷컴>을 비판-비난하면서 성장했다. 그랬던 뉴라이트는 이명박 정부를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렸고, <국본>과 <조갑제닷컴>은 여전히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도 중요하지만 젊은 애국세력의 양성도 매우 시급한 문제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시간은 左派세력의 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가 결정된 현 시점이 오히려 보수 세력의 위기일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관련 글] '우리가 할 일은 '북한 공산당史' 복원'
    좌익세력이 장악한 80년대 한국 역사학계의 현실
      
    기자는 ‘건국대통령이승만박사 기념사업회(회장 이기수 前 고려대총장)’의 초대를 받아 2011년 9월22일 ‘좌(左)편향교과서에 나타난 이승만-박정희’를 주제로 이명박 정부가 검인정한 6종 교과서의 문제점에 관해 발표했다. 당시 기자의 발제 뒤 열린 토론에서 80년대 서울 소재 모 대학원을 졸업한 K대학의 A교수는 아래와 같은 말을 남겼다.

    《대학원에 입학하고 나서 어느 선배에게 ‘우리가 역사를 연구하는 목적 당사(黨史)를 복원하는 거야’라는 말을 들었다. 처음에는 ‘당사’가 무슨 말인지 몰랐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 선배가 말했던 ‘당사’가 공산당사(共産黨史), 즉 북한의 역사를 복원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것이 바로 80년대 한국 역사학계의 현실이다. 좌편향 교과서는 어느 날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다. 

    그 뿌리는 매우 깊다. 

    2009년 국가프로젝트로 정부의 자금을 받아 외국어로 한국의 역사를 소개하는 도서 발간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적이 있다. 문제의 도서에서 6.25전쟁 부분을 자세히 읽어보았다. 전쟁을 일으킨 북한을 중심으로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이 등장했다. 대한민국과 이승만 박사에 대한 내용은 눈을 씻고 보아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역사를 모르는 사람이 이 책을 읽으면 6.25전쟁은 북한이 미국을 중심으로 한 UN군을 상대로 싸운 전쟁처럼 보였을 것이다. 정부의 지원으로 만들어진 책에 대한민국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것이 지금 역사학계의 현실이다. 

    대학시절 데모만 했던 운동권 출신들은 주로 학원 강사가 되거나 역사학계(근현대사 전공), 그리고 IT계열로 침투했다. 이들은 현재 한국 사회 구석구석에서 마피아처럼 막강한 ‘카르텔’을 형성해 여론을 조작하고, 국민들을 대상으로 선정․선동을 일삼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자국사(自國史)는 '국민통합의 수단'으로 사용된다. 한국의 경우는 自國史가 '분열'과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좌파가 노린 것이 바로 이것이다. 역사학계가 지난 역사에 관한 철저한 성찰과 반성이 없는 한 현재와 같은 비극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김필재(조갑제닷컴)/spooner1@hanmail.net
    [조갑제닷컴=뉴데일리 특약]